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순절이 지난 주 수요일 시작됐다. 재의 성회로부터 부활절 직전까지 주일을 뺀 40일을 사순절로 지킨다. 주님의 고난과 십자가의 죽음을 되새기며 영적 훈련과 절제에 힘쓰는 거룩한 계절이다. 각 교회에서 특별 새벽 기도회나 사순절의 여러 행사들을 전통적으로 갖는다. 특히, 사순절은 십자가의 영성을 추구하는 영성의 계절이기도 하다. 영성의 깊은 의미를 되새기며 영성의 사람으로 나아 가고자 하는 결단이 있어야 한다.

내가 섬기는 교회는 사순절을 시작하는 재의 성회인 수요일 저녁 예배에 특별한 의식을 갖는다.재를 이마에 그리며 참회하는 기도의 시간을 갖는다. ‘주님께서 우리의 죄를 사해 주셨습니다’라고 집례자가 선포하면 교인들은 ‘주여, 나의 참회를 받아 주소서’라고 겸손히 고백한다. 비록 짧은 예전이지만 우리들의 마음과 영혼을 새롭게 하는 시간이 되고 있다.

오늘날 우리는 대단히 영적으로 혼돈스런 시간을 살아 가고 있다. 소위 말해 유사 영성들이 활개를 치고 있다. 뉴에이지 운동으로부터 초월 명상에 이르기까지 인위적인 영성들이 현대인들을 미혹하고 있다. 무엇이 참 영성이고 무엇이 거짓 영성인지 헷갈리는 시대를 살아 가고 있다. 심지어는 교인들 마저도 참 영성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이곳 저곳을 오가며 거짓 영성의 순례를 하고 있다.

아울러 이 시대는 너무나도 관능적인 시대이다. 지난 세월에 경험하지 못한 강렬한 성적 자극들을 미디어와 인터넷에서 뿜어내고 있다. 참 영성을 가지고 있지 못하면 이러한 자극들에 넘어지고 만다. 노예가 되고 중독이 되어 가정을 망치고 자기 영혼을 망치고 만다. 그러나 더 큰 문제는 이러한 빈사 직전의 영혼이 가시적으로 드러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은밀한 현장에서 이루어지고 보이지 않는 곳에서 이루어지기 때문에 더욱 더 현대인들의 정신은 위험수위에 처해 있다.

한걸음 더 나아가 우리 이민자들이 더욱 더 십자가의 영성을 추구할 이유는 이민자들이 너무나도 바쁘고 분주하다는 것이다. 그러기에 우리 자신들을 돌이켜 보고 반성할 영적 여유가 없다. 여기에 우리가 십자가의 영성을 추구할 결정적인 이유들이 생겨난다. 사순절 기간에 주님이 가르쳐 주신 십자가의 영성을 깊이 추구하며 주님이 걸어가신 고난의 길을 걸어야만 한다.

사순절을 맞이하면 무엇보다도 이 십자가를 묵상하기에 마음이 차분히 가라앉는다. 들떴던 마음, 혼란했던 마음, 부산했던 마음, 부질없던 마음, 허망했던 마음, 세상을 향했던 마음들이 십자가를 바라보면서 고요함이 찾아온다. 십자가의 은혜가 새롭게 각인된다. 보혈의 의미가 가슴 깊게 와 닿는다. ‘보혈을 지나 하나님 품으로’라는 하나님의 품이 평안하게 느껴진다.

십자가의 영성이 가장 강력하게 나타나는 것이 성령의 임재하심이다. 성령이 우리 안에 내주하기 시작할 때 우리는 지난 날 극복치 못하던 나쁜 습관, 병든 자아로부터 치유를 받게 된다. 혈과 육으로 인해 극복치 못하던 쾌락의 줄들을 끊게 되는 역사가 일어난다. 하나님의 영으로 인해 거룩함을 회복하는 은총이 주어진다.

십자가의 영성으로 나아갈 때 우리는 영적 감각을 새롭게 지니게 된다. 이전에 깨닫지 못하던 성경이 하나님의 말씀으로 우리에게 다가와 새롭게 인식된다. 우리의 안목, 우리의 생각, 우리의 마음에 새로운 영감을 입고 새로운 능력의 사람으로 변화하게 된다. 다 내주하시는 성령이 주시는 놀라운 은혜이다.

이번 사순절에 이러한 하나님의 영이 우리 모두들에게 강력하게 임하여 우리의 본질을 새롭게 하는 회복의 삶이 있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