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하이오주에서 110명의 미국성공회(ECUSA) 목회자와 교인들이 미국 성공회의 동성애 주교 인정에 직접적으로 도전장을 냈다. 지난 14일 이들은 오하이오주 페어론 우리의주님봉헌정교회(Presentation of Our Lord Orthodox Church)에서 합동 견진 예배를 드리고 동성애자 주교 인정은 교회의 역사와 거룩한 성서의 권위에 도전하는 것이라며 강력히 비난했다.

견진 성사는 영세를 받은 신자에게 주교가 성신의 은초을 주기 위해 신자 이마에 성유를 바르는 성사다.

ECUSA 법과 전례를 따르면 이들은 각 교구와 교구 대표 주교의 승인 아래 견진 예배를 집전해야 하지만 이들은 오하이오주 담당 주교인 J. 클라크 그류 II의 통솔 없이 예배를 강행하고 동성애 주교 서품을 강력히 반대했다.

이날 참석한 텍사스 교구에서 은퇴한 모리스 바네따스 주교는 성명서를 발표하면서 "오늘 이 예배는 ECUSA는 지난 해 성공회 총회에서 통과된 급진적인 행동을 양심적으로 받아들일 수 없는 교구들의 '긴급 대책'"이라고 강조했다.

6개 교구 110명의 교인들은 은퇴 주교 5명과 해외 교구 주교 1명의 지도 아래 이날 예배를 드렸다. 예배에 참석한 자들 가운데는 그류 주교에게 세례를 받거나 그의 자녀가 세례를 받은 자들이 많았다.

ECUSA에서 동성애자 진 로빈슨을 주교로 임명한 이후 세계 성공회는 ECUSA와의 갈등을 시작으로 동성애자 주교 임명에 대한 여러가지 논란이 일고 있다. 세계 38개 성공회 관구 중 13개가 ECUSA와의 관계를 끊겠다고 밝혔고 12명의 ECUSA 주교가 새로운 성공회 네트워크를 만들면서 동성애자 주교 임명을 반대하고 나섰다. 한 미국 교계 언론에서는 ECUSA가 동성애 주교를 임명한 후 계속해서 교인들을 잃고 있다고 전했다.

바네따스 주교는 이 예배가 일회성의 행사가 아니라고 강조하면서 "동성애자를 교회의 인도자로 세운 것은 교회의 역사와 성서의 거룩한 가르침에 도전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우리는 양심을 따를 자유, 성경을 온전히 따르고 믿음을 가진 사람에게 목회를 맡길 자유 마저 잃었다"며 동성애를 인정한 성공회 지도자들을 비난했다.

성명서에서는 "우리는 세계 성공회가 ECUSA의 행동에 대해 의견을 말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에 있다. 우리는 미래를 바라보며 창조의 순리를 따를 필요가 있다. 우리는 원로 주교들과 함께 성공회의 실수에 대해 긴급 대책을 마련하게 된 것에 감사한다. 오늘의 예배는 우리가 거룩한 성공회 리더십과 영적 인도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라는 좋은 사인이라고 볼 수 있다"고 언급했다.

이날 참석한 주교는 C. 피츠사이몬스 앨리슨(사우스 캐롤라이나주 은퇴 주교), 윌리엄 콕스(오클라호마주 은퇴 부주교), 알렉스 딕슨(웨스트 테네시주 은퇴주교), 윌리엄 원트랜드(오 클레어 은퇴 주교) 등이다.

이와 같이 미국 사회가 떠들썩한 가운데 유엔도 직원의 동성 커플을 인정하기로 한 코피 아난 사무총장의 결정을 두고 분열 양상을 빚고 있다.

아난 총장은 지난 1월 동성간 결혼을 인정하는 회원국 출신의 유엔 직원의 동성커플에 대해서는 가족수당 등 직원가족으로서 혜택을 부여하겠다는 방침을 발표한 바 있다.

15일 유엔본부에서 열린 총회 제5 위원회 회의에서는 동성애를 반대하는 이슬람과 가톨릭권이 아난 총장의 조치에 강력히 이의를 제기한 반면 동성간 결혼문제에 진보적인 입장을 보이는 유럽국가들은 찬성 입장을 나타냈다.

바티칸은 성명을 통해 "이 정책은 유엔 인권선언에 제시된 가족의 개념과 상충한다"면서 "결혼은 남자와 여자의 결합"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