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60여년간 시행되어 온 ‘국가 기도의 날(National Day of Prayer)’이 위헌이라는 판결이 내려져 논란이 일고 있다.

지난 주말 위스콘신 주 지방법원의 바바라 크랩 판사는, “국가 기도의 날은 미국 연방헌법 수정헌법 1조 국교금지조항에 위배된다”는 판결을 내리고, 그 이유에 대해 “국가 기도의 날은 특정 종교 행위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서서 ‘지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정부에 의한 종교적 표현은 그 종교를 가진 이들에게는 영감을 주고 위안이 되는 것이겠지만, 같은 신앙을 나누지 않는 이들에게는 차별적이거나 더 나아가서는 위협적으로 보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국가 기도의 날을 둘러싼 법적 논란은 2008년 10월, 미국의 한 무신론 단체인 ‘종교로부터의자유재단’이 이 날의 폐지를 주장하며 당시 조지 W. 부시 대통령과 다나 페리노 백악관 대변인, 짐 도일 위스콘신 주지사, 셜리 돕슨 국가 기도의 날 의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하면서부터 시작됐다. 이들은 현재는 버락 오바마 대통령과 로버트 기브스 백악관 대변인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다.

이번 판결에 대해 국가측 변호인단과 미국 기독교 법률회사 ‘얼라이언스디펜스재단’은 오바마 대통령에게 항소에 나설 것을 촉구하고 있다. 이 재단 조엘 오스터 법률고문은 “국가 기도의 날은 미국의 역사적 유산이며 특정 종교인이 아닌 모든 미국인들의 것”이라며 “이 날은 미국민들이 각자의 신앙에 따라서 나라를 위해서 자발적으로 기도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으며, 특정 종교 행위를 강요하고 있지 않다”고 밝혔다.

그는 따라서 국가 기도의 날은 국교금지조항에 위배되지 않는다며, 반드시 이번 판결에 대한 항소가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지난해 오바마 대통령은 전임 대통령들에 의해 거행돼 왔던 대규모 백악관 국가 기도의 날 기념식을 없애 보수 단체들의 불만을 샀지만, 국가 기도의 날을 폐지하라는 무신론 단체들의 촉구에도 불구하고 5월의 첫째 목요일을 국가 기도의 날로 선포하고, 개인적으로도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기도 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이번 판결에도 불구, 올해도 오는 5월 6일을 국가 기도의 날로 선포할 예정이다.

국가 기도의 날은 1952년, 미국 양원의 합동 결의 사항으로 통과되어 당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이 서명함으로써 발효된 관련법에 의해 오늘날까지 법제화된 국가적 행사로 지켜지고 있으며, 미국 역대 대통령들은 매년 국가 기도의 날을 지정해 선포해 왔다.

국가 기도의 날 지지자들은 이번 판결이 뒤집힐 수 있다는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다. 법과정의를위한미국센터의 제이 시컬로우 대표는 “항소법원에서 판결을 뒤집는 데 실패한다고 해도, 우리는 연방법원에서 결국 국가 기도의 날이 미국의 풍부한 역사를 반영하며 헌법의 정신과 일치하는 것이라는 결정을 내려줄 것이라고 믿는다”고 밝혔다.

국가 기도의 날 태스크 포스측도 예년과 다름 없이, 다가오는 올해 국가 기도의 날에 맞춰 워싱턴에서의 정부 지도자 모임은 물론 미국 전역에서의 지역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셜리 돕슨 의장은 이번 판결에 대해 “그 어느 때보다 더 기도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