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속되는 경기침체로 미국사회는 물론 한인사회와 한인교회의 재정적 어려움도 장기화되고 있다. 이 가운데 한인들의 생활은 경기침체에 실제 얼마나 타격을 받고 있을까? 애틀랜타 지역 한인 목회자들에게 교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에 대해 질문한 결과, 대다수의 목회자들이 교인들이 사업 분야를 불문, 총체적 어려움을 호소하고 있다고 답해 그 심각성을 가늠하게 했다. 특히 부동산과 건설업계 종사자, 세탁소나 청소 등 소자본 영세 상인들의 타격이 크다고 밝혔다.

한인사회 불황 타격, 교회 내에서 극명히 확인돼

한인교회에 다니는 교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한인사회 전체를 대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한인들이 밀집된 둘루스, 스와니는 물론 노크로스, 도라빌과 한인들이 많이 거주하지 않는 콜롬비아까지 지역을 불문한 한인들의 경제적 어려움은 심각한 수준이다.

둘루스 지역 중형교회인 A 교회 B 목회자는 “성도들 중에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하지 않는 사람이 없다”며 “비즈니스가 잘 된다고 하는 가정은 전체 200가정 중 2가정 밖에 없고, 당장 실직을 하지는 않았지만 ‘거의 실직된 상황(=심각한 재정적 어려움)’은 10%가 넘는다”고 심각성을 전해왔다.

스와니 지역 C 교회 D 전도사는 “교회에서 경제적 어려움을 호소해 오는 교인은 20% 가량이고, 최근 실업한 교인은 5% 정도 된다. 경제적 타격을 받은 업체는 세탁소, 부동산, 뷰티서플라이, 핫윗, 셀폰가게, 의료, 가방, 도소매 업체 등 한인들이 많이 종사하는 대부분의 업종이다”라고 말했다.

노크로스에 위치한 E 교회 F 목회자도 “집 모기지를 내지 못해 어려워하는 분들이나 차압을 당한 교인은 전체의 10~15% 정도다. 예전에는 그런 사람이 전혀 없었다”라며 한인사회에 불고 있는 경제적 타격의 심각성을 환기시켰다. 또 “교인 중에서 신분이 확실한 사람은 어떤 일이라도 일은 하고 있고, 실업한 사람은 그리 많지 않다. 약 5% 미만은 안정된 일이 아니라서 자주 일을 바꾸고 있다”고 했다.

도라빌에 위치한 G 교회 H 목회자도 “세탁소, 폰 가게 같은 스몰 비즈니스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것 같다”면서 “문화적인 이유로 어려운 경제 상황을 잘 밝히지 않는 것이 교회 차원에서는 가장 힘든 일”이라고 했다.

콜롬비아 지역 I 교회 J 목회자는 “콜롬비아는 애틀랜타와 생활 형편이 많이 다르다. 한가지 분명한 것은 이 동네에도 역시 일자리가 없다는 것이다. 특히 자영업 하는 분들의 탄식이 심각하다. 돈이 돌지 않아서 장사도 손 놓고 있는 형편인 분들이 적지 않다”고 말했다.

커뮤니티봉사센터 CPACS(팬아시안커뮤니티센터) 융자상담가 토니 정 씨는 “융자 상담으로 찾아오는 사람의 수는 재작년에 비해 2배 가량 늘었다. 이 중 한인들도 한 달에 약 30~40명이 재정 문제로 방문하고 있다. 직업을 잃어 은행의 도움을 받지 못하는 한인들이 가장 어려운 케이스”라고 말했다.

한인교회, 어려운 시기 구제는 어떻게?

모두가 어려운 시기, 교회는 어떻게 돕고 있을까?

미국 교회의 경우 잡페어나 일자리 창출을 위한 세미나를 열어 실업자들을 돕고, 빚 청산 세미나 등 경제적인 어려움을 헤쳐나갈 수 있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리는 등 개방적인 접근 방법을 취하는 것이 눈에 띈다.

반면 체면문화가 여전히 남아있는 한인들은 드러내놓고 자신의 어려움을 말하지 않는 문화적 특성 상 교회들도 드러나지 않게 구제를 실천하고 있다.

스와니 K 교회에는 어려운 교우를 돕는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선교부 내 구제팀에서 아주 어려운 교우 1명을 도왔고, 목장을 통해 파악된 어려운 가정을 남몰래 돕고 있다. 노크로스 I 목회자는 “특별한 프로그램은 없지만 입 소문으로 직장을 얻도록 돕고 비정기적이지만 구제팀에서 어려움에 처한 분들을 조금씩 돕고 있다”고 했다. 둘루스 지역 L 목회자도 “별다른 프로그램은 없지만 교회에서 기도 하며 심방을 통해 위로하면서, 생활에 도움이 되는 정보를 찾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교회와 사뭇 다른 한인교회의 분위기를 CPACS 융자상담가 토니 정 씨 역시 지적했다. 정 씨는 “교회를 대상으로 한 융자 및 모기지 무료 세미나를 열고 개인 재정 운영에 도움을 주고자 했지만, 어려움을 드러내지 않은 이민교회의 분위기 탓인지 아직 어떤 교회에서도 연락이 오지 않았다”고 아쉬움을 드러냈다.

믿음이 있다면, “희망은 있다”

세상의 풍파가 거세게 몰아치고 있지만 그리스도 복음 위에 서 있는 교회들은 여전히 한인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되고 있다.

한 목회자는 “부유한 사람들은 여전히 부유한 것 같다. 가장 고통을 겪고 있는 이들은 경제적 불황과 불체자 단속이라는 이중고를 겪고 있는 사람들이다”라며 “이들을 위해 기도하고 도울 수 있는 한 최대한 노력하고 있다”고 어려움에 처한 이들을 향한 안타까움과 응원의 말을 전했다.

도라빌 G 교회에는 경제난이 오히려 믿음을 강화시키는 계기가 되기도 했다. 셀 모임을 통해 교제하던 한 교인이 소규모 사업을 닫고 직장을 구하고 있을 무렵, 셀 가족들이 함께 마음을 모아 기도하는 가운데 응답으로 취업하기도 했다. 이는 당사자의 신앙 성장의 계기가 되었을 뿐 아니라 셀원들의 관계가 돈독해 지는 기회가 됐다.

인터뷰에 응한 한 목회자는 이 같은 경제 불황을 두고 “어떤 상황이든 하나님의 주권적인 역사 밖에서 일어나는 일은 없다는 것을 명심하라. 믿음으로 현실을 보는 시각을 바꿔야만 그리스도인 본연의 자세를 유지하며 자기 자리를 지키는 믿음 생활을 가능할 것”이라며 하나님의 절대 주권을 믿으라는 권면의 메시지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