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을 비롯해 국가 최고위급 지도자들을 갑작스런 비행기 사고로 한꺼번에 잃은 폴란드에서 희생자들을 위한 기도와 애도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고 외신들이 보도했다.

지난 10일(이하 현지 시각) 레흐 카친스키 폴란드 대통령 부부를 포함해, 군참모총장, 국가안보국장, 야당 대선후보인 하원 부의장, 중앙은행 총재 등 국가 최고위급 지도자들과 가톨릭과 복음주의 교회 지도자들까지 총 96명이 탑승한 비행기가 러시아 스몰렌스크 공항 인근에서 추락해, 탑승자 전원이 사망하는 비극적 참사가 발생했다. 이들은 제2차 세계대전 초기인 1940년 구소련 비밀경찰이 폴란드 엘리트 2만여 명을 처형한 ‘카틴 숲 학살’ 사건을 애도하기 위해 러시아를 방문하던 중이었다.

평소 친미 성향에 러시아를 강력히 비판해 온 카친스키 대통령은 최근 카틴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총리와 도널드 투스크 폴란드 총리가 공동추모식을 여는 자리에 초청받지 못했고, 이에 개별적으로 추모 행사를 갖기 위해 비행기에 올랐다 사고를 당한 것이라 더욱 큰 안타까움을 사고 있다.

비보가 전해진 순간부터 폴란드 전역에서는 희생자들을 추모하기 위한 시민들의 행렬이 밤새 계속됐다. 믿기지 않는다는 표정의 시민들은 폴란드 국기색인 붉은색과 흰색의 장미와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와, 충격과 비탄 가운데서도 엄숙하고 경건한 분위기 가운데 카친스키 대통령을 포함해 국가 지도자들을 애도했다고 AFP 통신은 전했다. 수도인 바르샤바의 대통령궁 앞에서는 신부들의 인도로 시민들과 대통령궁 관계자들이 함께 기도를 드리기도 했다.

폴란드는 국민 90% 이상이 가톨릭이며, 5년 전 선종한 故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폴란드 출신이다. 주일이었던 11일 폴란드 전역의 성당들에서 일제히 드려진 추모미사에는 수많은 시민들이 참석해 희생자들은 물론, 나라를 위한 기도를 드렸다. 폴란드 가톨릭 지도자인 스타니슬라브 지비츠 추기경은 크라코프 바벨 왕립 대성당에서 집전한 미사에서 “우리는 나라를 위해 기도한다”며 “우리 형제·자매들의 희생이 헛되지 않을 것이고, 모든 폴란드인에게 평화와 화해를 가져다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했다.

교황 베네딕토 16세도 대통령 권한대행인 코모슬라브 코모로브스키 하원의장에게 보낸 전신을 통해 깊은 애도와 국민들을 향한 위로의 뜻을 전달하고, 슬픔 가운데서도 “자비로우신 하느님의 선하심”을 기억한다고 말했다.

가톨릭에 비해 적은 수지만 폴란드 내에서 성장 중에 있는 복음주의 교회들에도 많은 교인들이 모여서 추모예배를 드리며 지도자들을 잃은 슬픔을 함께했다.

한편 이날 오후 3시경 바르샤바 공항에서는 카친스키 대통령의 운구가 수백 명의 정·관계 인사들이 맞이하는 가운데 이뤄졌다. 이번 사고 원인은 현재 폴란드와 러시아가 공동 조사하고 있는 가운데, 조종사가 짙은 안개 속 무리한 착륙을 시도하다 실수를 한 것으로 추정되고 있으며 테러의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폴란드는 대통령 사망에 따른 국정 공백이 불가피해지면서 오는 10월 예정되어 있던 대선을 2개월여 안에 치르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