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산책길은 이슬이 많이 맺혔다
댐 주변에 온통 안개가 짙었다
오솔길을 헤치고 걷고 또 걷는다
풀들이 종아리를 스치고 이슬이 신발에 젖어온다
갑자기 스멀스멀
바지 속에 뭔가 있는 것이다
손으로 잡자 따끔하게 쏜다
‘아야’ 비명을 지르다가 ‘할렐루야’로 감사하였다
벌이 한방 쏘고 떨어졌다
무시하고 걷는데
가렵고 부어 오른다
오기가 나서 더 힘있게 걷는다
침을 바르고 또 바르고 기도한다
“무슨 독이 찌를지라도 해를 받지 않으며”

허리 때문에 벌침 맞으러 다니는 권사님 생각이 난다
나는 한대도 이렇게 신경 쓰이고 겁을 주는데
‘네가 이기나 내가 이기나 해보자’
돈 주고 일부러 맞기도 하는데
독은 빠지고 강성 체질이 된다면 좋으련만
오늘은 운 좋게 강장제를 맞았으니
몇 십 배 건강해질 것 같다
헤 집고 다닌 것이 누군가를 열나게 한 것이다
그러나 벌아 네 죽음으로 나는 보약 주사를 맞았으니 감사하다
벌이 쏜다 할지라도 나는 걷고 또 걷고
남이 가지 않은 길을 계속 가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