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3일 오후 8시 30분(한국시간). 남아프리카공화국 포트엘리자베스 넬슨 만델라 베이 스타디움은 관중들의 뜨거운 함성소리와 부부젤라(나팔 소리가 나는 남아프리카공화국 전통악기) 소리로 열광의 도가니였다.

월드컵 B조 한국과 그리스가 결전을 펼친 이날, 애국가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한국 대표선수들은 가슴에 손을 얹고 승리를 다짐했다. 하나님을 위해 축구를 한다했던 ‘초롱이’ 이영표 선수 역시 조용히 기도를 하며 경기를 준비했다.

경기장에서 늘 기도세리머니를 하며, 바쁜 생활 가운데에도 성경을 네 번이나 완독할 정도로 신실한 크리스천인 이영표 선수는 이번 월드컵 출전이 벌써 세번째다. 영국 프리미어리그 선수로도 활약했던 이 선수의 축구실력은 그야말로 세계 제일이다. 이 선수의 주특기는 일명 ‘헛다리 짚기’라는 발기술로 수비수를 따돌리고, 온 몸을 던져 상대 선수의 슈팅을 막는다.

그리스전이 열린 13일 경기에도 이 선수는 대표팀의 경기를 승리로 이끈 숨은 주역이었다. 왼쪽 측면 수비수로 활약한 이 선수는 상대의 공격의 중심인 게오르기오스 사마라스(셀틱)과 앙겔로스 하리스테아스(레베쿠젠)을 꽁꽁 묶었다. 전반 7분 그리스팀 진영의 오른쪽 측면을 무너뜨리며 프리킥을 얻어냈고, 이 프리킥은 이정수의 발을 통해 그대로 골로 연결됐다.

33세의 나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부지런하게 경기에 임한 이영표 선수를 허정무 감독도 전적으로 신뢰한다. 대표팀의 노장으로서 첫번째 월드컵 무대에 나선 수비수 이정수와 조용형을 이끄는 등 젊은 선수들에게는 정신적 지주와도 같은 역할을 한다. 경기가 끝난 후에는 항상 관중들에게 듬직한 미소와 박수로 응답한다.

13일 열린 그리스전 역시 그는 최선을 다했다. 경기가 끝난 후 가진 인터뷰를 통해 그는 “오늘은 정말로 즐기는 경기를 했다. 행복하다. 이런 경기에서 아쉬움을 찾는다면 선수들이 무슨 의미로 뛰겠나. 오늘은 충분히 즐기고 행복해도 되는 경기를 했다”고 소감을 밝혔다. 자신에게 주어진 역할을 충실히 다하는 자세가 엿보이는 대목이다.

이영표 선수의 미니홈피 제목은 ‘하나님께 효도하자’. 그의 홈피는 온통 하나님 이야기로 가득 찼다. 그는 한 케이블TV 프로그램을 통해 자신이 축구를 하는 이유를 이렇게 말한 적 있다. “거리로 나가 한 사람 한 사람 붙잡고 하나님 믿으라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저에게 영향력이 있다면 많은 사람들이 절 찾아올 것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래서 수천 수만의 사람들이 저를 볼 때 그들을 향해 하나님을 이야기하면 더 많은 사람들에게 하나님을 전할 수 있지 않을까… 그렇게 기도를 했는데, 하나님께서 제게 많은 걸 주신 것 같아요.”

항상 최선을 다하고, 맡은 바 역할을 충실히 감당하는 이영표 선수의 밝은 미소는 하나님을 담백하게 믿는 자만이 가질 수 있는 아름다움이다. 그저 자신에게 주어진 축구라는 사명을 열심히 감당하고 있을 뿐인데, 사람들은 이영표 선수를 통해 그가 말하는 하나님을 기억하고 떠올리게 되는 ‘기적’이 오늘도 남아공 월드컵 현장에서 일어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