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말에 아이들의 2주 겨울 방학동안 제가 아이들에게 약속한 것 중에 하나가 함께 스키를 가는 것이었습니다. 사실 콜로라도에 사는 주민에게 특별히 제공되는 특권 중에 하나가 초등학교 5학년 학생들에게 제공되는 스키장 공짜 리프트 티켓입니다. 이 프로그램을 신청한 콜로라도의 5학년 학생들은 약 20곳의 가맹 스키장에서 세 번씩의 공짜 리프트 티켓을 받을 수 있습니다.

딸아이가 작년 가을에 이 카드를 받고 얼마나 가고 싶어 했는지 모릅니다. 그런데 연말에 너무 바쁘다 보니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미안한 마음에 공휴일이었던 지난 월요일, 마틴 루터 킹 주니어 데이에 스키를 가기로 다시 약속을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 주까지 성경 일독자료를 마무리해서 책으로 제본을 해야 했기에 또 약속을 지키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의 스케줄을 보니 금요일이 학교를 가지 않는 날이었습니다. 속죄하는 마음으로, 금요일 새벽기도 후에 아이들을 데리고 가장 가까운 스키장을 찾았습니다. 올 겨울, 처음 온 스키라 아이들이 신이 많이 났습니다.

그런데 스키를 탄지 한 시간이 채 안되었는데 제가 그만 넘어지고 말았습니다. 속도가 거의 없었기에 그렇게 심하게 넘어진 게 아닌데도, 이상하게 종아리에서 찢어질 듯 한 통증을 느꼈습니다. 결국 한 시간 만에 집으로 돌아와 응급실을 가야 했습니다. 병원에서 의사가 종아리 근육(Tennis Leg)이 파열되었다고 합니다. 의사의 설명에 따르면, 종아리 안의 근육이 찢어지는 가장 큰 이유가 운동 부족이라고 합니다. 평상시에 운동을 잘 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격한 운동을 할 때 이런 사고가 많이 일어난다는 것입니다. 어쨌든 특별한 치료방법이 없이 그저 통증을 견디며 4주에서 6주는 흘러야 파열된 근육이 치유된다고 합니다. 늘 바쁘다는 핑계로 평상시에 운동을 소홀히 하며, 하나님께서 주신 몸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했다는 사실이 죄송스럽게 느껴졌습니다.

그래도 이렇게 나쁜 일이 생길 때에도 곰곰히 생각해 보면 그 가운데 항상 감사할 부분이 있는 것 같습니다. 돌아오는 길에 운전을 하는데 아들 녀석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아빠가 다친 게 왼쪽 다리라서 그래도 감사하네” 처음에는 “뭐 저런 아들 녀석이 다있나” 기가 막혔습니다. 하지만 목사로서 운전을 못하면 발이 묶이고, 얼마나 난감해 졌을까 생각을 하니, 비록 왼쪽 다리는 심한 통증을 겪어도, 오른발은 여전히 튼튼해서 운전하는데 전혀 지장이 없다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습니다. 성경 말씀이 떠올랐습니다. ‘사람이 감당할 시험 밖에는 너희가 당한 것이 없나니 오직 하나님은 미쁘사 너희가 감당하지 못할 시험 당함을 허락하지 아니하시고 시험 당할 즈음에 또한 피할 길을 내사 너희로 능히 감당하게 하시느니라.(고전 10:13)’

항상 느끼는 거지만, 사람이란 정말 보잘 것 없는 존재입니다. 한번 잘못 넘어져도 제대로 설 수도 없을 만큼 다칠 수 있는, 그렇게 연약한 존재가 바로 우리들입니다. 다시 한 번 제가 하나님을 믿고 섬기고 있다는 게 얼마나 감사한지 몰랐습니다. 저는 제 자신이 연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습니다. 연약하기에 돕는 자가 반드시 필요함을 잘 알고 있습니다. 저에게 하나님은 제가 이 땅에서 어려움을 당할 때, 그 때는 비록 아프고 힘들지만, 분명히 제가 감당치 못할 시험은 허락하지 않는 저의 든든한 보호자이십니다. 하나님께서 함께 하시니 피할 길도 보이고, 모든 것을 능히 감당하게 하실 것임을 믿습니다. 하나님께서 ‘나의 하나님’이시요, ‘나의 주님’ 되심에 그저 감사할 뿐입니다.

병원에서 목발을 받았습니다. 이 녀석을 또 만나게 될 줄이야!

어렸을 때 오른쪽 다리가 부러진 적이 있어서 목발을 써 봤던지라, 오랜만에 쓰는 건데도 얼마나 익숙한지 모릅니다. 거의 날아다니는 수준입니다. 그러나 아무리 목발이 익숙해도 아무 고통 없이 두 발로 편안히 걷고 뛸 수 있도록 성도님들께서 저를 위해 많이 기도해 주시길 부탁드리고, 저도 사랑하는 우리 성도님들은 절대 저처럼 다치지 않기를 기도드립니다. 야베스가 기도했듯이, ‘환난에서 벗어나 근심이 없게 하옵소서’ 하는 기도가 우리 성도님들의 삶에 항상 임하는 축복이길 기도드립니다. 또 우리 성도님들은 평상시에 몸 풀기 운동을 잘 하셔서, 제가 겪는 이 통증은 ‘절대로’ 알게 되지 않기를 소망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