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양극화로 치닫고 있는 최근 미국의 정치적·사회적 분위기 쇄신을 위해 미국의 기독교 지도자들이 뜻을 모았다.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교회 지도자 1백여 명은 지난 주말 ‘정중함의 규약: 함께 생각하자(A Covenant for Civility: Come Let Us Reason Together)’를 발표하고, 정치 문화 선도에 교회가 앞장설 것을 결의했다.

‘정중함’의 덕목은 버락 오바마 대통령도 지난 2월 초 국가조찬기도회 연설에서 강조한 바 있다. 건강보험개혁법안을 둘러싼 논쟁이 한창이던 당시 오바마 대통령은 ‘정중함’이 워싱턴에서 사라지고 있다고 개탄하며,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서로 존중하고 이성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품격과 예의를 갖출 것을 지도층에 촉구했었다.

이번에 발표된 보수-진보 기독교 지도자들의 규약은 이같은 공적 영역에서의 ‘정중함’을 회복해나가는 데 있어 교회의 솔선수범을 강조한 것으로, 정계만큼이나 서로에 대해 무조건적이고 도의를 벗어난 비난과 공격으로 얼룩진 교계 내의 분위기를 쇄신해나감으로써 사회적 본보기를 마련하자는 데 초점을 두고 있다.

“그리스도의 한 몸을 이루는 교회가 연합보다는 너무나 자주 분열의 상징이 되어 왔다”며 자성의 목소리를 낸 1백여 명의 기독교 지도자들은 규약에 서명함으로써 “정중한 논쟁이 무너져버린 이 나라에서 새로운 본을 세울 것”을 “하나님과 또 서로 앞에서” 맹세했다. 규약은 성경의 정신을 기반으로 한 교회 간 대화에 헌신할 것과, 자신과 견해가 다른 이 역시 하나님의 형상으로 창조되었음을 기억하며 그를 존중할 것, 상대방의 인격을 공격하거나 신앙에 의혹을 제기하는 일 없이 정중하게 동의하지 않음을 밝힐 것 등을 촉구하고 있다.

이들은 “교회 간 대화에서 공동의 기도와 협력이 이뤄질 수 있는, 신성시되고 안전이 보장되는 공간을 남겨 놓자”며 “이러한 노력을 통해 정치적이고 문화적인 차이로 인해서 깊이 분열된 이 나라에 교회가 희망과 화해의 메시지를 줄 수 있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규약에 서명한 1백여 명의 지도자 가운데는 전미복음주의협회(NAE) 리스 앤더슨 회장, 기독교세계관을위한척콜슨센터와 프리즌펠로우십 창립자인 척 콜슨 목사, 전미청년사역네트워크(NNYM) 폴 플리쉬맨 회장, 데이빗 네프 크리스채너티투데이 편집장, 짐 월리스 소저너스 대표, 조지 우드 하나님의성회 총무 등이 있다.

한편, 이 규약은 건강보험개혁법안 등 최근 논란이 되고 있는 특정 사안에 대한 것은 아니며, 오랜 기간을 거쳐 준비되어 왔다는 점을 지도자들은 분명히 해 두길 원했다. 건보개혁은 ‘정중함’이 요구되는 미국 내 수많은 문화전쟁의 한 예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