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떡해. 보여요, 진짜로 보여!”

지난달 9일 양산 부산대학교병원에서 각막이식 수술을 받은 부산 양정동 서지원 양(18, 부산 온누리교회)은 붕대를 풀던 날 조심스럽게 눈을 뜨고, 이렇게 말했다. 오른쪽 눈의 시력을 잃었던 미자립교회 자녀가 주변 도움으로 눈을 뜨게 된 것이다.

▲ 눈을 뜬 서지원 양.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제공

서 양이 눈을 뜨게 될 수 있었던 것은 10여년간 희귀병을 앓다 하늘나라로 떠난 동갑내기 남학생 이모 군 덕분이다. 오랜 투병생활 속에서 아픈 사람들의 심정을 공감한 이 군이 지난해 12월 장기기증 서약을 했기 때문이다.

서 양은 원추각막질환으로 늘 왼쪽 눈으로만 생활하고 공부해야 했다. 원근감이 떨어져 사람들과 부딪치거나 헛손질을 하면서도 육남매의 맏딸로 늘 씩씩하고 밝은 웃음을 잃지 않고 있었다. 하지만 왼쪽 눈마저 질환이 시작돼 실명할 처지에 놓여 있었다.

각막이식 말고는 답이 없었다. 서 양과 가족들은 고민이 됐지만, 국내에서 각막을 이식받을 확률이 매우 낮은데다 개척교회 목회자인 아버지는 기초생활수급대상자로 수술비를 마련할 길이 막막했다. 서 양은 아무렇지 않은 척 했지만 두렵고 슬픈 마음은 어쩔 수 없었다. 그럴수록 더욱 기도하고 하나님께 맡기자고 다짐했다.

기도 끝에 기증자는 기적처럼 나타났지만, 서 양은 미안했다. 기증자가 동갑내기인데다 그 부모님의 가슴아픈 결단이 헤아려져서였다. 하지만 문제는 수술비였다.

고민하던 서 양에게 찾아온 것은 사랑의장기기증운동본부. 부산경남지역본부(본부장 강치영)는 서 양의 사연을 알리는 한편 모금을 시작했고, 많은 이들이 도움의 손길을 내밀었다.

서 양은 눈을 뜬 뒤 “각막을 기증해 준 동갑내기 친구에게 너무 너무 고맙다”며 “평생 감사한 마음으로 살겠다”고 말했다. 서 양의 꿈은 어려운 사람들을 돕는 훌륭한 사회복지사가 되는 것이다.

각막을 기증한 부산 명장동의 이 군 아버지 이태복 씨(54)는 “각막을 이식받은 분의 건강과 쾌유를 바라고, 그 눈으로 더 넓은 세상을 보기 바란다”고 담담히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