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에서 승리한 사람에게선 근원을 알 수 없는 자신감이 묻어난다. 여승무원 1호 박사 이향정 교수(39)의 밝고 빛나는 얼굴에는 큰 싸움을 치른 후 승리한 사람만이 느끼는 ‘기쁨’이 서려있었다.

대한항공에서 18년간 스튜어디스로 근무하고 현재 백석문화대 관광학부에 재직 중인 이향정 교수. ‘비행소녀’에서 교수가 되기까지 그녀가 걸었던 길엔 늘 하나님께서 동행하셨다. 때로는 지치고, 때로는 좌절했지만 그 분이 계셨기에 지금 와서 돌아보면 지루했던 싸움조차 “즐거웠다”.

1998년 대한항공에 입사한 후, 이 교수는 20대 여성이 가장 선망하는 직업인 스튜어디스로 살아가며 ‘박사’라는 또 다른 도전을 감행했다. 청소년기 갑상선이 좋지 않아 병원치료를 하느라 못다한 공부에 대한 미련이 남아서였고, 교사가 되고 싶었던 꿈을 교수로 풀고 싶기도 했다.

하지만 여러 가지 길을 모색했지만 쉽지 않았다. 전문대 졸업이라는 학력과 20대 후반이라는 나이는 새로운 도전을 시도하기엔 너무 높은 벽처럼 느껴졌다. 앞날에 대한 막막함과 혼란스러움으로 방황의 나날이 이어졌다. 시름을 잊고자 외국으로 비행을 나갈 때면, 동료나 선배들을 따라 한인교회를 나가기 시작했다. 교회에서 말씀을 들으며 그간 자기중심적으로 살았던 삶을 돌아보게 됐다. 하나님께서 도우시지 않으면 자신은 아무것도 아닌 존재임을 깨달았다.

자기를 비우자 오히려 삶에 대한 용기가 샘솟았다. 빌립보서 2장 13절 말씀을 붙들고 ‘소원을 두고 행하게 하시는’ 하나님께서 주신 소명의식을 확신하며 믿음의 도전에 나섰다. 10년간 학업과 직장일을 병행하는 ‘주경야독’의 삶을 살았다. 휴가는 모조리 수업을 듣는데 썼기 때문에 제대로 된 휴가 한번 못 가봤다. 시차적응과 체력 등으로 힘이 들 때면, 포기하고 주저앉고 싶었다.

뉴욕으로 비행을 다녀왔던 어느 날엔 거의 이틀 넘게 잠을 한숨도 못 잔 채 수업을 오전 9시부터 오후 9시까지 내리 들은 적도 있었다. “수업을 마치고 내려오는 계단이 아른거리더니 헛디뎠어요. 아픈 발을 부여잡고 ‘이게 과연 잘하는 일일까’ 생각하며 하늘을 바라보는데 반짝이는 별 하나가 말을 하는 것 같았어요. ‘이향정, 넌 오늘 귀중한 하루를 보람있게 보냈어. 언젠가 나처럼 이렇게 빛나는 순간이 찾아올거야.’”

심신이 지친 상태로 집으로 돌아오던 그 날 밤, 우연히 어느 교회에 걸린 플랜카드엔 이런 말씀이 적혀 있었다. “나의 가는 길을 오직 그가 아시나니 그가 단련하신 후에는 내가 정금같이 나오리라(욥 23:10)” 그 구절을 보자 이 교수의 눈에선 눈물 한 방울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밑바닥의 순간에서도 붙드시는 하나님의 손길이 느껴졌다.

당시 겪었던 고난와 역경은 더 큰 축복으로 열매 맺었다. 이 교수의 마음에는 지난날의 고통을 씻어주는 성취감에서 오는 기쁨과 꿈을 이뤄주셨다는 감사함이 넘친다. 이 교수는 “미미하고 부족하지만 하나님께서 용기와 자신감, 능력을 주셔서 이렇게 무언가 이뤄냈다는 것이 기쁘다”면서 “승무원 시절, 비행스케쥴 때문에 주일성수를 하지 못했는데 요즘은 교직원예배, 채플 등 일주일내내 학교에서 예배를 드릴 수 있어 가장 행복하다”고 말했다.

현재 백석문화대에서 항공경영서비스와 관광경영 등을 가르치는 이 교수는 특성화사업단 주임교수를 거쳐 관광학부 학부장 및 항공서비스 전공 교수를 맡아 후학을 양성하고 있다. 최근에는 ‘하늘을 나는 여우, 스튜어디스의 해피플라이트’(열음사)라는 자기계발서를 집필해 승무원의 꿈을 꾸는 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다.

이 교수는 “학생들에게 자신의 스토리가 ‘긍정의 메시지’로 남았으면 한다”면서 “청년들이 현실에 안주하지 말고 꿈을 갖고 도전하라”고 조언했다. 이 교수는 가장 좋아하는 구절인 빌립보서 4장 13절(내게 능력 주시는 자 안에서 내가 모든 것을 할 수 있느니라)를 들며 “젊은이들이 진정으로 믿고 기도하고 구하고 찾는 사람에게 하나님께서 응답하심을 몸소 체험하길 바란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