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태환 선교사가 8월 23일 필리핀 파식 근처 도로상에서 무장괴한들에 의해 순교한 후, 필리핀의 재외동포들은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현재 시민들은 매일 불안감 속에 보내고 있으나, 사고 직후 필리핀 정부의 대응은 아직도 미미한 실정이다. 범인 색출이 빨리 진행되지 않는 범인들이 무장한 상태라는 점 때문에 현지 경찰들이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려 할 뿐 아니라, 정부 예산 부족으로 수사비가 없기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한국인에 대한 살인 사건이 지난 10년간 17건이나 일어나고 있음에도, 지금까지 범인검거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점 때문에 필리핀 속 한국인들은 더욱 공포에 빠져 있는 실정이다.

필리핀 내 화교들의 경우 동포가 이런 피해를 입을 경우 자체적으로 엄청난 현상금을 걸어 범인 검거에 적극 나서고 있을 뿐 아니라 현장 사살을 원칙으로 하고 있어, 최근 화교들에 대한 피해는 없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이에 필리핀 한인총연합회 역시 현상금 10만 페소(한화 약 250만원)를 걸고, 범인 검거에 나섰다. 이 일에 앞장서고 있는 조현묵 선교사(임마누엘한인교회 담임)는 “필리핀에 선교사가 약 2,000여명, 가족까지 약 8,000여명이 있는데, 더 이상 이러한 사건이 재발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섰다”고 밝혔다.

이러한 상황에서 필리핀 이혜민 대사는 지난 3일 마까티 경찰청에서 필리핀 경찰총수와 필리핀 전체 경찰 수뇌부 25명이 함께한 가운데 약 3시간 30분에 걸친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에서 필리핀 정부는 현재 일어난 무장 강도 사건에 대하여 특별 전담반을 구성해 범인 검거에 나서고 있다고 답했으며, 경찰 영사를 파견하겠다는 한국측 입장에 대하여 적극 검토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박일경 한인총연합회 회장은 “부족하지만 오늘 회의에서 많은 부분에 진전이 있었다”며 “필리핀 정부가 이번처럼 적극 반응하기는 처음으로, 지켜보면서 대응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