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17일 새벽, 시카고 지역 한인교회 성도들이 ‘재’를 통해 예수의 수난당하심과 대속하심을 기렸다. 이날은 교회의 최대 절기 중 하나인 부활절을 40일 앞둔 재의 수요일이며 사순절이 시작되는 날이기도 하다. 사순절 기간동안에는 많은 교회들이 주님의 수난당하심을 기억하며 특별새벽기도회, 릴레이 금식 등 다양한 행사를 하기도 한다. 그 사순절의 시작을 알리는 재의 수요일에 시카고 지역에서는 글렌브룩교회, 참길장로교회 등이 특별 새벽수요예배를 드리며 주님의 고난에 동참하는 사순절을 다짐했다.

일반적으로 교회는 재의 수요일에 지난해 종려주일에 사용한 종려나무를 태운 재로 성도들의 이마에 십자가 성호를 그어준다. 이는 구약 시대에 통회하며 옷을 찢고 머리에 티끌 혹은 재를 뿌리던 행위에서 기인한 것이다. 주님의 수난과 죽임당하심이 인간의 죄를 대속하기 위함이었기에 이 사순절 기간동안 적극적 회개를 통해 그 고난에 동참하고자 하는 뜻이다. 재는 정화를 상징하며 “흙에서 왔으니 흙으로 돌아갈 것”이라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 주는 매개물이기도 하다.

글렌브룩교회는 17일 새벽 6시, 재의 수요일 예배를 드렸다. 백영민 목사는 지난해 종려주일에 말려 놓은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나와 “재 속으로”라는 제목으로 설교했다. 백 목사는 자신이 들고 있는 종려나무와 그 종려나무가 태워져 만들어진 재를 대비시키며 “호산나를 외치던 우리가 은혜를 다 잊어 버리고 예수를 십자가에 못박으라 하던 죄인의 모습이 되었으며 우리의 그런 죄를 위해 주님께서 십자가에서 돌아 가셨다”고 메시지를 전했다. 백 목사는 “죄의 삯은 사망이며 재는 곧 다 태워진 죽음을 의미한다. 우리가 재 속으로 들어가 죽은 사람의 입장이 되어 우리의 인생을 다시 보자. 무엇이 중요하고 무엇이 중요하지 않은지 고민하며 이 사순절동안 불필요한 것을 버리는 회개와 절제의 삶을 살자”고 강조했다.

글렌브룩교회의 재의 수요일 예배에는 성인 회중은 물론 어린이, 청소년 회중까지 참석했다. 백영민 목사와 두명의 전도사가 각각의 회중에게 재로 만든 십자가 성호를 이마에 그어 주었고 이들은 이 십자가를 지우지 않고 하루종일 이마에 둔다. 백 목사는 “사순절이 시작되는 특별한 의미를 지니는 이날에 자신의 이마에 그어진 십자가 성호는 어린이들에게도 큰 의미를 지닌다”면서 “학교에서나 거리에서 십자가의 의미를 묻는 친구, 동료들에게 그 의미를 설명해 주며 상당한 자부심을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참길장로교회는 새벽 5시30분 기도회 형식으로 예배를 드리며 재의 수요일을 지켰다. 하영택 목사는 올리브 기름을 이겨 만든 재로 성도들의 이마에 십자가 성호를 그었고 성도들은 회개를 다짐하며 뜨겁게 기도했다. 하 목사는 “재가 상징하는 것은 참회다. 원래 이 재는 지난해 종려주일에 사용했던 종려나무 가지를 태워 만드는 것인데, 지난해 주님을 맞이하며 우리가 흔들던 종려나무가 다시 재가 되어 우리 머리에 뿌려지는 것은 우리의 죄된 모습을 주님 앞에 고백하는 것을 상징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