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는 60 대 중반의 그리스도인이며 이중 문화권에서 생활하고 있습니다. 약 40 여년 전 한국에서 미군으로 근무했던 남편을 만나서 미국에 오게 되었는데, 첫째 남자 아이가 세 살 정도 되고, 둘째 남자 아이가 태어나서 얼마되지 않았을 때, 미국인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집을 나가 버렸습니다. 결혼하기 전에는 몰랐는데, 그는 미국에 오자마자 하는 일 없이 술을 마시기 시작하더니, 어느 날 그만 집을 나갔던 것입니다. 저는 두 아들을 데리고 살아오다가 큰 아들이 고등학교, 작은 아들이 중학교 때, 집 안에 어떤 한국인 남자 분에게 방을 하나 세로 주었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그 사람과 서로 좋아 지내게 되자, 우리는 아이들 모르게 밖에서 결혼을 하고 돌아 왔습니다.

이때부터 큰 아들은 알코올 중독으로 빠지고, 작은 아들은 마약에 손을 대면서 청소년 감방에 드나들었습니다. 세월이 지나 큰 아들이 삽십이 넘었는데, 아직 결혼도 못하고 직장에 들어가서 월급을 타면 그 날로 어디론지 사라져서 돈을 다 쓰고 나타납니다. 한 두 번 그러는 것이 아니고 번번이 그럽니다. 어느 직장에서 그런 사람을 받아 주겠습니까? 겉으로는 멀쩡한데 그 아들의 고질적 습관을 어떻게 고칠 수 있을까요?

A: 연락 주셔서 감사 합니다. 젊은 시절 한국에서 미국 남편을 만나 그를 믿고 미국에 건너오게 되었는데, 오자마자 그의 이상한 행동을 보고 얼마나 당황이 되시고 답답하셨겠습니까? 뿐만
아니라, 어린 두 아들을 남겨 두고, 무책임하게 떠난 남편을 보면서 앞날이 얼마나 걱정이 되고 불안하셨겠습니까? 혼자서 그들을 키우기가 버거워 새 남편을 만나신 것 같습니다. 그러나, 자녀들과 충분한 대화를 나누지 않고, 새 남자와 결혼식을 치르고 돌아왔을 때, 사춘기를 지나는 두 아들은 무척 당황이 되고 깊은 충격을 받았을 것으로 여겨집니다. 어제까지 그저 같은 집에 사는 좋은 아저씨로만 알았던 사람이 하루 아침이 아버지가 되어, ‘아버지 (dad)’라고 불러야 하는 것이 그들은 이해하기가 힘들었을 것입니다.

프로이트, 융, 에릭 에릭슨과 같은 정신 분석 혹은 분석 심리 계통의 심리 학자들에 의하면, 어린 아이가 태어나서 처음 5-6년의 초기 성장 과정에 어떤 일이 일어나고 아이가 감정적으로 느끼느냐에 따라서, 그/ 그녀가 청소년기를 거쳐 어른이 되어가는데 심리적으로 중대한 영향을 끼치게 됩니다. 큰 아들이나 작은 아들이나 매우 어린 시절 아버지가 그들을 떠났다는 사실을 그들은 받아들이기 매우 힘들었을 것입니다. 어린 시절 특히 아버지는 권위의 인물로 아이들의 보호자가 되고 버팀목이 되어야 하는데, 그 보호자와 버팀목이 어느 날 말없이 없어져 버린 것입니다. 아버지 상실에서 오는 깊은 불신(deep distrust)을 그들은 세상에 태어나자마자 충격적으로 경험했던 것입니다. 청소년 시절, 자신의 정체성 (self-identity)가 형성되기도 전에, 어머니가 어느 날 다른 남자와 결혼하고 돌아 왔을 때, 그들은 또 다른 불신을 깊이 경험한 것입니다.

이와 같은 이중적 불신과 무시당한 느낌은 그들에게 정체성 혼란과 위기로 몰아갔고, 어머니를 믿고 의지했던 마음은 갈피를 잡지 못하고 방황하면서 큰 아들은 알코올로 작은 아들은 마약으로 빠지게 된 것입니다. 이런 심리적 미해결의 문제들이 처리되지 않았기 때문에, 큰 아들은 나이가 삽십이 넘었지만, 결혼을 못하고 직장에 적응도 못하고 있는 것이지요. 착한 아이들이 무책임한 부모님들 때문에 망가져 버렸어요. 이제라도 어머니께서 큰 아들과 작은 아들에게 용서를 구하시기 바랍니다. 어린 애들이 뭘 알겠는가 싶어 ‘너희 아버지 멀리 가서 사고로 죽었다’라고 말해 버리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할지라고, 어린 아이들의 가슴 속에는 그들을 떠나버린 아버지에 대한 상실감과 분노가 오버랩 (overlap)되는 겁니다. 아이들의 억압된 분노라는 기름에 어머니께서 불을 그어버린 것이나 마찬가지지요.

큰 아들이 월급을 받는 날로 어디론가 사라져서 그 돈을 몽땅 써버려야 다시 나타나는 것도 사람들을 믿지 못하고 깊이 불신하는데서 생기는 고질적 습관입니다. “네 마음을 잘 몰라서 너와 충분히 얘기하지 않고 결혼하고 돌아와서 네가 얼마나 당황이 되고 놀랐겠니? 정말 미안하다. 용서해 다오.” 두 아들을 다른 시간에 각자 따로 만나서 솔직한 마음을 내려 놓으시기 바랍니다. ‘지난 일을 공연히 들추어 내면 서로가 더 고통스럽지 않을까’하는 마음이 들 수 있겠으나, 하나님께 지혜를 구하고 반드시 이런 시간을 갖으셔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두 아들은 점점 더 망가져 갈 것입니다. 가정이나 사회에 부적응자로 힘들게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하나님의 자비와 긍휼이 성도님과 두 아들에게 임하기를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