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삶에 인정(人情)이 있음은 신나는 일이요 아름답고 흐뭇한 일입니다. 아무리 살기가 어렵고 인심이 각박한 세상일지라도 이웃을 생각하고 조그마한 관심과 도움을 베푸는 인간의 정은 진정 삶의 기쁨을 안겨주는 귀한 일입니다.

그 인정 가운데 친구지간의 정인 우정(友情)이 있습니다. 친구가 있다는 사실은 기쁨이요 즐거움입니다. 그리스의 철인 소크라테스는 그의 일생에 믿을 만한 친구가 없었음을 탄식했으나 중국 역사에는 소위 관포지교(管鮑之交) 라 하여 관중과 포숙아의 우정 어린 다정다감한 교제의 이야기도 전해져 옵니다. 이 세상에서 믿을 만한 친구가 하나도 없는 사람처럼 불쌍한 사람이 또 어디 있겠습니까?

성경에는 우정의 구름다리를 아름답게 세운 요나단과 다윗의 숨은 이야기가 있습니다.
"요나단의 마음이 다윗의 마음과 연락되어 요나단이 그를 자기 생명같이 사랑하니라.”(삼상 18:1)고 기록하고 있습니다. 참된 우정에는 믿음 곧 신뢰가 밑바탕이 됩니다.

요나단과 다윗의 우정이 싹틀 수 있는 것은 두 사람 다 하나님을 경외하는 믿음에 근거하였습니다. 사실 다윗과 요나단을 서로 비교해 본다면 신분과 지위와 환경 등 모든 조건이 다릅니다. 요나단이 왕자인데 비하여 다윗은 목동출신이며, 요나단이 권세를 가진 위치에 있는 반면에 다윗은 부왕 사울에게 쫓기는 가련한 신세입니다. 이 두 사람이 우정의 가교를 세울 수 있는 오직 한 가지 공통점은 바로 그들의 믿음이었습니다. 실로 그들은 믿음이란 재료를 가지고 우정의 아름다운 구름다리를 세우고 영원한 우정과 신앙을 쌓아갈 수 있었던 것입니다.

좋은 친구를 가짐은 많은 재산을 소유함보다 더 나은 행복이요 축복입니다. 어떤 친구와 어울리며 사귐을 갖고 있는가를 보아 그 사람의 됨됨이를 알 수 있습니다. 잘못된 친구를 만나 어려움을 당하고 고통 가운데 괴로워하며 눈물짓는 사람들이 우리 주변에 있음을 보게 됩니다. 참된 친구는 건설적인 책망을 하며 환난의 날에 도움을 아끼지 아니하나 위험한 친구는 죄를 짓도록 유혹하며 필요할 때만 찾아옵니다.

6. 25사변을 전후하여 수많은 전쟁고아가 길을 잃고 방황하던 때 미국의 밥 피얼스 목사는 선명회를 창설하고 많은 고아들을 돌보아 주었습니다. 그는 실로 한국고아의 아버지였으며 한국정부는 그의 헌신적 공을 기려 대통령표창과 함께 국민훈장 동백장과 무궁화장을 그에게 수여했습니다. 그가 백혈병으로 L.A. 근교에서 치료를 받던 중 죽음을 예견하게 되자 한국에 있는 친구 한경직 목사에게 문안과 함께 마지막 서신을 띄워 보냈습니다. 죽음의 소식을 알리는 친구의 편지를 받자말자 한국의 친구는 태평양을 건너 친구를 찾아 비행기에 올랐습니다. 친구가 온다는 소식을 접한 병상의 피얼스는 날 위해 이 먼 곳까지 찾아오는 친구를 내 어이 병상에서 맞이할 수 있겠느냐 하면서 그는 휠체어에 몸을 싣고 간호사의 부축을 받으며 L.A. 공항에 마중을 나왔습니다. 훤칠한 큰 키에 두 친구는 공항에서 만나자말자 서로 끌어안고 두 눈에 눈물을 글썽이며 한 동안 말을 잇지 못하였습니다. 한 주일이 지나 피얼스는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그의 장례식이 있던 날 “선한 사마리아인의 마지막 여행”에 한국 친구는 우인대표로 조사(弔辭)를 하면서 마지막 우애의 정을 친구에게 바쳤습니다. 국경을 초월한 두 분의 아름다운 우정에 머리가 수그러지며 존경스러워 보였습니다.

얼마 전 일본 도쿄 산토리 홀에서는 한국의 정명훈이 피아노를, 중국의 자오징은 첼로를, 그리고 일본의 가시모토 다이신은 바이올린을 가지고‘한·중·일 “우정의 콘서트”를 열고 슈베르트 피아노 5중주곡 ’송어‘와 베토벤 피아노 3중주 소곡을 연주하는 자리에 일본의 나루히토 왕세자가 비올라를 들고 무대에 올라 이날 생일을 맞은 정명훈 씨를 위한 ‘즉석연설’로 축하를 했고 또한 함께 연주를 무난히 소화하여 우정의 가교를 쌓아올린 아름다운 일이 있었습니다.

성경은 우리를 위하여 가장 좋은 친구요 영원한 친구가 되어 주시려고 예수께서 이 땅에 오셨음을 말씀해 주고 있습니다.

사랑하는 신학도 여러분!

경건과 학문을 위한 배움의 과정 속에서 좋은 친구를 만나 아름다운 우정을 나눔이 매우 중요하다는 사실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랍니다.

뉴욕장로회 신학교 학장 한세원 목사(뉴욕 영락교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