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4월 아마존 바나와 부족에게 복음을 전하는 강명관 선교사 부부의 이야기를 담은 다큐멘터리 기독영화 <소명>이 개봉했을 때, 이 작품이 10만 관객을 불러모을지 그 누구도 예측하지 못했다.

<소명>은 ‘기독영화는 흥행이 안된다’라는 편견을 깨고 당당히 <워낭소리>(295만)와 <똥파리>(12만)에 이어 역대 한국 독립영화 순위 3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이렇다 할 홍보도 없이 입소문만으로 당시로서는 유례없는 기록을 남겼다.

<소명>의 흥행 뒤에는 ‘무모한 도전’이라는 우려를 뒤로 한 채, 자신의 길을 오롯이 걸어간 신현원 감독(38)이 있었다. 그는 <소명> 첫번째 시리즈가 한창 장기상영 중이던 지난해 8월, <소명> 두번째 시리즈 개봉이라는 또 한번의 도전을 준비했다.

<소명2>를 기획한 신 감독은 2010년이 남아공 월드컵의 해라는 데 착안, 축구를 통해 누군가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축구 관련 인물을 찾았다. 두 달간 자료를 수집한 끝에, 우연히 태국에서 유소년 축구사역을 하고 있는 강성민 선교사를 발견했다.

촬영 허락을 받은 신 감독은 작년 10월부터 1월까지 무려 여섯 번이나 태국을 오가며 무더위 속에 촬영을 무사히 마쳤다. 오는 4월 1일 개봉하는 <소명> 두번째 시리즈 <모겐족의 월드컵>은 그렇게 탄생했다.

기독교 복음의 핵심인 ‘버림과 낮아짐’을 유쾌한 화법으로 그려냈던 첫번째 시리즈처럼 지난 25일 시사회를 통해 공개된 <소명2 모겐족의 월드컵> 역시 시종일관 유쾌하다. 동시에 코끝이 찡해질 정도로 감동적이다.

1편에서 강명관 선교사가 외국어고등학교 교사라는 안정적인 직업을 ‘버리고’ 아마존으로 들어갔듯이, 2편에 출연하는 강성민 선교사는 축구묘기 세계 챔피언이라는 자리를 ‘내려놓고’ 태국에서 유소년 축구 사역을 시작한다.

▲<소명2 모겐족의 월드컵>에 출연하는 강성민 선교사. 그는 축구묘기 세계챔피언이었다.

8-90년대 초 강성민 선교사는 개인기가 너무 좋아 오히려 축구부 입단을 거절당할 정도로 출중한 축구실력을 소유한 신동이었다. 축구묘기 세계챔피언으로 한국에서도 소문난 유명인이었지만, 1987년 영등포교회 김무길 장로의 전도로 교회에 다니기 시작하며 자비량으로 인도차이나 반도에 파송돼 축구사역을 해왔다.

<모겐족의 월드컵>은 강 선교사가 바다집시 모겐족이 사는 미얀마와 태국 국경지대 라오섬에서 유소년 축구팀을 만들면서 일어나는 에피소드를 그렸다. 국적조차 불분명한 가진 것 하나 없는 바다집시 모겐족들은 헝겊을 말아서 축구를 할 정도로 공차는 것을 좋아해 부족추장과 부족민들이 강 선교사에게 축구팀을 만들어달라고 요청한다. 2004년 쓰나미 피해 지역이기도 한 이 곳의 아이들은 강 선교사를 통해 정식으로 축구를 배운다.

헛발질, 몸개그에 넘어지기가 일쑤인 좌충우돌 축구팀이지만 몸싸움과 태클, 고강도 지옥훈련을 통해 축구 전사로 거듭나게 돼 모겐족 역사상 최초로 축구화도 없이 ‘맨발로’ 축구대회에 참가한다.

▲강성민 선교사의 하드 트레이닝을 받고 있는 모겐족 어린이들.

▲강성민 선교사와 모겐족 어린이들. 환하게 웃고 있는 얼굴이 더없이 순수하고 맑다.

영화는 제법 그럴듯한 축구팀으로 성장해가는 아이들의 스토리를 중심으로 모겐족의 일상과 함께 강 선교사 가족들의 이야기를 유머러스하고 따스한 시선으로 그렸다. 스포츠를 소재로 해 흥미진진하고 속도감 있고, 다이내믹하다. 기부받은 가정여중 유니폼을 입고 한껏 폼을 잡는 아이들의 웃는 얼굴을 보면 저절로 미소가 감돈다.

대회를 앞두고 강 선교사가 축구팀 아이들의 발을 씻어주는 장면은 가장 인상적이다. 축구화도 없이 맨발로 모래바닥을 휘젓고 다녔을 아이들의 발이지만, 강 선교사는 정성스럽게 그 발을 씻는다.

쓰나미로 우물물이 말라버려 다른 지역으로 식수를 구하기 위해 오가는 모겐족 여자 어린이들의 모습을 볼 때는 가슴 한 켠이 아려오기도 한다. 맨발로 축구대회에 참여하는 모겐족 아이들의 가난은 슬프고도 서럽게 다가오지만, 대회의 승부와 관계없이 끝까지 최선을 다한 아이들이 흘리는 땀방울을 보고 나니 왠지 부끄러운 마음이 들기도 한다.

나병환자 시몬의 집에서 식사하신 예수님을 묵상하며 <소명2>를 제작했다는 신 감독은 “세상에서 잘되는 사람들이 크리스천인 것도 중요하지만, 낮은 사람들을 주목하고 돌아보는 일도 의미있는 일이라 생각한다. <소명> 시리즈는 낮은 곳에서 묵묵히 하나님의 사랑을 전하는 이들을 주인공으로 삼고 싶다”고 말했다.

신현원 감독의 말처럼 <소명2>는 ‘네 손이 선을 베풀 힘이 있거든 마땅히 받을 자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말아야 할 것(잠언 3:27)’이라는 성경구절을 마음에 새기고 또 다짐하게 되는 영화다. 다행스럽게도 첫번째 시리즈가 힘겹게 단관개봉했던 것과는 다르게, <소명2>는 전 회차 상영 및 전관 오픈을 계획 중이라고 하니, 언제 어디서든 편안하게 관람할 수 있게 됐다. 전체관람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