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모인 제 아내가 너무 세상적인 것 같아요.

Q: 저(S)는 미국에 온지 10 년이 넘었습니다. 한국에서 일반 기업체에 다니다가 미국에 전문 대학원에 유학으로 왔는데, 공부하던 중에 예수님을 만나고 하나님의 살아계심을 체험했습니다. 그 이후에 기도와 예배를 통해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확신하고 미국에서 신학을 공부하고 목사가 되었습니다. 사실 제 아내는 목사님의 딸로 몇 대째 신앙인입니다. 한국에서 결혼을 했을 때는, 제가 목사가 될 줄을 몰랐는데, 십여 년의 세월이 흐른 후 목사가 되고 보니, 아내가 자연히 목사의 아내의 되었습니다.

저와는 달리 아내는 몇 대가 흐르는 기독교 신앙 유산을 갖고, 더우기 아버지가 목사님이요 어머니가 사모님의 가정에서 자라서 신앙이 독실하고 사모로서 자질이 충분히 준비되어 있을 줄 알았는데, 막상 사모의 자리에 있는 아내의 모습은 그렇지가 못합니다. 생활하기 위해 아내도 직업 일선에 뛰어들고, 목사인 저도 마찬가지여서 우리 모두 몹시 피곤하고 지친 삶을 살아가기는 매한가지입니다.

그런데, 아내와 저는 피곤을 푸는 방법이 다릅니다. 저는 기도실로 들어가는데, 아내는 방 안에서 밤늦도록 한국 비디오를 보거나 컴퓨터에 앉아서 무엇인가 합니다. 함께 기도하자고 하면, 보통 이 핑계 저 핑계를 둘러 댑니다. 피곤하고 지친 아내를 이해할 순 있어도, 아내가 자꾸만 세상적으로 나가는 것 같아서 이런 상태로 가다가는 과연 내가 목회를 계속할 수 있을까 걱정이 앞서며 불안하고 두렵기만 합니다. 유 목사님, 이럴 땐 어떻해야 합니까?


A: 목회자 가정의 아프고 답답한 이야기를 들을 때마다 더욱 마음이 안타깝습니다. 일반 학문을 공부하던 중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신학을 하고 목사가 된 것은 S 목사님의 삶의 급격한 변화였을 것입니다. 이제 목회 선상에서 사모님과 발맞추어 힘써 기도하며 최선을 다하셔야 하는데, 사모님께서 영적인 뒤받침을 해 주지 못하는 것 같아서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사실 목회의 부르심은 목사님이 받으셨지만, 목회는 목사 혼자서 할 수 없는 것이기에 사모님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합니다. 더우기 목사님의 경우, 늦은 나이에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고 목사가 되었기 때문에, 목회자의 가정에서 부모님의 목회를 직접 혹은 간접적으로 보고 들으며 자라난 사모님의 영적 내조는 S 목사님의 목회에 큰 힘이 되고 도움이 되리라 여겨집니다.

그런데, 사모님께서 목회의 밑바탕이 되는 기도 생활을 게을리 하시고, 세상 방식을 따라서 살아간다면, S 목사님이 염려하시는 일도 생길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사모님을 판단하고 요구하기 전에, 왜 사모님은 그런 삶을 사는지 한 번 진지하게 대화해 보시면 어떨까요? 목회와 목회자의 삶, 목회와 목회자의 가정이 분리될 수 없는 것인데, 이런 부분들에 대한 사모님의 의견은 어떤지 물어보는 것은 어떨지요? 무조건 피하기만 한다도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닙니다. 문제의 원인이 무엇이고, 그 문제를 그대로 놔 두면 어떤 나쁜 결과가 빚어질지 예측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서 가능한 방안을 강구해 보는 것이 해결의 열쇠라고 봅니다.

사모님이 목회자의 가정에서 성장하면서 어떤 아물지 않은 아픔과 상처가 있었던 것은 아닌지? 목회 자체를 어떻게 이해하고 있는지? 교회 성장에 치중하고 있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돌보고 회복시키며 한 개인을 영적으로 자라나게 하는데 의미를 두고 있는지? 그런 일을 위해서 얼마나 준비되어 있고 헌신되어 있는지? S님을 목사로서 존경하고 있는지? S 님을 남편으로서 어떻게 여기고 있는지? S 님이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은 것을 사모님은 충분히 이해하고 받아들이고 있는지? 당연하게 지나간 이야기들 같지만, 이 시점에서 다시 돌아보고 짚어보아야 할 중요한 질문들입니다.

목회자의 길은 외롭고 힘든 길입니다. 여기에 돕는 자(helper)로서 사모님의 역할은 너무도 중요합니다. S 님이 목사로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다면, S 님의 아내께서도 사모로서 하나님의 부르심을 받았어야 한다고 여겨집니다. 목사나 사모나 부르심의 소명이 없이 가는 목회의 길은 자칫하면 무의미와 절망으로 빠질 수 있습니다. 보이지 않는 하나님을 왕으로 모시고 그 분의 종이 되어 섬기며 충성하는 길은 참 보람되고 축복된 길이지만, 그것은 오직 믿음과 사랑과 소망으로 가는 길일 때 그렇습니다. 목사님 내외분이 두 손을 모아 한 마음 되어 하나님 앞에 나아가는 날이 속히 오기를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