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봉사 참 힘드네요.

Q: 저(Q)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입니다. 처음에는 많이 망설였지요. 나 같은 사람이 어떻게 하나님의 일을 할 수 있을까? 사실은 저는 하나님의 일에 대해서 거의 모르고 있었지요. 목회자의 가정에서 자란 것도 아니고, 아주 어려서부터 신앙 생활을 한 것도 아니었어요. 청년 시절 예수님을 믿게 되었지요. 예수님이 좋아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 일이 어떤 일인지 모르는 거예요. 이제 시간이 많이 흘러서 조금은 하나님의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어요. 적어도 그것은 물건을 사고 파는 것과 같은 물질적 거래는 아니라는 것을…

그러면, 무엇인가요? 대상이 사람이네요. 사람을 대상으로 하니까, 점점 더 어렵고 모르겠어요. 다 내 생각 같지가 않아서요. 같이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 있는데, 그 사람은 또 나와 다르네요~! 정말 이래서 하나님의 일이 어려운가봐요. 더우기 우리는 무료로 봉사하는 일을 하고 있어요. 어디서 후원을 받고 다른 정기적인 수입이 있는 것이 아니예요. 가끔 사람들이 물어봐요. 어떻게 사느냐고? ‘모른다’고 대답하고 말지요. 그러고 보니, 모르는 것 투성이네요. 목사님도 참 힘든 사역을 하고 계신데, 목사님은 어떻게 살고 계세요?


A: Q 님의 편지 글을 읽으면서 마음 속에 싸한 느낌이 들었어요. 예수님이 좋아서 하나님의 일을 하고 싶었지만, 그 일이 무엇인지 모르는데서 오는 두려움과, 그렇지만 그 일을 해야 할 것만 같은 부담감으로 힘든 시간을 보내신 것 같습니다. 이제 Q 님이 하나님의 일이 무엇인지 알게 되었지만, 그 일이 사람의 영혼과 관계된 일이기에 또한 쉽지 않은 과제를 짊어지신 것 같군요.

지금 Q 님이 생각하고 느끼시는 것은 정당한 것입니다. Q 님이 생각하고 느끼시는 것은 그 누구도 판단할 수 있는 권리가 없습니다. 단지 Q 님의 삶 가운데 지금의 Q 님으로 존재할 뿐입니다. 오히려 Q 님이 자기 분석을 정직하게 하면 할수록, 자신을 더 알아가게 되고, 자신을 알아갈수록 하나님 앞에서 자신이 어떤 존재인지 알 수 있는 것이지요. 자기(self)에 대한 공부가 필요하다고 할까요?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자기 정체성 (self-identity)이지요. ‘나는 누구인가 (Who am I) ?” 입니다. 내가 누구인지 모를 때, 그/그녀는 하나의 기능인 (a functional person)이 되지요. 열심히 공부하고 훈련받아서 라이센스(자격증)을 따고 전문가가 되지만, 자기가 누구인지 모를 때, 그/그녀는 그 분야의 탁월한 기능인에 불과한 겁니다.

만일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이 하나님의 일에는 전문가이지만, 자기 자신에 대해서는 거의 모른다면, 그는 하나님의 일을 하는 탁월한 기능인일 뿐이지요. 그러나, 하나님께선 탁월한 기능인이 아니라, 순수하고 정직한 한 인간을 원하신다고 믿어져요. 하나님의 일을 하겠다고 나선 사람일수록 더욱 그렇죠. 왜냐하면, 하나님은 영적이면서도 인격적인 존재이시니까요. 하나님의 일은 하나님의 일이니까, 하나님의 일을 하는 사람은 하나님과 1:1의 관계를 더욱 깊게 가져야 할 겁니다.

Q 님을 통해서 하나님의 일이 진행되려면, 그리스도 안에 거할 때, 그 분이 이루어 주실 것이지요. “너희가 내 안에 거하고 내 말이 너희 안에 거하면 무엇이든지 원하는대로 구하라. 그리하면 이루리라.” (요한 복음 15:7) 중요한 것은 Q 님이 예수님 안에 거하는 것이지요. 약속의 말씀을 믿고서… 일부러 드러내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하나님의 일은 은밀하게 진행되는 경우가 많아요. 숨은 봉사가 매우 힘이 들지만, 은밀한 가운데 지켜 보시는 하나님께서 인정해 주심을 믿으시며, 끝까지 성실하고 충성된 사역 감당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