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종교 지도자들이 범지구적 과제로 떠오른 HIV/에이즈 문제에 적극으로 대처해 나갈 것을 결의하고, 이를 위해 가장 먼저 ‘에이즈=죄의 결과’라는 종교적 편견의 타파에 앞장설 것을 다짐했다.

지난 22일부터 23일까지(현지 시각) HIV/에이즈 대처와 관련해서는 최초의 국제 종교 지도자 회의가 네덜란드에서 열렸다. 이 회의에는 기독교를 비롯해, 유대교, 이슬람교, 불교, 힌두교 등 전 세계 40여 개의 종파 지도자들이 참석했다.

지도자들은 사회뿐 아니라 종교계에 만연해 있는 에이즈에 대한 잘못된 인식을 바꾸고, 에이즈를 죄와 동일시하는 편견과 이로 인해 HIV/에이즈 감염자들에게 가해지는 차별에 대항해 나가기로 뜻을 모았다.

이들은 회의 마지막 날 채택한 결의안을 통해 “HIV/에이즈 감염자들은 종교에 의해 자주 정죄와 거부의 대상이 되어 왔다”며 “그들이 종교 안에서 받아들여지고 사랑과 존중을 경험할 수 있도록 하는 노력이 종교 안에서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결의안은 따라서 이를 위한 종교 지도자들의 개인적 헌신을 약속하는 동시에, 범지구적 HIV/에이즈 문제 대처에 있어 전 세계 인구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종교인들의 역할이 중요한 만큼 각 종교가 적극적인 대처 방안을 마련해 나간다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참석한 기독교 지도자들 중 한 명인 세계교회협의회(WCC) 울라프 트비트 총무는 “종교 지도자들로서 우리는 이 문제에 적절하고도 바람직하게 대응해야 하고, HIV/에이즈는 종교를 가진 사람들에게도 해당되는 위협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HIV/에이즈 환자들의 인권과 관련해서도, “인간이 타고난 존엄성을 수호하기 위한 지도력을 발휘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국복음주의루터교회(ELCA) 마크 핸슨 회장은 “HIV/에이즈 감염자들에 대한 정죄의 시각을 형성하는 데 종교의 부정적인 영향이 있었음을 인정한다”며 “변화를 위한 종교 지도자들의 노력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한편, 회의에 참석한 유엔 산하 에이즈 전담기구(UNAIDS) 미셸 시디브 사무총장은 “전 세계를 다니면서 HIV/에이즈 감염자들에 대한 사회적 불의가 점차로 증가하고 있는 모습을 본다”며 “종교 지도자들이 이 문제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내달라”고 말했다.

시디브 사무총장은 이날 HIV 바이러스 예방과 퇴치, 감염자들에 대한 의료 서비스 지원 등에 종교들이 기여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하고, 이같은 지원을 계속해서 이어나가 줄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