고수철 목사는 2008년에 감리교 감독회장 선거에 출마하여, 후보 자격 논란이 있었던 김국도 목사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득표를 얻어 감독회장으로 선출되었다. 하지만 이후 감독회장직무정지가처분 소송에 의해 법원으로부터 2009년 5월 직무집행정지를 받았다. 이후 고 목사는 재선거에 출마했으나 강흥복 목사에게 근소한 표 차로 감독회장의 꿈을 접게 되었다.

감독회장으로서 감리교회를 섬기고자 했던 마음이 좌절되면서 많은 상처를 받았던 그는, 그 경험을 가지고 목회와 삶에서 상처를 받은 분들을 치유하고 희망을 전하고자 하는 새로운 비전 실현을 준비하고 있다.

이제 감독회장이 아닌 야인(野人)의 목사로서, 다른 방식으로 감리교회와 한국교회를 섬기고자 하는 고수철 목사를 만나 감리교와 한기총, 한국교회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감리교 감독회장 직무정지를 당한 이후 꽤 많은 시간이 지났다. 요즘 근황이 어떠신지 궁금해하는 이들이 많다.

“지난주에 상담사 자격증 시험을 치렀다. 예전에 상담학(연세대·감신대학원)을 전공했었는데, 목회를 하면서 중단했었다. 작년 말과 금년 초에 엑셀 등 다양한 공부를 하는 동안에 지인의 권유를 받아 노인 심리상담사 시험을 치르기 위해 2달 동안 공부를 했다. 시험을 통해서 나 자신의 기억력과 창의력을 테스트하고, 또한 자괴감을 극복하며, 이를 통해 다른 사람들을 도울 수도 있으리라 기대했다. 결과에 매우 만족한다. 시험 직전 30일 동안 두문불출 공부만 하면서 집중력과 자신감을 되찾았고, 가채점 결과 매우 높은 점수가 나왔다.”

-감독회장직에 대한 아쉬움을 떨치기가 쉽지 않으셨을 것 같은데, 어떻게 극복하셨나.

“나는 서울대학교 대학원에서 경영학을, 에모리대학 대학원에서 교회 행정학을 공부해 석사와 박사학위를 얻었다. 전문적인 지식과 경험을 통해서 얻은 자원을 가지고 거시적·미시적인 차원의 본부 구조조정을 통해, 후배들이 보다 안정된 환경에서 더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미래지향적 감리교회의 기초를 놓으려고 했었다. 억지와 강제로 하는 것이 아니라 합리성·현실성·실용성에 근거한 개혁을 할 수 있는 방안을 갖고 있었다.

2002-2004년 서울남연회 감독 재임시절 구조조정을 해보려 했었지만, 연회 감독은 본부 체계에 관여할 수 없는 한계에 부딪혀 몇 가지 행정서류를 만드는 일밖에 할 수 없었다. 그래서 감독회장이 되어 이를 이루어 감리교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켜 보고 싶었다.

그러나 이제는 감독회장으로서 일을 추진할 시간적 여유가 없는 형편이 되지 않았나. 지금도 주위에서는 감리교회를 바로세우기 위해 꿈을 실현하도록 권유하지만, 더 집착하면 추해질 것 같다. 지난 2년 동안 경제적·정신적 피해를 당하면서 ‘새롭게 하나님의 형상을 닮아가는 겸손하고 온유한 성품을 가져야겠다’고 결단했다. 즉 만나는 사람들에 대해서 부정적으로 음해하지 않고, 조금이라도 잘하는 점을 찾아 긍정적인 칭찬을 하면서 좋은 관계를 만들어야겠다는 것이다. 이것이 상처를 치유하는, 건설적인 지도자의 상이라고 확신한다”

-감독회장이 교회 담임을 할 수 없도록 한 교단 장정 때문에 담임직(흑석동제일교회)도 사임하시지 않았나. 지금도 그 교회 일에 많이 관여하고 있는 편인가.

“내가 최선을 다해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있는데 옆에서 누군가가 부정적인 시각으로 잔소리를 하면 기분이 나쁘고 의욕이 떨어진다. 새로 부임한 담임목사를 평가절하하거나 목양에 개입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 나의 목회철학 중 하나다. 나는 한번 떠나온 자리는 뒤돌아보지 않는 성격이다. 누구든지 자기 자리(위치)를 잘 지킨다면, 정의와 사랑의 사회가 될 것이다.”

-길자연 목사에 대한 직무정지가처분이 떨어지면서, 한기총 사태가 감리교 사태와 같은 수순을 밟고 있는 것이 아니냐고 우려하는 이들이 많다.

“교회 성장으로 너무 많은 재물을 갖게 된 것이 문제다. 많이 가지면 더 많이 가지기를 원하는 것이 인간의 기본적인 마음이기 때문이다. 어느 조직이든 대표자 직무를 막강한 권력으로만 생각하는 것 같다. 감리교회와 한기총은 법적인 틀 안에서 재투표 형식이나 보궐 형식의 재선거를 통해서 회장을 세웠으면 한다.

감리교의 경우 가장 급선무는 교리와장정 중 모순된 부분을 고치고, 상처받은 사람들을 치유하는 일이다. 연회감독들이 교회의 회복과 새로운 성령의 바람을 일으킬 수 있는 영성개발운동을 펼쳐 주었으면 하고 소원한다. 어떤 이들은 ‘그것이 가능하겠느냐’며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기도 하지만, 그것을 가능케 하는 것이 바로 영적·총체적 지도자의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말로만 화합을 외치지 말고, 잘못된 부분을 ‘네 탓’이라고 공격하기보다는 ‘나로부터’란 의식 변화를 가지고 노력한다면 모든 것을 가능케 한다고 생각한다.

교계의 각종 선거에서 금권선거는 없어져야 한다. 주지도 말고, 받지도 말이야 한다. 신탁의 선거가 이루어져야 한다. 즉 누군가 돈을 주는데 거절을 하지 못했다면, 다른 후보를 찍어야 한다. 내가 선거운동을 할 때 식당에서 운동원들에게 값싼 밥을 대접했더니, 어떤 분이 자기를 ‘무시한다’고 했다. 그래서 나는 ‘그것은 무시한 것이 아니라 존중한 것이다. 많은 돈을 쓰려고 출마한 것이 아니라, 감리교회의 새로운 일들을 하기 위해 출마했던 것이다’라고 양해를 구했다. 그분은 지금까지 저를 신뢰해 주고 있다.

연회 감독을 하면서도 나는 도와준 이들에게 연회 예산으로 식사를 대접해 준 적이 없다. 임기 끝난 후에 개인 돈으로 식사를 대접했다. 공과 사를 구분해서 돈을 사용해야 한다고 부모님으로부터 배운 교훈을 실천했다고 자부한다. 연회 예산으로 식사를 제공하면 내 돈 안 들이고 생색낼 수 있겠지만, 내 양심의 소리가 그런 일은 용납하지 않았다.”


-한국교회가 위기라고들 한다. 어떻게 이 난국을 극복해야 할까.

‘위기가 최선의 기회’라는 말이 있다. 한국교회가 거듭나야 할 때가 되었다. 많이 가진 사람이 비싼 밥을 먹고 좋은 차를 타는 것을 무조건 나쁘다고 하는 도식이 옳다고 생각지는 않는다. 그러나 목사란 대접을 받기보다는 대접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 군림하는 자가 아니라, 겸허한 마음으로 이웃을 섬기는 자가 되어야 하지 않겠는가? ‘교회가 크게 부흥해서 많이 가졌다고 해서 그것을 가지고 다른 사람들을 지배하고 추종하는 무리를 만드는 일에만 사용할 거라면 왜 목사가 되었는가?’라고 묻고 싶다.

바닷물이 모든 것을 수용하고 변화시키는 것처럼, 참된 지도자란 모든 것(찬반)을 수용하고, 그것을 하나님의 성품으로 용해하여 새로운 것으로 재창출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늘날 한국교회의 문제가 점차 복잡한 틀 속에서 발생하고 있다. 하나의 단순한 사건이 사회의 복잡한 문제와 연결되면서 해결하기가 어렵게 된다. 그러나 이를 두려워할 것은 없다고 본다. 사람들은 누구든지 ‘Insight’(영적통찰력)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이는 교회 존재 의미와 성장의 핵심적인 능력이라고 생각한다. 이를 잘 활용하여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개별·순차적 해법’보다는 이성적이고 분석적이며 종합적인(synthetic)인 ‘종합·병행적 해법’이 유용하리라 생각한다.

또한 감리교회의 공교회와 한기총 등 연합기관이 조화와 균형 있는 동반성장을 해야 한다. 이 비전은 섬김의 지도자에 의해서 미래에 현실화될 것이다. 섬김의 지도자는 큰 비전을 갖고, 실현할 수 있도록 모든 역량을 동원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앞으로의 계획을 세워 두셨나.

“지도자는 품성이 좋아야 한다. 평소 꿈꾸고 있던 ‘한국 희망 지도력 계발교육원’(The Korea Dream Leadership Educational Institute)을 설립하려고 한다.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기 위한, 의인과 성화의 윤리관을 정립하려고 한다. 이를 위해서 지도자는 하나님의 형상을 닮은 품성을 개발해야 하기에, 이에 맞는 리더십 계발 프로그램을 만들고 있다. 이런 일들이 미국에서는 상당히 활성화되어 있기 때문에 한국에도 필요하다고 본다. 사람의 품성을 15가지로 나누고, 그 각각의 품성에 맞는 25가지의 리더십 모형을 제시해 주어 하나님의 형상을 회복하도록 하는 것이다. 감리교회가 정상화되면 본부와 연계해 일을 해보려 했는데, 너무 늦어지게 될까봐 일단 시작하려고 한다. 6월 중에는 첫 선을 보일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감리교 뿐 아니라 어느 교파든 은퇴하면 다 손을 놓는 경향이 있는데, 그런 분들의 좋은 점을 다 모아 사회를 섬기는 단체를 만들었으면 하는 생각도 하고 있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씀이 있으시다면.

“그동안 부족한 제가 지탱할 수 있도록 기도하면서 지지해 준 모든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전한다. 일생 동안 그분들의 마음과 기도와 지지를 잊지 않고 헛되이 하지 않을 것이다. 타 후보를 지지하셨던 분들도 같은 마음으로 감사 인사를 드린다. 감리교회와 한기총의 회복을 위해 기도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