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나마를 다녀왔습니다. 100명 가량의 파나마 현지 목회자들이 모이는 목회자 수양회를 인도하게 되었습니다. 중미 선교에 마음을 둔 교우들 몇 분의 헌금으로 가능하게 된 수양회입니다.

수양관에 들어가기 전에 운하 갑문에 들렀습니다. 1914년에 완공한 운하 갑문입니다. 100년 전에 대륙을 관통하고 산맥을 넘는 운하를 만든 정치인, 기술자, 사업가들을 떠올리면서 경이롭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파나마 시티에서 여러 시간을 차로 이동해서 수양관에 도착했습니다. 오래 전 파나마 운하 주변이 미국 영토였을 때 미국 침례교회에서 세운 잘 꾸며진 수양관이었습니다. 100년에 가까운 세월을 넘어 쓰임 받는 선교의 투자 현장을 보면서 선교의 전략에 대해서 많이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파나마 시티 한 복판에 있는 빈민촌에서 목회하는 목사님은 소방서장으로 일하면서 자비량으로 섬기는 분입니다. 몇 시간을 걷고, 버스를 몇 번씩 바꿔 타고 하루 종일 걸려야 도착 할 수 있는 국경지대에서 오신 목사님들은 높은 산지에서 목회하시는 인디오 사역자들입니다. 여성의 지위가 그다지 인정받지 못하는 지역에서 존경받고 인정받는 여성 목회자들도 여럿 모였습니다. 남편들은 아내의 전임 목회를 위해서 노동하고 농사 지으면서 지원합니다. 파나마 운하 건설에 고용된 중국인들의 후예가 많이 남아 있는 파나마에서 중국인 4세로서 가난한 마을에서 6개의 교회를 살피면서 목회하는 목사님도 오셨습니다.

참석한 목회자들과 강사의 소개를 마치고 찬양이 시작되었습니다. 중미 특유의 강렬한 정서의 찬양이 흘러나올 때 전통 인디오 복장의 목사님이나 파나마 시티에서 자비량으로 목회하는 경찰 간부나 가릴 것 없이 춤을 추며 손을 흔들며 경배의 시간을 가졌습니다.

소방 공무원으로 국제적인 활동과 훈련에 익숙한 목사님이 통역을 맡았습니다. 미리 원고나 자료를 나눈 것도 아닌데 완벽하게 호흡이 맞았습니다. 하루 만에 통역의 목이 잠겼습니다. 밤늦게 수 십명의 목사님들이 함께 모여서 통역 하시는 묵사님의 목에 안수 기도를 했습니다. 다음 날 목이 잠겨 간신히 통역을 하시는 소리를 받아서 또 다른 파나마 목사님이 다시 큰 목소리로 옮기는 이색적인 3단계 통역을 하게 되었습니다. 놀랍게도 통역하시는 목사님의 목소리가 잠시 후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평소답지 않게 계속 비가 내리고 쌀쌀한 날이 되더니 정전이 되었습니다. 앰프와 악기를 사용할 수 없어서 예정된 집회 일정을 진행 할 수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찬양, 간증이 여러 시간 이어지면서 서로 큰 은혜를 나누었습니다. 결국 앰프 없이 육성으로 강의와 설교를 계속해야 했습니다.

마지막 날 강의를 마치고 폐회 예배에서 성찬식을 했습니다. 성찬식 설교를 하는 중에 벌써 놀라운 일들이 일어나기 시작했습니다. 흐느껴 우는 사람들, 기도하면서 쓰러지는 사람들, 방언이 터지면서 알수 없는 소리로 통곡하는 사람들. 성찬을 진행하면서 그 강도는 더 심해졌습니다.

집회를 마칠 때 쯤 뉴스를 접했습니다. 정전되던 밤에 파나마에 역사상 가장 큰 비가 내렸습니다. 운하의 호수 수위가 높아 져서 100년 역사에 처음으로 운하를 폐쇄했습니다. 참석한 목사님 중에서 몇 분이 사역하는 교회 건물이 폭우에 무너져 쓸려 갔습니다. 성찬식을 끝내는 즉시 몇몇 목사님들은 황망히 떠나야 했습니다. 깊은 산 속 인디오 마을과 빈민촌에서 주를 향한 사랑과 열정으로 충성스럽게 목회를 감당하고 있는 파나마 목회자들을 위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2010.1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