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버티대학교가 종교적 배경에 대한 위조 의혹이 제기된 어건 캐너(Ergun Caner) 신학교 학장에 대한 조사 끝에, 6월 말이면 계약이 만료되는 그의 임기를 연장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이 일제히 보도했다.

캐너 학장은 신실한 무슬림 가정에서 코란에 기초한 엄격한 이슬람 교육을 받았으나 10대에 이르러 기독교로 개종한 것으로 스스로 밝혀 왔으며, 미국에서 2001년 9.11 테러 이래 기독교 인사 가운데 이슬람에 능통한 전문가로 알려지며 부상해 왔다.

그런 그는 무슬림에서 개종한 기독교인으로서는 최초로 지난 2005년 리버티대학교 신학대학 학장에 임명됐으며, 그의 임기 기간 학생 수가 기존의 3배 가량인 4천여 명으로 증가했다.

그러나 얼마 전부터 미국 교계에서는 자신의 종교적 배경에 관한 캐너 학장의 발언들 사이에 모순이 존재한다는 의혹이 본격적으로 제기되기 시작했으며, 이는 특히 이슬람과 관련한 그의 전문성 결여를 비판하는 목소리와 맞물려 그가 내세우는 종교적 배경이 사실이 아니거나 일부 꾸며졌을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교계뿐 아니라 세간의 지대한 관심 속에서 대학교측은 이 문제와 관련한 조사에 착수했으며, 지난 주말 발표된 조사 결과 보고서를 통해서 “그가 무슬림이었다 기독교인으로 개종했다는 것을 부인할 만한 증거는 찾지 못했지만, 날짜나 이름, 거주했던 곳의 지명 등에서 몇몇 불일치를 발견했다”며 “그의 발언들에 모순이 존재한다”고 결론지었다.

이번 조사 결과에 따라 캐너 학장은 학장직에서는 물러나지만 교수로서는 계속해서 재직하게 된다.

미국의 많은 블로거들은 캐너 학장이 스스로 밝히는 것과는 달리 이름만 무슬림일 뿐인 가정 출신임을 주장해 왔으며, 지하드에 가담한 적이 있다거나 저명한 무슬림들과 신학적 토론을 벌였다는 등의 발언은 사실이 아닐 수 있다고 의혹을 품어 왔다.

또한 이슬람 용어를 부정확하게 사용하거나, 틀리게 발음하고, 무슬림 신앙에 대해 잘못 언급하는 등 전문성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이뤄져 왔다.

캐너 학장은 학교측에 조사 결과 밝혀진 모순들에 대해 사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캐너 학장을 비판해 온 많은 이들은 그가 단순히 학장직에서 물러나는 것으로 그쳐서는 안되며 당사자는 물론 학교측이 이 논란을 근원적으로 해소하기 위해 더 개방적이 되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미국 버지니아 주 린치버그에 소재한 리버티대학교는 미 기독교 우파 운동 수장이었던 故 제리 팔웰 목사에 의해 1971년 설립된 등록 학생 수 5만7천여 명(온라인 과정 4만5천여 명 포함)의 세계에서 가장 큰 기독교 종합대학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