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월 10일 선한청지기교회(담임 송병주 목사)가 창립 19주년을 맞이했다. 교회를 개척해 20년 가까이 한 교회를 섬기던 목회자가 떠나고 1년간 동역하며 사역을 계승한 차세대 담임목사에게 완전하고도 아름다운 세대교체가 이루어진 시기이기도 하다. 그래서 더욱 뜻 깊은 창립 19주년에 즈음하여 송병주 목사를 만났다. 이민교회에 귀감이 되고 있는 세대교체에 대해 그저 “전임 목사님이 너무 좋으신 분”이라는 이유밖에(?) 대지 못하는 송병주 목사는 그래서 더 부담이 된다고 했다. 한 영혼을 정말 사랑했고 그 영혼을 위해 성실함을 다했던 19년여의 사역에 이제 공교한 손길을 더하기 위해 두렵고도 신중한 행보를 시작한 차세대 담임목사의 이야기다.

-은퇴를 앞둔 송(광률) 목사님은 안식년을 맞아 교회를 떠나시고, 교회는 창립 19주년을 맞이했습니다. 소감은?

하나의 언덕이 떠난 느낌입니다. 원로 목사님과의 관계가 힘들다고 노하우를 물어오는 분들이 있는데, 전임 목사님이 좋은 분인 것 외에는 특별한 노하우가 없습니다. 큰 바위 얼굴처럼 함께 있을 수 있었다는 것이 은혜였고 제겐 선한 영향력이었습니다. 그래서 더욱 부담이 된다고 해야 할까요...사역이 부담이라기보다 그분이 워낙 좋은 분이었기 때문에 ‘나도 그렇게 할 수 있을까...’하는 부담이죠.

-혹자가 노하우를 물어올 정도로 선한청지기교회의 리더십교체는 한인교회에 귀감이 되고 있습니다. 1년간 어떤 과정을 거치었나?

제도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사람이었던 것 같습니다. 1년을 함께 보냈습니다. 긴 기간을 권하고 싶지는 않습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송광률 목사님처럼 그렇게 할 수 없을 것이기 때문이죠. 1년간 함께 있으면서 단 한 번도 불편한 일이 없었습니다. 거듭 말씀드리지만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니었습니다. 목사님과 함께 보낼 수 있어서 좋았고 많은 것을 배웠습니다.

한 영혼에 대한 사랑이 정말 크셨던 분이십니다. 한 사람 안에서 우주의 가치를 알고 그 한 사람을 위해 살았다면 결코 낭비가 아닐 것입니다. 송 목사님은 그런 분이십니다. 그리고 마지막 떠나시는 날까지도 성도들에게 저를 부탁하시고 당부하셨어요. 포커스를 자신에게 두지 않으셨죠.

-변화라는 것은 설렘과 동시에 두려움이기도 합니다. 이제 선한청지기교회는 어떤 목회방향으로 나아가나?

그동안 교회 리더들과 많은 의논을 해 왔습니다. 목장별로 돌아가면서 우리 교회의 부족함과 연약한 부분에 대해 깊은 대화를 나누었습니다. 그분들 안에 있는 문제의식에 대해 저의 의견을 솔루션에 기초해 제시했습니다.

하나님이 주신 응답은, 전임 목사님을 통해 받은 성실함과 그것에 공교한 손을 더하는 것입니다. Integrity 즉 마음의 성실함과, skill 방법론입니다. 지난 첫 설교에서 성도들에게 말했던 내용이 있어요. 큰 대하에 배 띄우고 고동소리도 크게 내보겠다고 기도했더니 하나님이 종이배 띄우라는 응답을 주셨다구요. 물에 빠질 염려 없이 같이 물장구 칠 수 있는... 장차 큰 바다에 멋진 배를 띄울 수 있는 터전만 마련해 주면 될 것 같습니다. 선교하는 교회의 관점에서 예배사역과 제자훈련이 중요한 사역방향입니다.

▲창립 19주년 축하하며 송병주 목사는 장로 권사들과 함께 기념케익을 커팅했다.

-역시 함께 뜻을 모아줄 성도들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새로운 임직자들, 리더들과 더불어 새벽에 함께 무릎 꿇고 기도하는 모습이 아름답습니다.

교회는 제가 지키는 게 아니라 성도 여러분이 지켜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제게 포커스를 맞추기 보다는 전임 목사님의 사역의 열매들인 성도들과 임직자들을 세우고 그분들이 채워나갈 수 있도록 말입니다. 직분자들이 이 제단을 제사장적 사명을 가지고 섬기길 기도하고 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창립기념일 전 특별새벽기도회를 가졌고 제단 앞에 무릎 꿇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쉽게 말해서 가급적 많은 일을 연방정부가 아니라 주정부가 하게 하자고 했습니다. 당회는 교회의 모든 것을 결정하는 곳이 아닌 허브의 역할을 하는 것이지요. 대신 곳곳에 작은 당회들이 생겨나도록 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당회원은 안수집사 5명과 회의한 것을 당회의 안건으로 제출할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거치지 않으면 당회에서 안건을 낼 수 없는 것입니다. 일차 회의가 된 안건이기 때문에 당회의 절차는 훨씬 간소해지고 어느 한 사람에 독점되거나 집중되는 일은 없어질 것입니다. 또한 당회록은 일주일 안에 이메일을 통해 안수집사들까지 모두 전달됩니다. 안수집사들과 당회원이 회의했던 ‘작은 당회’의 결과를 또한 신속하고 투명하게 알 수 있는 것입니다.

또한 장로님 한분에 목자들 다섯 명씩 함께 하게 됩니다. 이것은 단순한 행정조직이 아니라 목자들을 위한 목장(초원지기)을 장로님이 하시는 것입니다. 그리고 목장편성 및 초원지기들도 모두 그들이 스스로 회의하고 의논해서 결정합니다. 교회의 서리집사 임명권한이나 구제요청 등 모든 것은 장로님과 안수집사들이 사전 회의와 원칙에 따라 하는 것입니다.

-이런 목회방향과 비전을 제시했을 때 성도들은 어떤 반응이었습니까?

대의민주주의 기반을 둔 장로교회가 어떻게 이것을 잘 실현할 수 있을까 학생 때부터 늘 고민했습니다. 그래서 교회 장로님들과 안수 집사님들과 만나 끊임없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제시이지만 솔루션에 기초한 귀납법적 제안인 것입니다. 그렇게 시작한 대화가 우리 안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정착해 가는 것입니다. 전부터 고민하고 기도하며 공부했던 것을 성도들과 함께 논의하고 풀어나가는 과정입니다.

-소통을 기반으로 한 민주주의 나아가 복음안에서 하나됨이라는 그림이 그려집니다. 특별히 오늘날에는 최첨단 디지털 기기들과 인터넷 문화가 교회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오고 있는데요?

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야 하고 그 안에서 클라이언트들이 여러 가지 형태로 네트워크 되도록 하면 됩니다. 허브 역할만 잘하면 되는 것입니다. 내가 존재할 때는 모두가 연결되도록 말이죠. 단순히 트위터나 페이스북 등을 잘 쓴다고 해서 그 역할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어떻게 쓰냐의 문제이지요. 이러한 오늘날의 문화를 통해 배우게 되는 것은 집중화 되어있는 개념들을 분산시키는 일입니다. 앞에서 잠깐 말했듯이 중요한 것은 제도가 아닙니다. 기기들을 다룰 줄 아는 것이 아닙니다. 정말 중요한 것은 교회라는 조직의 소통방식이 공개와 참여를 중심으로 전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1년이라는 시간을 통해 충분히 준비하셨고, 이제 본격적으로 목회에 임하셨습니다. 각오와 함께 성도들에게 한 말씀.

교회 성도들에게 있어 송 목사님은 아버님 같은 분이셨습니다. 그분이 떠난 상태이기에 보내드릴 시간을 충분히 드리고 싶습니다. 어느 한순간 힘낸다고 날 일도, 바꾼다고 바뀔 일도 아니니까요. 충분히 아쉬워하고 보내면서 또한 변화라는 피할 수 없는 흐름을 받아들어야 할 것입니다. 제게 포커스가 있다기보다 이 흐름을 함께 타고 넘어갔으면 좋겠습니다. 각오야 그저 열심히 하는 것, 그것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