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 그라운드 제로 모스크 건립 건과 관련, 이슬람 극단주의자들로 인해 9.11 테러가 일어나 3000여 명의 목숨을 앗아간 이 곳에 꼭 이슬람교의 성전이 세워져야 하느냐는 것을 두고 기독교 지도자 간에도 그 의견이 다양하게 나타나고 있다. 정치적인 문제인가, 종교자유의 문제인가?

현 남침례교단(SBC) 회장을 맡고 있는 브라이언 라이트 목사(마리에타 존슨페리침례교회)는 종교적 자유에 관한 관용적이지만, 뉴욕 그라운드 제로 모스크 건립건만큼은 반대한다는 의사를 나타냈다.

라이트 목사는 “우리는 확실히 미국의 종교자유를 원하지만, 동시에 교회와 모스크, 회당 등을 짓는 것은 언제나 주변 환경과 주민들의 의견에 영향을 받는다”며 “사실상 모스크가 뉴욕 중심부에 세워진다면, 무슬림 세계에서는 점령지와 같은 곳으로 인식될 것이며, 테러 희생자 유가족들의 가슴에는 대 못이 박힐 것”이라고 의사를 표했다.

한편 모스크 건립을 찬성한다는 의견도 있다. 애틀랜타 티모티 맥도널드 목사(퍼스트이코니움침례교회)는 “현실만을 볼 때, 9.11 테러는 이슬람이 아니라 알 카에다가 저지른 일이다. 모든 종교에는 극단주의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할 것”이라면서 “이 같은 작은 문제에 민감하게 반응하기에 미국이란 나라는 너무 크고 위대하다”며 종교자유를 인정해야 할 것을 역설했다.

지난 13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백악관에서 미국 내 무슬림 지도자들을 초청해 가진 이프타(라마단 기간 중 해가 진 후 하루의 단식을 마무리하는 식사) 자리에서 “미국 시민으로서, 대통령으로서 나는 이 나라에서 무슬림들이 그들의 종교를 실천할 동등한 권리를 갖고 있다고 믿는다”면서 “이러한 권리는 맨하탄에 있는 그들의 사유지에 이 지역 법규에 따라 예배 장소이자 커뮤니티 센터를 지을 수 있는 권리도 포함한다고 믿는다”고 밝혔다.

이에 보수주의 계의 즉각적인 반발이 있었고, 오바마 대통령은 모스크 건립에 관한 직접적인 지지 의사는 아니었다고 해명했지만, 기자들과의 대화에서 ‘정부는 모든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해야 한다는 원칙을 강조하며, 발언에 대한 ‘후회가 없다(No regrets)’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틀랜타 신학교수 사이에서도 의견은 마찬가지로 엇갈린다. 머서대학 맥아피신학원 기독교윤리학 전공 데이빗 구쉬 교수(신학과 공공생활 센터 디렉터)는 “9.11테러의 슬픔과 무슬림을 향한 두려움이 종교자유를 침범해서는 안된다”고 주장했다.

에모리 대학 존 윗 교수(법과 종교 연구센터 디렉터)는 “종교자유는 소중하게 보존돼야 할 미국의 고유 가치임에 분명하지만, 이 같은 민감한 사안의 경우, 종교자유라는 제 1개정안만을 내세우는 것은 다소 무딘 도구”라며 “종교 자유는 언제나 적절한 시간과 장소, 적당한 규율을 필요로 하는 데, 특히 종교적 건물 건축과 관련한 문제는 주변인 그리고 타인의 권리와 필요도 반영돼야 한다. 말할 권리가 있다고 해서, 극장에서 소리를 지르지 않듯이 환경이 부적절하다면 권리의 무조건적 주창이란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반대의사를 표시했다.

뉴욕 그라운드 제로에 건립을 추진 중인 모스크와 이슬람 커뮤니티 센터는 수영장, 농구장, 500석의 오디토리움, 식당, 요리학원, 도서관, 예술 전시관, 차일드케어 서비스도 있어 방문객들과 뉴욕 주민들에게 문화적 혜택을 제공하면서, 모스크에 자유롭게 접근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 같은 논쟁에 대해 애틀랜타 이슬람 변호인협회 총 디렉터인 소마야 칼리파 씨는 “만약 다른 종교가 이 같은 일을 펼치려 했다면, 이만큼의 주목은 받지 않았을 것”이라며 “마치 이슬람 공포증이 뉴욕, 그리고 미국 전역에서 일어나는 것 처럼 보인다. 이것은 우리 모두의 종교자유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것”이라고 대응했다.

한편, 최근 CNN과 오피니언 리서치 코퍼레이션이 미국 성인을 대상으로 실시한 공동 여론조사 결과에 따르면 미국민 10명 중 7명은 9.11 테러 현장인 뉴욕 그라운드 제로 인근에 메가 모스크가 들어서는 것에 반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