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토요일 기자는 아틀란타말씀사(대표 최석운) 이동서점에 동행했다. 장소는 애틀랜타에서 차로 3시간 가량 떨어진 알라바마주 버밍햄. 매주 토요일마다 잭슨빌, 올랜도, 마이애미, 탬파, 포트월튼비치 등 적어도 7시간은 쉬지 않고 달려야 하는 일정을 소화하고 있는 말씀사는 기독교서점이 없는 플로리다주, 앨라배마주, 사우스캐롤라이나주 등지를 누비며 신앙서적과 일반도서, 쉽게 구할 수 없는 성구들을 판매하고 있다.

아침 7시 기자를 밝게 맞아준 최석운, 강진희 집사 부부와 함께 버밍햄으로 출발했다. 맑은 햇살을 맞으며 고속도로를 달리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를 나누던 중 최석운 집사는 “늘 ‘좁은 문으로 들어가라’라는 말씀을 되새긴다”고 했다.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니라 오직 여호와의 말씀을 듣지 못한 기갈이라 했던 아모스 선지자의 말씀이 가슴 깊이 다가오는 시대라고도 했다. 휴일을 반납하고 새벽 1-2시에 떠나 오전 9시쯤 도착해서 진열하고 판매하는 일도 이제는 그리 힘들지 않다는 최석운, 강진희 집사는 “희생보다 전하는 기쁨이 더 크다”고 입을 모았다.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금새 버밍햄장로교회에 도착했다. 차로 싣고 온 1천여 권의 책을 빼내 진열하고 성구를 배열하는 데만 큰 정성이 들어갔다.

매상은 늘 들쑥날쑥하지만 사람 만나는 재미가, 또 한인들에게 가까운 곳에서 책을 만날 수 있게 해 준다는 기쁨이 쏠쏠하다는 이들.

책을 배열하고 얼마되지 않아 이동서점이 왔다는 소식을 듣고 발걸음을 재촉한 한인들이 하나 둘 서점을 찾아왔다.

▲교회에 도착해 책과 성구를 정리하는 손길이 분주했다. 하나둘씩 손님들이 몰려오며 장사는 뒷전(?)이고 이야기꽃을 피우고 있다.
‘성경, 그 청년 바보의사, 많은 물소리’를 구입한 백성미 집사는 “책 접하기가 쉽지 않다”며 “기독교서적을 사려면 애틀랜타까지 가야 하는 데 마음먹고 한 번 가면 정작 다른 일을 하느라 서점은 뒷전으로 미루는 경우가 허다해 늘 아쉬웠다”며 고충을 토로하기도 했다.

한인 약 1천5백 명이 거주하는 버밍햄에는 자영업자가 대부분이라 책 읽을 여유가 없는 한인들이 많다. 아침 일찍 출근해 저녁 늦게 퇴근하는 직업적 특성 때문이다.

이런 이들을 위해 버밍햄장로교회(담임 조연형 목사)가 최근 ‘하늘공원’이라는 교회 도서관을 개관해 이동서점의 방문을 더욱 반겼다. 조연형 목사는 버밍햄으로 이사올 때 책만 50박스를 가져왔을 만큼 독서광.

“좋은 책이 많네요. 어! 이 책이 벌써 번역이 됐네요. 바로 지난 해에 뉴욕타임즈에서 베스트셀러가 됐었는데…. 이것 유스부 아이들에게 필요하겠고, 오! 이 책은 권사님들이 좋아하시겠는데요?” 조 목사는 20권의 책을 골라 도서관 책장에 차곡차곡 쌓으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서점을 방문한 이들은 소문으로만 듣던 베스트셀러를 반기기도 했고, 새롭게 개정된 성경을 사가는 이들도 많았다. 한 교인은 기독교 성화 100편이 담긴 성화시리즈와 운영하는 가게 직원들을 위한 책을 구입하기도 했고, 서서 관심 있는 책을 읽고 있는 한인들도 눈에 띄었다.

한인들이 적은 지역을 다니다보니 그 만큼 순박하고 푸근한 대화가 오가기 마련이라 짧은 시간에 정(情)도 쉽게 든다. 같은 한인이라는 분모를 갖고 인생유전도 술술 털어놓는 사람들을 두고 애틀랜타로 갈길을 재촉하는 것이 그래서 쉽지 않다고 강진희 집사는 말했다.

▲헤어지는 아쉬움을 뒤로 하며 버밍햄장로교회 조연형 목사 부부(왼쪽)와 말씀사 최석운, 강진희 집사 부부가 함께 찍은 사진.
어느새 오후 4시가 되어 아쉬움 속에 책을 다시 플라스틱박스에 옮겨 담고, 책을 놓았던 탁자를 제자리에 가져다 놓으며 정리했다. 비지니스가 가장 바쁜 토요일 오후이다 보니 이동서점을 찾은 한인들이 적었다. 강진희 집사는 “오히려 서점에 오신 분들이 사람이 많이 안 온 것에 더 미안해 하신다”면서 고마움의 표시로 한글학교 교재와 성구가 적힌 예쁜 액자를 사모에게 내밀었다. 한사코 괜찮다는 사모에게 “이건 ‘축복의 가정’ 액자에요. 목사님 가정에 두고 보세요”라고 눈을 찡긋했다.

돌아오는 길에 페스트푸드점에서 투고한 늦은 저녁을 먹으며 밤길을 달렸다. 1천 여권이 넘는 책을 매주 싣고 달리니 고생을 하는 건 차도 매 한가지라 타이어도 어느새 푹 주저앉았지만 마음 만은 늘 가볍다.

최석운 집사의 말대로 물이 없어 갈함이 아니요, 양식이 없어 주림이 아닌 하나님의 말씀으로 갈급한 시대를 살고 있는 요즘, 하나님의 말씀이 담긴 양서를 전달하는 마르지 않는 기쁨이 휴일도 반납한 채 왕복 14시간을 달리게 하는 힘이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