Q: 저(E)는 남부럽지 않은 부유한 가정에서 무남독녀의 외동딸로 자랐습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매우 엄격한 분이어서 비교적 자유롭지는 못했습니다. 결혼을 계기로 미국에 오게 되었지만, 남편은 뜻하지 않은 사고로 세상을 떠나게 되었고, 그 후에 저는 두 자녀들을 데리고 재혼을 했습니다. 새 남편은 아주 부유한 가정에서 자라고 유명한 대학을 나온 사람이지만, 생활력이 약하고 나이든 부모님께 너무 의존하고 있어서, 지금은 따로 떨어져 살고 있습니다.

미국에 와서 신앙 생활을 하게 되었는데, 신앙의 뿌리가 깊이 내리기 전에 ‘새벽 기도 나오라’ ‘철야 기도 나오라’ ‘주일 성수하라’ ‘십일조 내라’ ‘열심히 전도 하라’ 그러면 ‘축복 받는다’ 라고 강요하는(?) 목사님들 틈바구니에서 끌려 다니며 억지로 신앙 생활한 것만 같습니다. 그러다 보니 한 교회에 오랫동안 정착하지 못하고, 내 마음에 드는 목사님과 교회를 찾아 다니는 소위 떠돌이 신자가 되었습니다.

어느 교회를 가면 목사님 설교부터 교인들의 표정에 이르기까지 그저 불평불만만 생깁니다. ‘왜 저럴까? 왜 저럴까?’ 저도 이젠 적지 않은 나이라, 젊었을 때 고왔던 얼굴에 주름살만 늘어나고, 화장도 잘 받지 않는 것 같아요. 혼자 있을 때면 하나님께 소리치며 원망도 해 보지만, 그 분은 아무 말씀 안하시고, 그저 허공을 치는 공허한 메아리로 저의 허전한 마음을 내리치곤 합니다. 목사님, 이럴 땐 어떻해야 합니까?


A: 부유한 가정에서 무남독녀 외동딸로서, 부모님과 주변의 사람들의 많은 사랑과 관심을 받고 자라셨을텐데, 결혼하고 미국에 오셔서 첫 남편과 사별하게 되셨다니, 얼마나 외롭고 고통스러운 시간을 가지셨겠습니까? 두 자녀들을 데리고 새 남편을 만나셨지만, 그 분은 생활력이 없고 부모님을 지나치게 의존하고 있어서, 더 이상 함께 살 수 없는 형편이 되셨다니, 그 또한 마음 아픈 일이라 여겨집니다.

사람의 생명을 주관하시는 분은 하나님이시기 때문에, 첫 남편과의 사별은 고통스럽지만, 하나님의 섭리와 뜻 안에 있음을 믿으셔야 할 것입니다. 두 자녀들을 남겨두고 먼저 가신 분에 대해서 아쉬움과 섭섭함과 원망도 있을 수 있지만, 이 모든 감정들을 포함하여 그 분과의 좋고 나쁜 기억들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며, 하나님께 기도로 아뢰어 드리고, 더 이상 그런 감정과 기억에 얽매이지 않는 것이 필요하지요. 이렇게 정리된 후에, 새 남편을 만나게 되셨는지 모르겠어요.

새로 만난 남편이 아주 부유한 가정에서 불편함 없이 자라고 유명한 대학을 나왔지만, 생활력이 없고 부모을 지나치게 의존해서 떨어져 살게 되었다고 하셨는데, E 님과 남편과의 관계는 어떠신지 모르겠어요. 새 남편이 E 님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어떻게 대하셨는지요? E 님은 남편에게 어떤 기대를 갖고 어떻게 대해 주셨는지요? 사람의 만남은 상대적이거든요. 한 쪽에서 노력하면, 상대방이 어느 정도 따라오고요. 한 쪽에서 손을 놓아 버리면, 상대방은 손을 아주 놓아 버리는 경우가 많거든요. 생활이 힘들고 마음이 지칠 때일수록 더욱 그렇지요. 그러나 부부는 그럴 때일수록 서로서로 더욱 위로하고 격려해야 할 것이예요. 나름대로 노력해 보시지 않은 것은 아니겠으나, 여하튼 떨어져 계시다니 너무 마음이 아쉽고 아프네요.

교회 생활은 한 곳에 정착하세요. 여기저기 E 님이 선택해서 다니려고 하지 마시고, 하나님께서 보내 주시는 곳으로 가세요. 진지하고 깊이있게 기도하세요. 그리고 하나님께서 인도해 주시는 교회로 가서 신앙 생활 꼭 하세요. 무슨 일이 있어도 주일 성수는 하시고요. 주일 날 다른 사람들과 약속하지 마시고, 하나님 앞에 나아가 신령과 진정으로 예배를 드리시란 말입니다. 목사님을 비롯해 다른 분들을 쉽사리 판단하지 마시고요. E 님 자신을 자꾸 돌아보는 시간을 갖으세요. 말씀과 기도를 통해서요. 그리고 예배를 드리면서요. 하나님께서 E 님을 붙들어 주시기를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