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석희 캘리포니아 얼바인(Irvine) 시장(57). 최초의 한인1세 직선 시장이다.

한인 2세들 가운데 작은 도시의 시장이 나온 적은 있지만 강 시장은 인구 22만의 대도시를 대표하고 있고 얼바인시 최초의 비백인 시장이라는 점에서도 특별하다.

2004년 얼바인 시의원으로 당선된 후 2006년 시의원 재선에 이어 2008년 11월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한인사회에 ‘1세도 할 수 있다’는 큰 자신감을 심어준 강 시장.

2년 간의 시장 임기를 거의 다 마치고 재선을 준비하는 그를 케이아메리칸포스트는 지난 9월 28일 전화로 만났다.

Q.지난 1년 9개월 간 시장을 해보시니 어떠셨습니까?
“시장이라는 직분이 시의원 일때보다 10배 정도의 공부를 할 수 있는 기회를 줬습니다. 시의원 5명 중 하나가 아니라 22만명의 얼바인 시를 대표하는 시장으로 모범적인 모습을 보이려는 마음을 갖고 왔습니다. 제가 정치인이지만 정쟁보다는 어떻게 하면 시의 안녕과 번영을 가져올 수 있나를 최우선 과제로 두고 달려왔습니다.

지난 2년동안 시를 상대로 송사도 많았고 해결되지 않은 여러 이슈들이 있었습니다. 대화를 통해 그들의 얘기를 들으면서 이슈에 대해 배우고 즉시 대응하며 평화롭게 해결했습니다. 이 과정에서 우리 얼바인 시민들이 저를 굉장히 지지해줘서 주민들과의 소통을 통해 상생의 정치를 했다고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또한 언제나 동일한 한인사회의 지지는 제가 지난 2년동안 시장으로 일하는데 큰 격려가 되었습니다”
Q. 중점을 두고 하신 일은 어떤 것이 있습니까?
“교육정책, 공공안전, 친환경, 경제정책들에 노력을 많이 했습니다. 경제가 어려운 상황에서 우리 시에서는 비지니스 커뮤니티와 연게를 통해 기업활동을 잘하도록 지원했습니다. 가령, 호텔 비지니스를 하는 사람들에게 많은 리소스를 주기 위해 정기적 미팅을 자주 갖았습니다.

얼바인 시 교육의 질을 높이기 위해 몇달 전 1백만달러 매칭펀드를 조성했습니다. 예산이 줄면서 학급당 학생수가 늘어나는 것을 막기 위해 1백만달러 매칭펀드를 만들어 커뮤니티가 모으는 액수만큼 매칭해서 보조하도록 했습니다.

ICHP(Irvine Children Health Program)라는 저소득층을 위한 건강보험 프로그램을 개발했습니다. 경제가 나빠지면 제일 먼저 취소하는것이 건강보험입니다. 취임 후 조사해보니 6개월 간 2천명이 보험이 없었습니다. 이들을 위해 ICHP프로그램을 개발, 보험이 없던 600명이 건강보험 혜택을 받고 있습니다.

또 정쟁 위주의 정치가 아니라 정책(이슈)에 신경을 썼습니다. 서로 헐뜯지 말고 좋은 정책결정을 해 3대2가 아니라 5대 0 만장일치가 나올 수 있는 분위기를 키워왔습니다. 정쟁에 빠지면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이죠”
Q. 시장하면 감투라는 이미지가 있습니다. 막상 해보시니 봉사의 의미가 더 크지 않습니까?
“그렇죠. 시장이나 시의원은 봉사에요. 감투는 봉사하는데 따라오는 것이죠. 하나의 부산물입니다. 감투가 먼저가 되서는 안되겠죠. 봉사를 하다보면 감투는 자동적으로 옵니다.

그렇다고 감투가 아무한테나 인정되는 것은 아닙니다. 마음에 어린, 진심이 담긴 봉사를 할 때 그 사람의 역량이 발휘되고 빛나는 것이죠. 그럴 때 리더쉽이 있다는 주민들의 말을 듣게 됩니다.”

Q. 1992년 LA 폭동을 계기로 정치에 참여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 당시 저는 한인사회와는 전혀 관련이 없었습니다. 미국회사에서 매니저로 일했죠. 그날 저녁 LA에서 한인들이 일궈놓은 상점 700여곳이 불타는 것을 TV로 보았습니다. 상점이 완전히 전소가 되었는데도 공권력이 한인사회를 전혀 보호하지 않는 것을 보면서 한인커뮤니티의 열악한 정치적 상황을 실감했습니다.

그러면서 ‘나도 한인인데…미국이라는 평등한 나라에서 정말 열심히 일하는 한인커뮤니티가 전혀 보호를 못받는 것은 정치적 힘이 없어서다. 내가 우리 한인 커뮤니티를 위해서 뭔가를 해야되지 않겠나’ 하는 막연한 콜링(calling)을 받았습니다. 이를 계기로 1992년 후반부터는 한인사회에 좀더 관심을 가지고 일을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강 시장은 그 후 한미장학재단, 한미연합회 오렌지카운티 등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제가 한인1세이고 미국에서 공부한 적도 없기 때문에 제가 할 수 있는 것은 한인1.5세, 2세를 도와 그들이 한인사회를 대표하는 지도자가 되게해야 겠다는 생각이었습니다. 그래서 한인회, 한인상공회의소 보다 영어권인 한미장학재단과 1.5세 및 2세들 단체인 한미연합회에 관심을 가졌죠”

하지만 그는 한인1세이고 미국에서 공부도 안했음에도 주류정치에 뛰어들었다. 시의원에 출마하게 된 이유를 물었다.
“한인사회에서 제게 추천을 많이 하셨습니다. ‘강석희 당신이 일하는 것을 보니 순수하고 꾸준히 한인사회를 봉사하는 사람이야’라는 평을 받았죠. 나중에는 저보고 시의원을 해보라고 하셨습니다. 그러다 당시 래리 에이그런 얼바인 시장과 친해지면서 제안을 받았습니다.

저도 고집이 있어서 하면은 되야지 안되기는 싫었거든요. 그럼 이기기 위한 전략이 뭐냐? 에이그런 시장이 나를 알리기위해 제일 좋은 방법은 가가호호 방문이라고 말하더군요. 그것은 문제가 없었습니다. 주민들과의 소통을 위해 얼마든지 할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죠.

또 선거광고 등을 위해 돈을 모아야 하는데 자신있냐고 묻더군요. 얼마나 많은 후원이 될까 의심이 있었지만 해볼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인사회에 도와달라고 하니까 두달만에 75,000달러가 들어왔습니다. 그래서 용기를 갖고 시작했습니다.

5개월동안 2만가구를 가가호호 방문했는데 이것이 당선에 결정적이었습니다. 말이 쉽지 5개월동안 하루에 4시간씩 걸으면서 2만 가구를 방문한다는 것은 굉장히 힘든 작업이었습니다. 몸도, 마음도 피곤했지만 한인사회에서 저를 성원하시는데 몸이 아스러져도 이건 열심히 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이렇게 다니면서 무명의 강석희 이름이 알려지고 평가가 좋아지는 것을 볼 때 상당한 보람을 느겼죠. 그리고 2004년 아슬아슬하게 시의원에 당선되었습니다”

Q. 시의원을 하시다 시장출마를 하시게 된 이유는 뭔가요?
“2008년 전 시장의 임기가 종료되면서 자리가 오픈되었습니다. 4년동안 시의원으로 쌓워놓은 경륜과 얼바인 시민들의 좋은 평판을 갖고 도전한 거죠. 2006년 시의원에 재선되자마자 다음 목표는 시장이라고 세웠습니다. 1년반 동안 준비했습니다.

상대는 시장도 2번 역임하고 12년동안 시의원을 한 베테랑 백인 여성이었죠. 제 페이스대로 열심히 뛰었고 절대로 네거티프 캠페인 안하면서 제 메시지를 우리 주민들에게 보내 2008년 3,200표 차이로 당선되었습니다”

Q. 지역주민의 다수인 백인들이 비백인 시장에 대해 불편해하지 않나요?
“전혀 없습니다. 어바인 주민들의 저에 대한 존경심은 대단합니다. 저를 지칭할 때 미국사람들의 숙달된 전통이겠지만 Mr. Mayor 그렇지 않으면 Mayor Kang이라고 합니다. 그 말에 존경이 들어있죠.

비백인 시장이라도 그 사람이 시와 주민을 위해서 열심히 일하는 공복으로 보일 때 사람들이 보여주는 존경은 진실한 것입니다. 그것을 느끼면서 일을 하고 있죠. 이런 점에서 시장으로 활동하기 편하지만 그 편한 뒷면에는 보이지 않는 노력이 있습니다.

시장이라 어디를 가든지 축사를 해야 하고 오프닝을 해야하는 등 보이지 않는 압박이 많습니다. 1세로 극복해야 하는 어려움이죠. 그러나 제가 주민들과 마음과 마음으로 소통할 때 그들이 내 진심을 알아주고 인정하면서 이런 보이지 않는 노력은 상쇄가 됩니다.”

Q.’보이지 않는 노력, 1세로 극복해야할 것’은 어떤 것을 말합니까?
“언어가 제일 먼저죠. 제가 영어를 아무리 잘해도 한국에서 낳고 자라 한국에서 배운 영어로 미국에서 살고 있는 이민1세라 여기서 낳아 여기서 교육받은 사람들보다 문법, 표현력 등에서 많이 모자르겠죠. 하지만 이분들이 내 말과 행동을 존경해주고 잘 들어주니 감사하죠.

또 하나는 그동안의 제 경력이 회사 월급쟁이, 스몰비지니스 오너라 여러가지 법적인 문제에 대한 전문지식이 많이 결여되어 있다는 겁니다. 스텝들이 브리핑을 해주며 도와주지만 제가 모든 것을 알아야 파워가 있게 되거든요. 맨마지막 결정은 제가 해야하기 때문에 이슈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이는 이거다 할 수 없습니다. 그러다보니 그런 이슈에 대해 많은 공부를 해야 합니다”

Q. 강 시장님의 당선으로 한인을 바라보는 주류미국인들의 시각이 달라졌다고 하는데?
“저 때문에 그렇게 됐다는 것은 말이 와전된 것 같습니다. 다만 한인 한사람 한사람이 주류에 나가서 대표자로 역할을 할 때 한인커뮤니티에 돌아오는 인식이 긍정적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잘못하면 그런 영향이 한인사회에 갈 수 있기 때문이죠.

한인을 뽑았더니 형편없네하면 한인사회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을 줄 수 있는 것입니다. 한인정치인들이 주류사회에서 일하는 모습이 한인사회에 긍정적 혹은 부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습니다.”

Q. 한인사회의 정치력 신장을 위해 필요한 것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양질의 정치인 후보를 발굴해야 합니다. 또 그분들이 한인커뮤니티 안에서 봉사해야 합니다. 아무리 좋은 자질이라고 해도 한인사회에서 잘 모르는데 무조건 도와달라는 것은 말이 안됩니다. 정치 후보자들은 최소한 5년 이상은 한인커뮤니티에서 봉사를 해서 신뢰도를 쌓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런 기초 위에 한인사회가 전폭 지지해주는 쌍방적인 관계가 생겨야 됩니다.”

Q. 제2의 강석희 시장을 꿈꾸는 한인들을 위한 조언은?
“정치에는 지름길이 없습니다. 가장 기본적인 것이 가장 중요한 것입니다.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항상 초심을 잃지 않으며 최선을 통해 자기 승화의 길을 찾으라고 저는 말합니다. 그런 과정을 밟을 때 언제든지 아주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 있습니다”

케이아메리칸 포스트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