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1년 3월 11일은 우리 생애에 기억할 날이다. 구태여 2001년 9월 11일의 911과 연관해서 11이라는 숫자와 어떤 연관이 있다고 억지를 필요는 없다. 하지만 11이라는 숫자가 갖는 우연한 일치가 우리에게 작게나마 관심을 갖게 한다. 911 테러가 발생했을 때 세계 모두가 경악을 했다. 그것은 인재였다. 그러나 이번에 3월 11일, 311쓰나미는 천재(天災)였다. 사람이 만든 일과 하늘이 만든 일은 과히 짐작할 수 없을 만큼 큰 차이가 있다. 그만큼 사람에게는 한계가 있다. 물론 사람이 만든 전쟁, 분쟁, 투쟁 같은 것들이 많은 사람의 목숨을 빼앗아간다. 하지만 어찌 하늘과 땅이 진동함으로 인해서 생기는 피해와 재해를 어찌 비교할 수 있겠는가?

그동안 21세기를 열면서 세계는 사람을 무서워했다. 전쟁과 테러를 경계했다. 하지만 이번 일본 쓰나미로 인해서 사람보다 더 무서워 할 대상이 무엇인줄 알게 되었다. 이미 알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잊고 있었던 것이다. 3월 11일 오후 2시 46분 경 일본 동북지방 부근 해저에서 발생한 지진 9.0의 강진은 일본 동부해안을 삼켜버렸다. 지진으로 인해서 생긴 진파(津波),곧 쓰나미가 바다를 움직여 큰 파도가 되어 해안가를 덮치게 되었다. 마치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장면이 현실에서 일어나게 되었다. 일본은 과거에 관동대지진으로 14만 이상의 인명피해가 났다. 그러나 그때의 지진은 7.9였다. 이번에 일어난 지진은 그 강도가 9.0라고 한다. 인명피해뿐 아니라 그 손실로 따지자면 역대 최고로 많을 것이다.

이런 큰 재해를 맞은 일본에게 이 지구촌에 함께 살고 있는 백성들로써 우리 마음에서 진정으로 우러나오는 위로와 격려의 말을 전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의 역사 속에서 잠재하고 있는 우리 마음이 어떤 것이든지 간에 지금은 슬픔과 아픔을 당한 사람에게는 위로와 격려뿐이다. 할 말이 없으면 그냥 침묵으로 기다리거나 기도할 뿐이다. 그것이 최선이다. 어떤 면에서는 더 입을 열어 말하는 것이 마음을 아프게 할 수 있기에 더욱 조심해야 한다.

성경에는 욥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동방의 의인이라고 불렸던 사람이 하루 아침에 자녀 10명과 소유하고 있던 모든 재산이 없어지게 되었다. 그 사실을 들은 욥의 친구들이 욥을 여러 말로 위로하였다. 그런데 그 위로의 말은 오히려 위로가 아니고 욥의 마음에 비수를 꽂는 말이 되었다. 친구 중에 데만 사람 엘리바스는 이렇게 말했다. “생각하여 보라 죄없이 망한 자가 누구인가? 정직한 자의 끊어짐이 어디 있는가?(욥기4:7)”

이 말은 욥은 죄가 있어서, 정직하지 못해서 망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더욱 더 기막힌 말은 “볼지어다 하나님께 징계받는 자에게는 복이 있나니 그런즉 너는 전능자의 경책을 업신여기지 말찌니라”(욥5:17)라고 했다. 이는 마치 상처 나고 곪은데 소금을 뿌리는 식이었다. 하나님께 벌을 받으니 달게 받으라는 말이었다.

그러니까 지금 당하는 어려움을 부당하게 생각지 말고 왜 그런 것인지 생각하여 보라고 한 것이다. 어찌 보면 때리는 시어머니보다는 말리는 시누이가 더 미운 격과 같은 말이다.

자녀를 키우다보면 남의 자식에 대해서 함부로 말할 수 없다는 것을 배우게 된다. 남의 자식이 못된 길을 간다고 수군수군하지만 내 자식도 그런 대화의 대상이 될 수 도 있기 때문이다. 예수님 당시에 실로암에 큰 망대가 있었다. 당시 유대지방에서는 아주 높은 건축물이었다. 그런데 그 망대가 무너져 18명이 죽는 대형사고가 났다. 그 때 그것을 본 예수님은 그 죽은 사람들이 살아 있는 사람보다 죄가 더 많아서 죽은 것이 아니라고 하셨다. 그러시면서 이렇게 말씀하셨다. “너희에게 이르노니 너희도 만일 회개치 아니하면 다 이와 같이 망하리라“(누가복음13:5).

만일 우리가 회개치 아니하면 그 날이 곧 속히 나에게 온다는 것이다(Soon and me).

살아있다는 것은 한 순간이다. 쓰나미가 마을을 덮치는 그 순간 사람들은 살아 있었다. 죽기 전 몇 초전까지 살아 있었다. 그러나 몇 초 후에 죽을 것을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다. 아마 빨리 피하라고 방송을 했던 동사무소 여직원과 119 소방대원들은 알았을 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렇게 빨리 큰 물살에 자기의 목숨이 삼켜질지를 몰랐을 것이다.

우리도 곧(Soon) 언젠가는 이 세상을 떠날 것이다.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Me) 떠날 것이다. 나에게 쑨앤미(Soon and Me)가 다가 올 것이다.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언제일지 모르는 날을 위하여....... 내가 이 세상을 떠나야 할 날을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