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 다른 환경 속에서 형성된 각기 다른 기질을 가진 두 사람이 부부가 되어 살면서 싸우지 않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사실 사랑이 없는 곳엔 갈등도 없다. 갈등한다고 사랑하지 않는 것도 아니다. 그러므로 ‘왜 갈등하고 싸움이 일어나는가’라는 보다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답을 깊게 파고들 필요가 있다. 작년 10월 출판된 이후 교보문고 등 주요 서점에서 베스트셀러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남편 성격만 알아도 행복해진다’(부제 ‘부인 성격 알면 더 행복해진다)의 저자 이백용, 송지혜 씨가 깨달은 명쾌한 해답을 듣기에 앞서 우리는 먼저 중요한 결심을 해야 할 것이다. 이제부터 알게 될 남편, 또는 아내의 ‘잘못된 점’이 아닌 ‘다른 점’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존중해 주어야 한다는 것을 말이다.

‘남편 성격만…’을 보면 부부싸움의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성격차이임을 알 수 있는데, 또 한 가지 뒤늦게 깨닫게 되는 것은 ‘무지가 싸움을 불러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이다. 상대방의 기질을 알고 나의 기질을 안다면 서로에 대한 오해를 최소화할 수 있으며, 무시당했다는 생각 때문에 애당초 불필요한 싸움을 하지 않을 수 있다. 이백용 씨(바이텍 시스템 대표, CBMC 대학 팀장)와 송지혜 씨(한국피아노교수법연구소 소장, 숙명여대 교수)는 집안이나 성장배경에 공통점이 많았지만 13년 동안이나 서로를 제대로 알지 못했기에 갈등이 깊었다고 회고했다.

“양가 집안이 3대가 크리스천이고, 같은 교회를 다녔습니다. 또 두 집안 모두 사업을 하고 양쪽 모두 웬만큼 교육을 받는 등 공통점이 많았는데도 날마다 부딪히는 사소한 문제들 때문에 싸움이 잦았어요.” 꼼꼼하고 질서정연한 전통주의적인 남편 이 씨와 발랄하고 자유로운 것이 좋은 경험주의적인 부인 송 씨가 급기야 서로에 대해 ‘바가지 긁는 쫀쫀이 남편’과 ‘급하고 덜렁거리는 불량품 아내’로 전락해 버리고 말았다. 설상가상으로 회사 문제와 집안 갈등 등의 문제가 겹치면서 기진맥진한 이 씨 부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MBTI를 배웠다. 일주일 간 하와이에서 진행된 랜 피어 목사의 MBTI 강의는 놀랍게도 이 씨 부부에게 제 2의 인생을 선사했다. 이백용 씨는 “하나님이 실수로 만든 ‘불량품’인 줄로만 알았던 아내가 하나님께서 나와는 다르게 만드신 ‘정품’인 것을 깨달았다”며 “이는 또 다른 충격이었다”고 고백했다.

알고 보니 남편 이 씨는 내향적이고 전통주의적인 ISTJ형이고 아내 송 씨는 외향적이고 경험주의적인 ESTP형이었다. “모든 인간은 하나님의 형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인간이 하나님의 성실함(혹은 완벽함), 열정, 사랑 등 수만 가지 모습을 다 가진 것은 아닙니다. 때로는 장점이 너무 강해 약점이 되기도 합니다.” 이 씨는 계속해서 말했다. “‘강한 자가 마땅히 연약한 자의 약점을 담당하라’(롬15:1)고 바울은 말했습니다. 내게 있는 장점으로 상대의 약점을 보완해 주어야 하는 것이죠.”

송 씨도 “MBTI는 갈등의 원인을 이해하도록 돕고, 쉽게 갈등을 해결할 길만 제시할 뿐”이라고 거들었다. “우리는 그 무엇으로도 쉽게 풀리지 않는 수많은 문제들을 성경말씀으로 해결하려고 했어요. 성경에 나온 말씀을 서로 확인하면서 무조건 그 말씀에 순종하는 것이 우리 부부의 룰이었죠.”

사랑하지만 헤어질 위기에 처한 수많은 가정들에게 이 씨가 조언해 주고 싶은 말은 “노력해 보라”는 것이다. 그는 “가정을 이루기 위해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하지 말고, 좋은 가정을 꾸려나가기 위해 에너지를 쏟으라”고 충언했다. 그리고 부부 갈등 상황에서 절대 포기치 말고 ‘회복된다’는 믿음을 갖고 노력하라고 말했다. “추구하는 가치관이 다를 경우 근본적인 갈등 해결은 어렵습니다. 특히 하나님의 말씀을 중심 삼고 하나의 가치관을 형성해 나가는 일이 중요합니다. 결국은 말씀과 기도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이죠.” 송 씨는 부부 갈등을 해결하려면 하나님의 개입과 역사 없이는 불가능하다고 거듭거듭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