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여전히 야위어 있었다. 2일 서울 한남동 모처에서 실제로 본 로버트 박(29) 씨는 생각보다 심한 후유증을 겪는 듯했다. 이 때문인지 눈을 잘 마주치지 못했다. 그러나 스치는 눈빛은 분명하고도 확고했다. 한국말이 서툴렀지만 그는 눈빛으로 모든 걸 말하고 있었다.

한국계 미국인으로 북한인권운동가이자 선교사이기도 한 박 씨는 지난 해 12월 25일 성경을 들고 북한에 들어가 억류 43일 만인 지난 2월 5일 풀려났다. 그는 북한에서 당한 고문 등으로 심한 정신적·육체적 후유증을 겪었고 이 때문에 미국 LA 등의 병원에서 9개월 동안 입원치료를 받기도 했다. 그는 지난달 중순 북한인권 투쟁을 위해 한국에 왔다.

박 씨가 한국에서 북한인권을 위해 가장 힘쓰고 있는 부분은 한국교회의 단합된 움직임이다. 한 개인의 투쟁만으론 북한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고 무엇보다 통일 후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서다.

그는 “북한인권 문제가 전 세계적으로 큰 이슈가 되고 있다”며 “그러나 세계인들은 왜 남한의 교회가 북한인권을 위해 나서지 않는지 궁금해 한다. 돈이 있고 성도들이 있음에도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한 것에 의문을 품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인권에 여전히 미온적인 한국교회를 지적했다.

“자살 충동, 성경 읽으며 내 욕심인 것 깨달아”
“봉수교회는 거짓, 평양과기대는 일반인 못 가”


그러면서 박 씨는 “과거 독일의 교회는 나치의 홀로코스트 학살을 묵인했다. 그 결과 오늘날 사람들의 발길이 끊긴 죽은 교회가 됐다”며 “한국교회가 북한인권에 침묵한다면 독일교회처럼 하나님의 심판을 받게 될 것”이라고 경고하기도 했다.

박 씨는 통일 이후 북한의 복음화를 위해서도 지금 한국교회가 단합해 북한인권에 한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는 “북한 동포들의 해방을 외치며 거리로 나선 한국교회로 인해 통일이 온다면 북한엔 보다 쉽게 복음이 전해질 것”이라며 “그러나 전쟁이나 다른 방법에 의해 통일이 온다면 북한은 결코 하나님을 믿으려 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고통 중에 있는 자신들을 외면한 남한의 교회를 비판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북한의 변화를 위해 기도하지만 아직 북한이 변화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박 씨는 “기도에 대한 하나님의 응답이 없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사랑과 믿음이 없기 때문”이라며 “이스라엘 백성들을 애굽에서 탈출시키신 하나님께서 왜 북한을 변화시키지 못하겠는가. 문제는 우리가 정말 북한의 변화를 원해야 한다는 것이다. 북한을 정말 사랑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 씨는 한국교회가 회개하고 북한인권을 위해 적극 나선다면 하나님은 북한의 변화를 위해 역사를 일으키실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3일 서울 장충동 장충교회에서 밤 10시부터 시작되는 철야기도회에 참석해 북한인권 실상을 알리고 북한인권운동에 한국교회의 동참을 호소할 예정이다. 이후에도 북한인권 관련 집회와 기도회 등을 계획하고 있다.

이 밖에도 박 씨는 북한 봉수교회는 선전을 위한 거짓 교회며 평양과기대 역시 김정일이 지목한 사람들만 가는 곳이라고 했다. 특히 평양과기대에 대해 그는 “수용소 간수가 탈출한 자를 죽이면 김정일은 그 간수를 평양과기대에 넣어주겠다고 약속한다”며 “결코 일반 주민들이 갈 수 있는 곳이 아니다”고 밝혔다.

한편 박 씨는 올 초 북한에서 풀려난 후 자신의 상황에 대해 “(치료를 위해) 미국 병원에 있을 때 내가 정말 끝났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 자신을) 완전히 포기했다. 자살하고 싶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그는 “성경을 읽고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회개했다. 빨리 천국에 가고 싶었지만 그건 내 욕심이라는 걸 깨달았다”고 말했다.

이어 박 씨는 “하나님은 모든 사람을 회복시키고 치료할 수 있다”며 “절대 (북한이 변화될 수 있다는) 희망을 버리면 안 된다. 우리가 회개하고 움직이면 역사를 바꿀 수 있다. 문제는 우리 마음”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