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도 잊혀지지 않는 글 중에 "고통 없이는 사람의 마음이 비워지지 않는다. 비워지지 않은 그 마음에는 삶의 울림도 없다"가 있다. 이 말에 공감한다. 고통과 역경을 겪으면서 인생을 바로 알게되는 것이다.

김영자(가명)는 술취한 아버지에게 매를 맞아 쓰러진 어머니에게서 8개월도 채 못되어, 조산으로 세상에 태어났다. 그녀는 발육이 느리고 아픈 데가 많고 공부의 진도가 다른 아이들에 비해 쳐져서 언제나 찬밥신세였다. 그녀는 자신의 그 모습이 너무도 싫었다. 왜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공평하지 못할까? 출발은 그 일생의 성패를 좌우하는데 자신은 왜 남보다 쳐진 출발을 해야 하는가?! 그녀는 자살할 마음을 가지고 있다가 어느날 생각을 바꾸었다.

그녀는 "나는 승리 하리라" 결심하고는 우선 건강해야 한다는 신념으로 뛰기를 시작하여 쉬는 날이 없고 공부도 열심히 해서 고등학교를 좋은 성적으로 졸업하고 대학의 영문과에 입학했다. 마치 빠른 토끼는 신나게 달리면서 느린 거북이를 비웃다가 잠들었지만, 거북이는 그 수모를 게이치 않고 계속 달려 목적지에 먼저 가서 만세를 부른 것처럼 말이다.

그때부터는 과외교사를 하며 학비는 물론 부모님께 용돈까지 주며 대학을 졸업하고 동시에 서울의 모 여학교의 영어선생으로 취직을 하면서 생존경쟁이 심한 사회에 좀 더 깊이 들어섰다. 그곳은 상하서열이 엄격하고 학교측에 협조하는 사람과 그 반대편에서 사사건건 비판적인 그룹이 있는가 하면 대부분은 몸을 사리며 자기 실속만을 챙기는 사람들을 보면서 자신도 교육자의 모습이 흐려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그 와중에 어느날 친구의 소개로 인류대학을 나와 출판사를 한다는 이 사장을 소개받고 만나게 되었다. 묘하게도 만날 때마다 그의 유머에 매력을 느끼고 또한 좋은 선물에 매혹되어 언제부터인가 만나면 저녁 먹고 호텔로 가는 것이 정한 코스가 되어 버렸다. 김선생은 어느 주말에 이 사장이 사는 수원에 내려가 이씨의 정체를 알아보고는 기절했다. 세상에 이런 사기꾼이 어디 있다가 내게 귀신처럼 붙었는가! 이 사장이라는 작자는 고등학교 출신에 인쇄기 한 대 놓고 겨우 살아가는 형편에 더욱이 아내와 자녀가 있는 소문난 바람둥이였다. 배신에 치를 떨던 그녀는 이 사장을 불러내어 여전히 눈 하나 깜짝 안하고 거짓말을 태연스럽게 늘어놓는 그에게 호적등본을 내어 놓았다. 그리고 사기죄로 형무소에 갔다 온 사실도 꺼내자 더 말을 못 하고 그 자리를 떴다.

김영자는 서울에 올라와 병원에 입원하고 며칠간 많은 생각을 했다. 자신의 태어날 때 부터의 불행, 교육기관의 추태, 사기꾼에게 걸려들어 육체와 마음을 다 빼았긴 창녀같은 자신의 모습, 거짓과 사기 그리고 악한 사람들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선한 사람들을 해치고 활개치며 다니는 세상이 싫어지고 살 의욕마저 잃었다.

그래서 탈출구로 미국 시민인 오빠의 초청으로 미국에 이민왔다. 오빠가 하던 세탁소에서 일하며 모든 꿈과 욕심을 접고 오직 남들을 위해 봉사하며 살 생각으로 야간 신학교를 졸업하고 중형교회의 전도사로 일하게 되었다. 여기에서 또 한번 실망한다. 정말 거룩한 성직자도 있고 성실한 교인들도 있지만 차라리 목사가 안 되었으면 자신이나 교인들을 위해서도 좋았을 사람들을 많이 만나게 되고 또 장로라는 사람들이 교인들의 천국문을 가로막고 있는 것을 보며 슬퍼졌다.

어느 흥미로운 이야기가 있다. 이란 왕궁의 현관을 장식한 거울 모자이크가 세계적으로 유명한 예술품이 된 배경을 알고나면 뜻밖의 사실이 있다고 한다. 벽, 천장, 기둥이 모두 작은 거울로 모자이크되었고 조명 장치가 잘 되어 무지개 색갈로 반짝이는 현관은 전체가 아름다운 미술품이다. 그런데 원래의 계획은 거울판을 부치는 것이었는데 그 계획이 바뀐 것이다. 유럽에 주문한 거울이 오는 도중에 부서져서 못쓰게 되었다. 그때에 한 미술가가 나타나 새로운 아이디어를 내서 깨어진 크고 작은 거울들을 여러 가지 모양으로 맞추어 놓았더니 전혀 생각치 못한 새로운 작품이 된 것이다.

그렇다. 김 전도사는 이런 상황에서 좌절하지 않고 다시 새로운 교훈을 얻었다. 자신도 이모저모로 깨어진 상처들을 묶어서 남을 섬기는 일로 자신을 치유하며 나아가서는 주위 사람들을 도와주면서 삶의 보람을 느끼며 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