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어린이 33명을 적법 절차 없이 도미니카공화국으로 출국시키려다 체포된 10명의 미국 침례교인들이 4일(현지 기준) 기소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AP통신은 지난 2일부터 아이티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법원에서 수사 판사의 심문을 받아 오던 이들 교인 10명이 지난 4일, 유괴 혐의로 기소됐으며 이에 따라 포르토프랭스의 한 교도소로 이송됐다고 보도했다.

4일 이들 교인들의 변호사 자격으로 심문에 입회했다는 현지의 에드윈 코크 변호사는, 아이티 사법제도에 따라 이들에 대한 재판이 비공개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했으며, 판결이 나오기까지는 3개월 가량이 걸릴 것으로 전망했다.

현재 아이티 국내법에 따르면 유괴 혐의에 대해 유죄 판결이 내려지면 최소 5년에서 최대 15년까지 징역형이 가능하다.

대부분이 미국 아이다호 주에 위치한 샌트럴 밸리 처치 소속인 이들 교인들은, 심문 과정에서 고아 구조 사업이 강진 이전부터 계획되어 온 것이었으며, 어린이들에 대한 해외 출국 시도는 어려움에 처한 고아들을 돕기 위한 순수한 목적에서 이뤄진 것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지난 29일, 현지 목회자를 통해 모집한 2개월부터 12세까지의 아이티 어린이들 33명을 데리고 도미니카공화국으로 향하던 중 아이티 경찰에 의해 체포됐다. 33명의 어린이 모두가 해외 출국에 관한 적절한 서류를 갖추지 않은 상태였고, 이 중 일부는 부모가 생존해 있거나, 키워 줄 가족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들 교인들은 도미니카공화국에 고아원을 설립할 계획이었고, 고아원 건물이 완공되기 전까지 한 호텔에 마련해 둔 임시 보호소에서 어린이들을 위한 의료 서비스를 지원할 예정이었다. 또 어린이들에 대한 해외 입양을 추진할 계획으로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밝혀 놓았다.

그러나 33명의 어린이 중 몇몇의 부모로 밝혀진 아이티인들은 자녀들이 도미니카공화국에서 교육을 받은 뒤 집으로 돌아올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말해, 현지 목회자에게서 어린이들을 소개 받는 과정에서도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아이티는 지진 참사 이전에도 해외 어린이 매매가 사회 문제였고, 따라서 강진으로 인한 혼란을 틈타 이같은 범죄가 더욱 기승을 부리는 것에 대해 아이티 정부는 우려를 표명해 왔다. 또 최근 세계 각국에서 앞다퉈 아이티 지진 고아들을 입양하는 가운데 어린이가 적절한 서류를 갖추지 못한 채, 미처 부모의 생존 여부나 키워 줄 친척의 존재 여부에 대한 확인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해외에 도착하는 사례가 빈번해 아이티 정부는 사전 허가 없이 이뤄지는 어린이의 해외 출국을 금지한 상황이었다.

이번 사건으로 아이티 정부는 지진 전에 절차를 개시한 입양을 제외하고는 해외 입양을 일단 중지했으며, 해외 입양과 관련해서 막스 벨레리브 총리의 직접 서명을 받도록 특별 조치를 취했다.

한편 미국 정부는 아직 이번 사건에 직접적인 개입 의사를 밝히지 않았으며, 신중한 태도를 취하고 있다. 미 국무부 P.J. 크라울리 대변인은 3일 미국은 이 사건에 개입하지 않을 것이라는 입장을 전했다. 그러나, 힐러리 클린턴 국무부 장관은 이에 앞서 워싱턴이 아이티 정부와의 대화를 시도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