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의 역할을 둘러싼 보수주의자들과 자유주의자들 간 갈등이 여전한 가운데, 영국 성공회가 2014년까지 여성 주교를 임명할 수 있도록 하자는 입법안을 가까스로 통과시켰다.

종교회의 투표 전까지도 재검토를 요구하는 보수주의자들의 주장에 부딪혔던 이 안은 자유주의자들의 강력한 지지에 힘입어 통과됐으며, 이제는 지역 교구들의 검토 과정을 거칠 예정이다. 각 교구들은 2012년까지 이 안에 대한 보고를 마쳐야 하며, 종교회의의 최종 표결을 거쳐 여성 주교 임명 여부를 결정짓게 된다. 이 모든 과정은 2014년이 돼야 마무리될 것으로 보인다.

여성 주교 임명은 동성결혼 축복, 동성애자 사제 허용 문제와 함께 세계 성공회 내에서 가장 첨예한 대립을 낳아 온 문제다. 영국 성공회가 2년 전 마련한 여성 주교 허용 입법안은 자유주의자들로부터는 환영을 받았지만 보수주의자들 사이에서는 반발을 일으켜 왔다.

보수주의자들은 예수 그리스도의 제자들이 모두 남성이었으며, 여성 주교를 지지하는 기록은 성경 기록과 교회사를 통틀어 어디에도 없다는 점을 주장해 왔다. 반대로 자유주의자들은 여성 사제는 허용하면서 보다 큰 권한을 갖는 주교직으로의 진출은 막아 놓는 것은 모순적이며 시대에 떨어지는 발상이라고 맞서고 있다.

이 가운데 일부 보수주의자들은 입법안에 반발해, 가톨릭으로의 개종을 감행하기도 했다. 특히 작년 10월 교황 베네딕토 16세가 예배, 사제의 결혼 등 성공회의 전통은 유지하면서도 가톨릭으로 개종할 수 있도록 교회법을 마련한 데 따라 개종자 수는 더욱 증가했다.

이에 로완 윌리엄스 캔터베리 대주교는 보수주의자들의 불만을 감소시키기 위해, 남성과 여성에게 주교로서의 동등한 지위를 허락하되 여성 주교를 원하지 않는 교구는 남성 주교의 관할 아래에만 있을 수 있도록 선택권을 주자는 내용의 타협안을 제시하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타협안은 근소한 표차로 통과되지 못했으며, 뉴욕 타임즈는 타협안의 부결은 보수주의자들의 교단 이탈 위협을 없애는 데 실패했음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