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은 시간과 세대를 가로질러 우리 영혼에 사상과 감성과 본질을 전달한다.”-필립 얀시

<크리스천 리더 22인이 말하는 내 영혼을 바꾼 한 권의 책(위즈덤로드)>이 발간됐다.

책에는 존 스토트, 제임스 패커 등 금세기 영·미권 최고의 크리스천 리더 22인이 꼽은 ‘나를 변화시킨 책’들이 수록돼 있다. 또 풀러신학교 총장인 리처드 마우(Fichard Mouw)나 워십리더이자 피아니스트인 페르난도 오르테가(Fernando Ortega), 윌로크릭교회 빌 하이벨스(Bill Hybels)나 동기부여 전문가 지그 지글러(Zig Zigler) 등 136명의 교회 지도자들이 추천한 ‘자신의 신앙과 삶에 영향을 준 책 3권’도 부록에서 소개된다.

“성경을 제외하고, 당신의 인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줬던 책은 무엇인가”에 대한 설문 결과다. 가능하면 세 권 이하로 대답해달라는 것 외에는 반드시 기독교 세계관을 반영하는 책이어야 한다는 제한조차 두지 않았다.

서문을 쓴 필립 얀시(Philip Yancey)나 책을 편집한 스캇 라슨(Scott Larsen) 모두 책 읽기의 중요성을 역설한다. 책의 방점 역시 거기에 찍혀있다. 필립 얀시는 “서구 문화가 하루종일 안락의자에 파묻혀 패스트푸드를 먹으며 랩 음악을 듣고, <서바이벌> 같은 리얼리티 쇼 프로그램의 재방송이나 보는 또다른 암흑시대로 진입한 것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든다”며 “중세 암흑시대의 교회가 그랬던 것처럼 문학과 지식을 보존하기 위해 어쩌면 교회가 다시 부름받게 될지 모르겠다”고 현 세태를 개탄한다.

그에 따르면 미국의 독서 경향은 편중되고, 흥미 위주로 재편되고 있다. 1940년대 베스트셀러 작가들은 어니스트 헤밍웨이나 존 스타인벡, 윈스턴 처칠, 윌리엄 서머싯 몸 등이, 1970년대 후반의 베스트셀러 작가들로는 헤밍웨이, 헨리 그린, 존 업다이크, 알렉산드르 솔제니친, 톨킨 등이 있었지만. 1990년대에는 10년간 베스트셀러 50권 가운데 41권이 법정 스릴러 전문가인 존 그리샴, <쥬라기 공원>을 쓴 마이클 크라이튼 등 6명의 저자들이 쓴 것이었다.

얀시는 “우리는 독서 경향이 이렇게 변한 것에 고개를 가로저으며 혀를 차거나 이런 상황을 바꾸기 위해 결연히 노력할 수도 있지만, 만약 그렇게 하기 원한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 나가면서 기독교계 명사들의 인생을 바꾼 책들을 만나는 일보다 더 좋은 출발은 없다”고 말한다.

스캇 카슨은 “무엇을 읽을지 결정하는 일은 참으로 중요한데, 영이 피폐해질 만큼 우리는 위대한 기독교 성인들의 저작을 무시한다”며 “현대 작가들의 저작 중에는 성인들의 것만큼이나 위대한 책도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현대 작가들의 글만 제한적으로 읽어서는 안 된다”고 거든다.

그래서 현대 작가들도 옛 글들을 자주 인용하는데, 그들이 인용하는 옛 글들에는 단절된 시간을 연결시키고 우리에게 영의 양식을 먹이는 거의 잊혀진 작가들의 지혜도 포함돼 있다. 카슨은 “그러나 불행하게도 이런 글과 지혜는 오래전 거의 모든 서점 선반에서 사라지거나 오늘날 평범한 그리스도인들에게는 거의 알려지지 않은 저자, 성인, 그리고 사상가들에게서 나왔다.

예를 들면 지난 1974년 발표된 ‘로잔 언약’ 핵심 입안자이자 <기독교의 기본 진리(생명의말씀사>, <그리스도의 십자가(IVP)> 등 명저를 저술한 존 스토트(John R. W. Stott)는 J. C. 라일 주교의 <거룩>을 꼽았다. 캠브리지대학 시절 영적으로 연약해 거룩에 대한 다양한 가르침을 소개받았으나, 이 책을 읽고 난 후에야 비로소 거룩을 제대로 알게 됐다고 한다. 그는 “<거룩>은 비록 쓰인지 100년도 더 지났지만, 결코 식상한 책이 아니다”며 “그의 책을 읽기로 마음먹었다면 책 전체를 관통하고 있는 ‘수고 없는 이득은 없다’는 주제를 주목해 보라”고 권한다.

크리스채너티투데이 상임 편집위원이자 <하나님의 놀라운 계획>, <하나님을 아는 지식> 등을 쓴 제임스 패커는 ‘잘 알려진’ 칼뱅의 <기독교 강요>를 추천했다. 고전인데다 굉장히 두껍고 방대한 내용인 이 책에 대해 “지난 세월을 회고해 볼 때 <기독교 강요>는 내가 그리스도 안에서 성장하며 나쁜 영향을 끼치는 세상의 것들을 뛰어넘어 나갈 수 있도록 도와줬다”며 “현대적으로 이야기하면 나의 기독교적 틀을 형성하는데 크게 기여했다”고 말하고 있다.

22+136명에 달하는 지도자들은 독특한 은사와 하나님의 인도와 지혜를 통해 무려 710권의 책을 소개하고 있다. 가장 많은 저자들에게 선택받은(?) 저자는 누구일까? 얀시는 “이 책을 읽으면서 C.S. 루이스의 이름이 가장 많이 등장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며 “그는 <순전한 기독교>, 즉 문화와 교단을 초월하는 공통적인 믿음의 핵심에 초점을 맞추고 반복되지 않는 수려한 문체로 영원한 진리를 우리에게 상기시켜 준다”고 답한다.

카슨은 “당신이 서점의 서가를 뒤지며 책을 찾을 때, 이 책에 들어있는 간증들이 당신을 안내하도록 내버려 두라”며 “비록 당신이 읽는 책들이 하얀 페인트통에 떨어지는 한두 방울의 빨간색 페인트처럼 아주 미세한 변화만 줄지라도, 결국 삶의 방향을 바꿔주는 몇 권의 책을 발견하게 된다”고 제안한다.

아직 독서의 계절은 오지 않았지만, 휴가철 한 권의 책을 들고 떠나기 위해 여기 소개된 710권 중 한 권을 찾으러 서점이나 헌책방에 가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