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 108개 국가의 8천만여 개혁교인을 대표하는 최대 연합기구가 지난 주말 탄생했다. 이제껏 세계 장로교 계열 양대 기구로 각각 존재해 왔던 세계개혁교회연맹(WARC, World Alliance of Reformed Churches)과 개혁에큐메니칼협의회(REC, Reformed Ecumenical Council)는 18일(현지 시각) 세계개혁교회커뮤니언(WCRC, World Communion of Reformed Churches)이란 이름 아래 새로운 시작을 알렸다.

미국 미시건 주 그랜드래피즈 칼빈대학에서 28일까지 열리는 통합총회(Uniting General Council) 첫 날인 이 날, 양 기구 간 처음 통합에 대한 협의가 이뤄진 지 4년여 만에 새 기구인 WCRC가 공식적으로 출범했다. WARC와 REC는 2006년 처음 통합을 잠정적으로 합의한 뒤 이듬해 각 기구 실행위원회 승인을 거쳐 약 3년간 통합을 위한 실무 작업을 진행해 왔다.

WCRC는 1875년 창립된 WARC의 전 세계 107개국 214개 교단 7천5백만 회원과 1946년 시작된 REC의 25개국 39개 교단 1천2백만 회원을 하나로 연합시키게 됐다. 회원뿐 아니라 WCRC는 WARC와 REC의 각기 고유한 전통을 한 기구 안에 조화시키며 개혁주의 교회 안의 다양성을 반영할 수 있기를 기대하고 있다. WARC가 인종·양성 간 평등과, 경제 정의, 환경 보호 등과 같은 에큐메니칼 이슈에 집중해 왔다면 REC는 개혁주의 교인들의 영적 발전과 교회 신앙 회복 운동 등을 이끌며 전반적으로 보다 전통적인 의미에서의 개혁주의 노선을 걸어 왔다.

WARC 세트리 뇨미 사무총장은 “새 기구의 명칭에 있는 ‘커뮤니언(communion)’이 의미하듯 새로운 형태의 협력 관계가 시작됐다”고 강조하고 WCRC의 활동에 기대를 표했다.

REC 리처드 반 하우텐 사무총장 역시 “교회를 비롯해 우리 삶의 많은 영역에서 분열과 불화가 일어나고 있는 지금의 시기에 세계적인 두 기구가 통합을 결정하고 이전에 없던 높은 수준의 연합에 도달한 것은 매우 중대한 메시지를 전달한다”고 평가했다.

총회에는 WARC측에서 301명, REC측에서 79명의 각국 교단 대표 임원들이 참석해, “통합은 양 기구가 독립적으로 이끌어 온 주요 사역을 수행하기 위해서 뿐 아니라 세계와 교회 속 봉사를 위한 하나님의 사명에 응답하기 위한 것”임을 명시한 통합에 관한 협약을 채택했다.

또한 새로운 기구를 위해 마련된 헌법과 조례 역시 대표 임원들에 의해 최종 검토되고 서명을 통해 승인됐다. 계획된 시간보다 오랜 시간 동안 진행된 검토 과정에서 가장 큰 이슈는 여성 지도자 참여에 관한 것으로, 대표 임원들은 각 교단에서 총회시 파송하는 대표단 절반을 의무적으로 여성 지도자로 구성하도록 하는 수정안을 통과시킨 것으로 알려졌다.

WARC 내에서 이번 통합에 대한 논의를 이끌어 왔던 클립턴 커크패트릭 회장과 REC의 피터 보그도프 회장은 “우리가 함께 하는 것은 하나님의 뜻임을 믿고, 단순한 협력 관계에서 더 나아가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하나될 수 있는 날을 맞이하게 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고 소감을 밝혔다.

WCRC는 향후 WARC의 협력 기구인 세계교회협의회(WCC) 본부가 있는 스위스 제네바를 중심으로 활동하게 되며, WCC와의 파트너십도 지속적으로 이어나가게 된다. WCC 울라프 트비트 총무는 두 기구 통합에 적극적으로 지지를 표명하며 이를 “역사적인 연합”으로 평가했다.

한편, WCRC는 전 세계 개혁교회를 이끌어 갈 새로운 지도자 선출을 앞두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