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故) 옥한흠 목사가 12년 전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섬김을 기치로 창립한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대표 손인웅 목사, 이하 한목협). 이후 지금까지 과연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섬김은 얼마나 진보를 이뤘을까.

한목협은 26일 오후 서울 신촌 연세대학교 연합신학대학원 예배실에서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그리고 섬김의 현황과 전망’을 주제로 제17차 열린대화마당을 열었다.

이날 대화마당에선 김원배 목사(예원교회)가 ‘한국교회의 일치와 갱신, 그리고 섬김의 현황과 전망’을 제목으로 기조강연했고, 이성구 목사(구포제일교회), 김고광 목사(수표교교회), 이근수 목사(홍성교회)가 각각 연합, 갱신, 섬김을 주제로 발표했다.

먼저 기조발제한 김원배 목사는 고(故) 옥한흠 목사와의 일화 등을 소개하며 한목협이 추구한 일치와 갱신, 섬김의 사역을 소개했다. 김 목사는 “새로운 교회상을 찾던 과정에서 ‘평신도를 깨운다’라는 책을 만났고 사랑의교회를 탐방하면서 옥한흠 목사님이 지향하는 교회야말로 성경이 말하고 새 시대가 찾는 새로운 교회라는 확신이 들었다”며 “그 후 제자훈련 교육에 참여하면서 이 확신은 더욱 굳어졌다. 우리 교단(기장)에 속한 상당히 많은 목회자들이 제자훈련 교육에 참가하면서 그것을 목회현장에 접목하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말했다.

그는 또 고인이 생전 진보교회의 문제점을 지적한 일화를 소개하기도 했다. 김 목사는 “진보교회에 하고 싶은 이야기를 WCC의 경우를 예로 들어 하셨다. WCC가 평신도를 선교의 주체로 파악한 것은 매우 선구적인 발상이었으나 그들을 의식화만 시켰고 제자화시키지 못했기 때문에 진보교회의 위기가 초래됐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진단은 우리(진보교회)가 당면하고 있는 정확한 지적이었기에 우리를 놀라게 했고 깊은 공감대를 형성케 했다”고 회고했다.

김 목사의 기조강연 후 일치와 갱신, 섬김을 주제로 본격적인 주제발제가 이어졌다.

일치

‘교회 연합과 일치운동의 현재와 미래’를 제목으로 이성구 목사가 첫번째 주제인 ‘일치’를 말했다.

이 목사는 “솔직히 요즘 한국교회를 바라보노라면 연합과 일치를 아예 논의의 주제로 올릴 형편이 되지 못하는 형국”이라며 “진정으로 연합과 일치에 관심을 갖거나 그것을 위해 교회들이 노력하고 있다고 보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목사는 최근 교계에서 논란이 되고 있는 WCC를 예로 들었다. 이 목사는 “(WCC를 두고) 한국교회는 전에 없이 확연하게 둘로 나눠진 입장을 보이며 분열현상을 노골화하고 있다”면서 “세계교회의 연합을 도모하기 위한 기구의 총회가 한국에서 열리면서 오히려 한국교회의 분열을 고착화시키는 역할을 하지 않을까 우려하는 상황이 발생한 것은 역사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고 했다.

아울러 이 목사는 통일을 앞둔 한국의 상황에서 한국교회의 역할이 중요함을 역설했다. 이 목사는 “통일문제가 단순히 미래의 문제가 아니라 오늘의 문제로 둔갑할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한다면, 한국교회가 겸손히 그리고 강력하게 하나 됨을 위한 노력을 경주해야 한다”며 “김일성, 김정일이 60년 이상 하나로 엮어온 북한 땅을 온갖 종류의 ‘다른’ 기독교로 덧칠해도 좋을 것인가”라고 한국교회의 일치를 강조했다.

갱신

다음으로 김고광 목사가 ‘교회 갱신의 현황과 전망’을 제목으로 두번째 주제인 ‘갱신’을 논했다. 김 목사는 “한목협이 기치를 걸고 추진했던 세 분야 중 가장 취약했던 것은 갱신이 아닌가 생각한다”며 “이는 갱신의 문제가 바로 목회자 자신의 존재성과 정체성의 문제요 동시에 목회자체의 문제였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오늘 한국교회, 특히 목회자들에게 있어 가정 절실한 문제가 갱신임에는 이론의 여지가 없다”며 “공개적인 회개에 뒤따르는 구체적 갱신의 실천이 없었던 지금까지의 자세를 가지고는 우리 자신의 갱신을 이룰 수 없으며 더 나아가 오늘의 위기를 극복하고 한국사회를 향한 새로운 비전과 책임을 제대로 감당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김 목사는 한국교회가 시급히 갱신해야 할 것으로 ▲사회적으로까지 문제가 되는 목회자의 교회 사유화와 이에 따른 목회 세습 ▲일반사회에서 통용되는 경영학적 방식으로 목회의 성공을 가늠하는 잘못된 가치관 ▲한국교회와 목회자가 이 사회의 지도층이요 지배적인 종교라는 잘못된 의식 ▲무자격 신학교의 난립과 목회자 자질 저하의 문제 등을 꼽았다.

섬김

마지막 주제인 ‘섬김’에 대해서는 이근수 목사가 ‘한국교회 섬김의 현황과 전망’을 제목으로 발표했다. 이 목사는 “한국교회가 사회를 향해 지속해온 섬김 사역에 비해 신뢰되는 너무도 낮은 수치인 것을 인정할 수밖에 없다”며 “한국교회에 보내는 우리 사회의 신뢰가 한국교회가 지속해온 섬김 사역에 대한 평가라는 점을 우리는 깊이 고려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그는 “다양화, 전문화되는 섬김의 현장 속에서 한국교회의 섬김 또한 시대의 요청에 부응해야 한다”며 “고통과 상실로 눈물을 흘리는 이들과 함께 슬퍼하시며 민망해하셨던 예수님의 모습이 이 시대 소외된 자들과 함께 해야 할 교회와 그리스도인들의 모습이 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이 목사는 “한국교회의 신뢰는 대외적 이미지 개선 차원이 아닌 섬김 사역의 순수성과 진정성에 있음을 우리는 직시해야 한다”면서 “제도화돼 가는 사회복지시설을 넘어 한국교회 모든 구성원이 사회의 각 영역 속에서 섬김의 사역을 감당할 때 한국교회의 신뢰는 회복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