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기타 하나 들고 무너진 아이티 거리를 누비다 잠시 애틀랜타를 찾은 링킹더월드 마이클 장 목사(전 구세군도라빌교회 담임)를 만났다. 대지진이 휩쓸고 간 섬나라, 아이티에 대한 부담감을 갖고 현장에 달려간 장 목사는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열악한 환경과 여전히 계속되는 처절한 울부짖음을 생생하게 전했다.

지진 직후 세계 각처에서 날라온 헌신적인 구제의 손길로 점차 복구되고 있지만, 아이티 국민들의 정서적, 정신적 상태는 점점 더 악화되고 있는 실정이다. 외부와 교류가 적은 섬나라에 부두교인이 대부분인 이들에게 이번 지진은 마치 ‘온 세상이 다 무너지는 종말’ 그 자체였다. 지진 이전에도 세계 3대 빈국의 하나였던 아이티인들은 이번 지진의 충격으로 정신착란을 일으키거나, 스트레스로 인한 우울증을 비롯해 각종 정신병에 시달리고 있다.

급박한 복구현장에서 동분서주 하면서도, 장기적인 관점에서 아이티인들에게 정말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던 마이클 장 목사와 링킹더월드 구호팀은 문화예술적 접근으로 상한 심령을 위로하는 일이 절실하다는 결론을 내렸다.

“빵은 먹고 나면 다음날 잊어버리지만, 정신적 세계는 오래 남고, 복음은 영원한 희망이 됩니다. 문화적 교류를 통해 자연스럽게 마음을 열게 하고 그 열린 마음에 복음을 전하는 것이 링킹더월드가 할 일이 아닌가 합니다.”

‘링킹더월드재단’은 이름 그대로 제 3세계 고아와 여성들과 선한사마리아인들을 ‘링크(link)’ 즉, 연결해주는 단체다. 후원금의 100%를 선교지로 보내자는 취지에서 시작된 곳으로 마이클 장 목사가 지난해부터 2대 대표를 맡고 있다. 열 일곱 살부터 미8군에서 노래하다 미국으로 이민 와 나이트클럽을 운영하던 중 예수 그리스도를 만나 모든 걸 정리하고 거리에 나가 걸인들과 함께 살아온 장 목사는 지난해 홀연히 한국으로 떠났다.

마이클 장 목사와 다시 연락이 닿은 것은 두 자녀와 함께 아이티에서 고아들을 돌보고 있다는 소식을 듣게 되면서다. 애틀랜타에서 잠시 여정을 푼 마이클 장 목사와 아들 폴 장 군은 곧 한국으로 다시 들어간다. 아이티와 한국 그리고 미국을 사랑으로 ‘링크’시키기 위해서다.

▲아이티 사랑의집 백삼숙선교사와 아이들

아이티에 직접 가보니 상황이 어떤가요?
“아이티 사람들은 울지 않습니다. 시체가 널려있고, 사람이 뒤에서 죽어가는데 그 앞에서 밥 먹고 몇 가지 놓고 팔고…노예로 잡혀오고 착취 당하면서 감정이 메말라 버린 거죠. 대지진으로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졌기 때문에 복구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고, 그냥 천막치고 외부에서 오는 원조에 의지해 하루 하루 연명하는 거죠. 의료팀이 나가면 겉으로 볼 때 멀쩡한데 정신치료를 받아야 할 만큼 마음과 정신이 무너져버린 사람들이 부지기수에요. 말로 표현할 수 없을 정도로 지저분하고, 내적으로 분노가 쌓여있기 때문에 조금만 뒤틀리면 폭도로 변해버립니다. 하지만 유엔군이나 미군 등의 도움으로 점차 치안은 안정되고 있습니다.”

이번에 아이티에서 주로 펼친 사역은 무엇입니까?
“상황이 급박하고 사람이 없기 때문에 시키는 대로 닥치는 대로 많은 일을 했습니다. 의료팀과 함께 약품도 나눠주고, 구호팀과 함께 구호물품도 나눠주고 했는데 가장 중점적인 일이 고아들을 돌아보고, 장기적으로 고아들을 교육하고 구제하기 위한 현장조사를 많이 했습니다.”

아직 위험한 지역인데 자녀분들이 선뜻 나섰나요?
“제 딸과 아들은 어릴 때부터 걸인들에게 커피와 도넛을 들고 찾아 다녀서 그런지 남을 돕는 일을 당연하게 여겨요. 이번에도 선뜻 함께 했죠. 딸 아이는 아이들 얼굴에 페이스페인팅도 해주고, 아들과 저는 통기타 치면서 노래 부르면서 복음을 전했습니다. 어린아이들은 작은 것이지만 크게 위로 받고, 어른들도 무척 즐거워했어요. 저녁에는 가무대를 설치해서 예수님과 관련된 영화도 보여줬는데 반응이 너무 좋았습니다. 길에서 노래만 불러도 100명 200명은 그냥 모여듭니다. 최악의 우범지대에도 잘 모르고 들어갔는데, 아이들이 저희 주변을 둘러싸고 있어서 그런지 위험한 상황은 없었어요. 실제 다른 구호팀 중 몇 명이 거기 들어갔다가 옷까지 벗겨져서 겨우 목숨만 건진 경우도 있었거든요.”

▲어린이 구제 활동 중인 마이클 장 목사의 딸 장미나 씨

애틀랜타에서도 여름 단기선교로 아이티를 계획하는 곳도 있습니다. 주의 사항이 있다면?
“첫째는 구호나 의료활동에 앞서 반드시 미군, 유엔 등 관할구역 경비를 담당하는 기관에 연락해 보호를 받아야 합니다. 구호품은 한계가 있는데 사람들은 몰려들기 때문에 구호품이 떨어지면 바로 난동이 일어나고 폭력적으로 변합니다.

둘째는 정확한 일정과 계획을 세우고, 전체적인 조율을 맡고 있는 유엔 사령부의 협조를 받으세요. 유엔 사령부에서 각 팀들의 특성을 파악해 가장 필요한 지역과 사람들의 정보를 줍니다.

셋째는 사역팀의 식량과 생수를 충분히 준비해가야 합니다. 위생상태가 심각하기 때문에 물 한번 잘 못 먹었다가 병 걸리기 십상이에요. 또 모든 식량이 외부에서 오기 때문에 물가도 상당히 비싸요. 저도 물을 안 마시려고 애썼는데 순간 한 모금 마셨다가 며칠을 설사로 고생했습니다.

넷째는 좋은 옷이나 물품, 액세서리, 장신구 등은 착용하지 말고 되도록 허름한 옷을 입는게 좋고, 사역팀을 나타내줄 수 있는 조끼 등을 일괄적으로 준비해가세요. 유엔사령부에 출입할 때 자신이 어디 소속인지 보여줄 수 있는 아이디, 조끼 등이 있어야 수월합니다.”

고아들을 돕는 일을 했다고 하는데…
“아이티에서는 한 집에 5명, 10명 아이들이 있어요. 먹고 살기 힘드니까 100불도 안되는 돈에 노예로 팔립니다. 이번 지진으로 고아가 된 아이들은 그냥 길에서 비참하게 살아가요. 이런 애들을 납치해서 장기를 떼어 파는 사람들도 있어요. 이렇게 아이들이 학대당해도 도와줄 단체나 시스템이 없습니다. 링킹더월드에서는 300명의 어린이들을 1:1 후원으로 연결해 교육받고 정상적으로 자라도록 도울 것입니다.”

특별히 기억에 남는 일이 있었나요?
“한 고아를 만났어요. 먹을 것, 입을 것 주고 5불을 손에 쥐어주고 상점에 데려가서 사고 싶은 걸 사라고 하니 평생 처음 돈을 만져 본 아이는 자기를 팔아 넘긴 부모가 누군지도 모르는데 엄마한테 준다고 안 쓰더군요. 원망도 있지만 부모를 그리워 하는 마음이 있는 거에요. 그리고 캐나다에서 온 한 부부를 만났어요. 도미니카에 관광 왔다가 지진이 일어나자 아이티로 건너와 헌신적으로 사람들을 구조하고 아이들을 돌봤어요. 마침 남편이 소방대장이었거든요. 아내는 한국 사람인데, 이들을 만나서 함께 마음을 모았고 아이들을 돕는 일에 함께 하기로 했습니다. 마지막으로 떠나오기 전날, 길에서 만났던 두 아이가 총에 맞아 중상을 입었다는 소식을 들었어요. 많이 아프다는데 시간에 쫓겨 만나지 못하고 온 게 마음에 걸립니다.”

개인 후원뿐 아니라 교회 차원에서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일까요?
“이번 지진으로 대부분의 교회가 무너져버렸어요. 교계에서는 무너진 교회를 다시 세우는 일에 힘을 모아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아이티 현지 한인 선교사인 백삼숙 목사님, 산토도밍고에 한인교회 담임이신 이원상 목사님께 연락하면 됩니다. 교회 철골을 세우고 지붕까지 하는데 미화로 2000불이 소요됩니다. 애틀랜타 지역은 지리적으로도 가깝기 때문에 아이티를 돕는 일에 함께 해주시길 부탁합니다.”

링킹더월드에서 사역하는 마이클 장 목사를 돕기 원하는 개인이나 단체는 www.linkingtheworld.org 혹은 turningtobest@yahoo.com 또는 최중찬 목사 (678) 360-3420 으로 연락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