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지가 지난 5월 보도한 바 있는 평양과학기술대학 내 김일성 영생탑과 주체사상연구센터 등 우상화 시설이 국정감사에서도 지적됐다. 기독교계 주도로 세워진 평양과기대는 지난해 9월 준공식을 마쳤으나 올 4월로 예정됐던 개교는 미뤄졌고, 향후 일정도 정해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한나라당 윤상현 의원은 5일 국회 외교통상통일위 국정감사에서 “첫 남북협력 대학인 평양과학기술대 내에 ‘김일성 영생탑’에 이어 ‘주체사상연구센터’ 건립이 확인됐다”며 이에 대한 지원 중단을 촉구했다.

데일리NK 보도에 따르면 윤상현 의원은 “원래 짓기 않기로 했는데 지었다. 누구 돈으로 지었느냐”며 “개교시 매년 600만 달러 운영자금이 들고, 5~10억원 가량의 임금을 현금으로 지급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윤 의원은 당초 이 사업의 투자규모는 400억원이지만 향후 운영자금 등을 감안할 때 전체 사업비는 2천억원에 달할 것으로 알려졌으며, 2006년 노무현 정부 당시에는 남북협력기금에서 10억원이 지원됐다고 밝혔다.

윤 의원은 평양과기대가 북한의 3대 세습을 지탱하는 인력 양성으로 전락하는 것과, 북측이 과기대에 주체사상을 필수과목으로 넣으려 한다는 것, 한국이 북측에 전수해준 기술이 살상무기 생산으로 이어질 가능성에 대해서도 우려했다.

영생탑은 1994년 김일성 사망 이후 김정일의 지시로 북한 전역에 세워진 김일성 ‘우상화’ 조형물이다. 평양과기대 내 세워진 영생탑에는 세로로 ‘위대한 수령 김일성 동지는 영원히 우리와 함께 계신다’는 문구가 조각돼 있으며, 아랫 부분에는 김일성화(花)가 조각돼 있다. 북한 주민들은 김일성 사망일(7월 8일)이나 생일(4월 15일)에 각 동리마다 세워진 영생탑에서 헌화하도록 강요받고 있다.

학교 설립을 주도한 동북아교육문화협력재단(공동이사장 곽선희·김삼환 목사) 평양과기대 관계자는 본지 보도 당시 사견(私見)임을 전제로 “간단한 문제가 아니고, 북한 체제를 먼저 이해하는 일이 필요하다”며 “성공적이라고 평가받는 연변과기대 안에도 공산당원들이 다 들어와 있는데, 이러한 문제들을 흑백으로 가를 수 있는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는 “(영생탑을) 세우지 않으면 북한에서는 학교 허가 자체가 되지 않는다”고도 전했다.

영생탑에 대한 기독교인들의 염려와 실망에 대해서는 “실망하셔야 하고, 현실을 아셔야 한다”며 “저희가 돈을 내서 학교를 지었다고 해서 모두 우리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