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포기할 수 없는 유럽

현 추세가 절망적으로 보인다 할지라도 유럽을 그냥 포기할 수는 없다. 반드시 유럽 재복음화를 이루어야 하는 세 가지 이유를 들 수 있다.

첫째, 유럽에서 기독교가 소수종교로 전락한다면 그 추세는 북미와 아시아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도 그렇다. 한국의 큰 교회당도 50~100년이 지나면 관광지로 변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배경에는 유럽교회의 쇠퇴가 있다. 한국이 유럽처럼 되지 않도록 기도해야 한다고 하면서도 교세 감소 상황을 일종의 숙명으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선교학자 앤드류 월즈 교수는 이슬람은 이슬람화한 지역을 빼앗긴 적이 거의 없지만, 기독교는 한 지역을 중심으로 크게 발전하다가 복음이 전해진 다른 지역이 중심지가 되고 원래의 중심지였던 곳은 쇠퇴하는 역사를 되풀이 해왔다고 지적한 바 있다. 그러고 보면 기독교는 예루살렘에서 소아시아로, 로마로, 유럽으로, 북미로, 아시아로 그 중심지를 옮겨왔다. 그러나 기독교는 유행을 타는 종교가 아니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적용되는 영원불변의 진리를 갖고 있지 않는가.

둘째, 유럽교회가 다시 복음의 능력을 회복한다면 유럽에 있는 많은 이주민들에게 자유롭게 복음을 전할 수 있다. 그들은 복음 전파가 제한된 국가에서 이민 온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반면 다시 일어서지 못한다면 타종교에 잠식당하고 말 것이다. 무슬림들은 유럽을 이슬람화하겠다고 공언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많은 유럽교회들은 자신들의 생존에 급급한 나머지 유럽에 이주해 있는 무슬림들에게 복음을 전할 전략과 기회를 거의 만들지 못하고 있다. 유럽에서는 이주자 복음화와 유럽인 재복음화를 동시에 이루어가야 한다.

셋째, 유럽교회가 다시 복음의 영성을 회복한다면 유럽교회는 다시 한 번 세계 복음화를 위해서 크게 쓰임을 받을 것이기 때문이다. 유럽에는 뿌리 깊은 신앙 전통이 많다. 더 나아가 정치, 경제, 문화적으로 유럽이 세계에서 차지하는 역할과 영향력은 아직도 엄청나다. 식민지 통치를 받았던 나라들과 비교적 좋은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유럽 국가가 많으므로 유럽이 재복음화된다면 언어, 문화, 외교, 경제, 정치력을 통해 세계선교에 또다시 지대한 영향을 미치게 될 것이다. 따라서 유럽을 포기할 수 없다.

5.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유럽 재복음화 전략

영국의 한 조사 보고서는 ‘지금까지 (영국)교회 지도자들이 시도한 그 어떤 것도 1950년대부터 시작된 교회 감소 추세에 아무런 변화를 주지 못했다’고 했다. 영국에서 1년을 보내며 영국교회의 현실을 본 한 한국 목사는 존 스토트 목사에게 심히 실망했다고 필자에게 말한 적이 있다. 이유는 전세계에 영향을 미치는 기독교 최고 지도자인 존 스토트 목사가 어떻게 당신 나라의 교회가 이렇게 되도록 내버려 둘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그 말을 들으며 나는 이렇게 대답했다.

“존 스토트 목사가 영국교회 부흥을 위해 얼마나 애를 쓰겠는가? 하지만 그의 노력은 영국 사회와 교회의 문화적 틀을 벗어나지 못하는 한계 때문에 탄력을 못 받았을 수 있다. 그러기에 영국교회의 문화의 약점을 뛰어넘는 새로운 교회 모델을 시도하여 패러다임의 변화를 가져올 필요가 있다.” 유럽의 교회가 자생 능력을 상실했다고 보는 사람들이 있지만 아직 회복의 희망은 있다. 더 상황이 악화되기 전에 유럽 외부로부터 새로운 영적 지원과 개입이 필요하다.

이제 유럽을 재복음화 할 전략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한다. 특히 영국 재복음화를 위해 한국교회가 할 수 있는 역할을 중점적으로 설명하고자 한다.

5.1. 유럽 상황의 홍보와 유럽을 위한 기도 운동

무엇보다도 ‘유럽이 이제 선교지’라는 사실을 널리 알리는 것이 필요하다. 아직도 유럽이 기독교 대륙이라고 생각하는 전세계 성도들에게 유럽의 영적 현실을 알리며 계몽해야 한다. 유럽이 선교지라는 인식이 자리잡게 될 때 유럽을 위해 기도하는 운동이 일어나고, 헌신자가 생겨나고, 교회는 유럽으로 선교사를 파송하게 될 것이 때문이다. 따라서 ‘유럽을 알자’ 같은 세미나를 한국은 물론 해외 한인교회들을 대상으로 정기적으로 실시해야 한다. 개 교회나 연합단체 차원에 유럽선교 기도회를 정기적으로 갖는 것도 시도해야 한다.

한국 선교사가 유럽에서 사역하자면 삼중고三重苦가 따른다. 첫째, 유럽을 선교지로 생각하지 않는 한국교회의 인식부족이다. 둘째, 자존심과 냉소주의로 가득 찬 유럽인들의 사고방식이다. 유색인종을 비하하고, 자기들이 시도하여 부흥이 안 되는 것으로 ‘검증’된 기독교를 전하는 것을 우습게 보는 사회 분위기가 팽배하기 때문이다. 셋째, 많은 선교비에 대한 부담이다. 유럽은 우리나라보다 생활 수준이 높고 생활비가 비싸다. 한국에서 유럽으로 선교비를 가지고 가려면 여간 큰 부담이 아니다. 어느 정도 자비량할 전략이 필요하다.

역사적으로 선교의 방향은 피부색이 더 흰 곳에서 더 검은 곳으로, 더 부유한 나라에서 더 가난한 나라로 흘러왔다. 유럽선교는 이런 전통의 물길을 거슬러 올라가려는 것이다. 우리보다 복음을 빨리 받아들이고 오랫동안 우리를 돕던 나라들이기 때문에 동양에서 온 가난하고 키 작은 선교사들의 가르침을 받는데 거부감을 갖는 경우가 많다. 전도 대상자들은 극히 세속화된 사람들이다. 이렇듯 유럽선교는 제2/3세계 보다 더 힘들다. 이러한 난관을 기도와 영성, 삶의 모본과 헌신으로 극복해 가야 한다.

21세기 선교는 경제지수보다 영적지수를 따라야 한다. 즉 선교가 경제적으로 더 잘 사는 곳에서 못사는 곳으로 흘러가는 것보다, 영적으로 더 충만한 곳에서 그렇지 못한 곳으로 흘러가야 한다. 미전도지역 선교는 중요하다. 하지만 미전도지역만 선교지라고 강조하다가 경제적 풍요 속에서 영적으로 황폐해가는 유럽을 결코 간과해서는 안 된다. 전방만 보고 달리다가 후방이 다 뚫려서야 되겠는가?

5.2. 교회개척학교를 통한 개척운동

피터 와그너가 말한 것처럼 교회개척은 하늘 아래에서 가장 효과적인 전도방법이다. 영국의 경우 1975년부터 1998년까지 약 3,700개의 교회를 개척하여 매년 평균 160개의 교회를 세웠다. 하지만 1990년대 중반부터는 교회개척이 현저하게 줄어들었다. 교회개척은 유럽교회 성장을 위한 해결책이 될 것이다. 많은 고목이 쓰러져 갈 때 산을 다시 푸르게 하는 방법은 작은 나무를 많이 심고 잘 가꾸는 것이다.

영국의 모든 개신교 교단은 1990년대를 ‘집중 전도의 십 년’(The Decade of Evangelism)으로 정하고 교회개척을 중점 전략으로 삼았다. 그 결과 첫 5년 만에 1,500개 교회가 개척되었다. 이중 350개 교회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 본 결과 64개 개척교회는 매년 75퍼센트의 성장을 가져온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성장하는 기존교회들은 6퍼센트의 성장만 가져왔다. 특히 개척된 교회들은 불신자 전도로 68퍼센트, 수평이동으로 25퍼센트가 성장한 것으로 조사되었다.

그러나 1990년대에 집중 전도를 위해 세웠던 전략들이 대부분 효율적이지 못했고, 전반적인 결과도 기대에 훨씬 못 미쳤다. 더구나 이 기간에 전국적으로 교회 수는 오히려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 시도는 영국에서 기독교 감소추세를 바꾸는데 교회개척이 적절한 전략이라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되었다. 힘을 모아 전도하여 교회를 개척하면 가능성이 있음을 충분히 보여준 것이다. 창의적이고 토착화된 다양한 교회 개척 전략이야말로 영국과 유럽 재복음화를 위한 가장 결정적인 요소가 될 것이다.

영국을 포함한 유럽교회들이 교회개척에 집중하도록 기도하고 격려해야 한다. 동시에 국내와 해외 한인교회들도 유럽에 교회개척 선교사들을 적극 파송해야 한다. 필자는 1997년부터 런던 외곽에 이스트버리 (영국인)교회를 개척하여 둘로스 선교선 단장으로 부임할 때까지 6년 반 동안 목회를 한 적이 있다. 일곱 명의 영국 성도와 시작하였지만 1년 후 65명이 출석하는 ‘부흥’을 이루었다. 그 후에는 성장 속도가 좀 감소했지만 꾸준한 성장을 이루었다. 첫째 비결은 주님의 은혜요, 둘째 비결은 전도팀을 운영하며 정규적이고 지속적인 전도활동을 쉬지 않았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제는 교회개척을 보다 본격화해야 할 때가 왔다. 교회를 몇 개 개척하는 것보다 ‘교회개척학교’를 세워 집중적으로 준비된 교회 개척자들을 많이 길러내고 개척을 지원하는 것이 전략적이라고 생각한다. 예를 들어 신학훈련을 마친 스무 명의 영국 청년들을 일년 동안 합숙훈련시킨다. 교회개척에 대한 동기유발, 자신감 부여는 물론 전도, 설교, 상담, 제자훈련 등을 가르치고 실습하게 한다. 더 나아가 이들을 열 명씩 두 팀으로 전도대를 구성하여 일주일에 적어도 하루는 현장 전도에 전념하게 한다. 각 팀은 한 지역을 정하여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 8개월 동안 반복 방문하며 사역하게 한다. 시간이 흐르면서 결신자와 관심자가 생기고 이들을 양육하다가 일년이 지나면 두 개의 교회가 문을 연다. 훈련생 중 두 명이 한 교회씩 목회를 담당한다.

그러면 훈련생들은 교회개척에 대해 배웠을 뿐 아니라 직접 교회개척에 동참하며 개척해 보았기 때문에 훈련과정을 마친 후 자신감을 가지고 하나님의 인도하심과 각자의 연고지를 따라 흩어져 교회를 개척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하여 일년에 15~20개 교회를 개척해 간다면, 또 교회개척학교의 규모도 조금씩 늘려 간다면 영국교회에 격려와 신선한 충격을 줄 수 있지 않을까?

중요한 것은 영국같이 열악한 환경에서는 교회개척학교 과정을 마친 후에도 지속적인 관심과 지원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첫째는 과정 수료 후부터 개척을 시작하기 전까지 3개월 정도를 건전한 국내외의 한인교회와 해외 중국교회, 영국교회에서 인턴십을 갖게 한다. 건강하게 성장하는 교회의 영성과 목회자의 헌신, 실제적인 목회프로그램을 배우고 경험하게 하기 위해서다. 여기서 목회의 새로운 모델과 열정을 경험하게 한다. 그 사이에 영국 인턴 사역자들과 인턴십 교회가 서로 가까워져 인턴십 교회가 그들을 위해 기도하며 비전트립 팀을 보내주어 전도활동을 지원하게 한다. 물질적 지원은 재량에 맡기지만 할 수만 있다면 3년간 재정지원을 하되 첫 해에는 목회자 생활비의 2/3, 다음 해는 1/2, 3년 째에는 1/3을 지원하는 식이다. 몇 교회가 힘을 합쳐 지원해도 좋다. 개척된 교회는 3년 후 재정 독립을 목표로 한다. 그 후에는 지원받은 빚을 갚아야 한다. 지원해 준 인턴십 교회에 갚는 것이 아니라, 다른 훈련생이 개척하는 교회를 지원하도록 하는 것이다.

둘째는 후속 훈련생들이 한 달에 한 번 정도 선배 훈련생들이 개척한 교회에 찾아가 주변을 전도하며 사역지원을 해 주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동역하는 한국교회들이 단기선교팀을 1~2주씩 보내 전도인력을 공급하며 특별 전도 행사를 갖게 한다. 그러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개척된 각 교회가 처음부터 전도대를 운용하며 정규적이고도 지속적인 전도활동을 꾸준히 펼치는 것이다.

알파코스를 처음 시작한 런던의 홀리 트리니티 브롬톤(Holy Trinity Brompton) 교회는 1985년부터 교회개척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기존 교인 10~100명을 내보내 개척하는 ‘분가개척’ 방식이다. 2년 전 영국 남부의 브라이턴에 개척을 시작하면서 런던의 여러 가정들이 매 주일마다 100km 떨어진 브라이턴으로 이동해 예배를 드리게 했다. 이제는 그곳으로 직장과 집을 옮긴 교인들도 많다. 이 교회는 지금까지 15개 정도의 교회를 개척하여 좋은 본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분가시킬 형편이 못 되는 많은 중소형 교회에게는 좋은 모델이 될 수 없다. 어느 교회나 할 수 있는 것은 바로 ‘전도하여 개척’하는 것이다. 5~10명의 전도대가 한 지역에서 교회개척을 목표로 지속적으로 전도하여 결신자와 관심자를 찾아내 양육하며 교회를 개척하는 전략이다.(계속)

/정리=선교신문


☞최종상(Daniel Chae)선교사는‥

런던 근교에서 영국인 교회인 이스트버리교회를 개척해 담임목사(1997~2004)를 지냈으며 런던신학대학 객원교수를 역임, 현 동 대학 연구교수(1995~현재)로 재직 중이다. 오엠(OM)선교회 선교사로 로고스호 (1979~1984), 둘로스호 (1987~1988)에 승선하여 세계 90여 개 국에서 순회사역을 하고, 이후 둘로스 선교선 단장(2004~2009)으로 활약했다. 저서로 ‘Paul as Apostle to the Gentiles’(Paternoster Biblical Monographs, 1997)와 그 번역본 ‘이방인의 사도가 쓴 로마서’(아가페, 2003), 신앙간증을 담은 ‘기도로 움직이는 배 둘로스’(홍성사, 2007), 유럽 재복음화의 필요성과 전략을 담은 ‘”다시 건너와 우리를 도우라”’ (크리스천서적, 2010) 등이 있다. 최 선교사는 위 글에서 유럽 재복음화 전략으로 제시한 네가지 사역을 런던에서 준비하고 있다. 최종상 선교사 이메일 danieljschae@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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