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오전, 올해도 어김없이 국가 지도자들과 기독교 지도자들이 대규모 참석한 가운데 워싱턴 DC에서 제58회 미국 국가조찬기도회가 개최됐다. 취임 이후 두번째 맞는 기도회 연설에서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공적 현장에서의 ‘정중함(civility)’을 가질 것을 촉구하고, 이를 위해 기도를 통한 겸허한 마음을 지킬 것을 강조했다.

최근 건강보험 개혁안 통과를 전력 추진하고 있는 오바마 대통령은, 예상대로 이날 연설에서도 이 문제에 대한 언급을 빼놓지 않았다. 그는 “건보 개혁안을 놓고 최선의 방법을 찾는 데 있어 이론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면서도 이러한 정책적 이견이 곧바로 상대의 정치적 동기에 대한 의심으로 변질되는 워싱턴 정치 문화에 대해서는 비판했다.

그는 “냉소주의와 비관주의가 정치의 품격을 떨어뜨리고 있고, 워싱턴에서 정중함이 사라지고 있다”고 유감을 표시했다. 이날 국가조찬기도회에는 조지프 바이든 부통령과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을 비롯해 고위 관리들이 참석했고, 민주당은 물론 공화당에서도 많은 의원들이 참석해 있었다.

그는 “정치적 견해가 달라도 서로 존중하고 이성적으로 토론할 수 있는 품격과 예의를 잃어서는 안된다”며 “정중함을 지키는 것이 약한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공적 현장에서 정중함이 사라지면 국민들 사이에서도 분열과 불신이 싹트게 된다”고도 우려를 표시했다. 이날 현장은 전통적인 국가조찬기도회의 초당파적이고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오바마 대통령은 시종일관 진지하고 단호한 어조를 유지했다고 뉴욕타임스, 워싱턴포스트 등 현지 언론들은 전했다.

한편,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기도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하고, 이같은 정중함과 정치인으로서의 품격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도의 힘에 의지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기도는 우리의 마음을 겸손으로 채우고, 서로가 서로를 대하는 데 있어서 형제애를 가질 수 있게 해 준다. 기도를 통해 우리 모두는 사랑의 하나님의 동일한 자녀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 요즘 같은 워싱턴 정계의 분열도 기도의 힘을 통해서 극복하기 바란다고 언급하고 “서로 이견을 갖고 토론하되, 서로 미워해서는 안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런 정중함의 본보기를, 진보주의와 보수주의로 표방하는 가치관은 다르지만 공공의 선을 위해 헌신하고 있는 기독교 지도자들을 통해서 찾을 수 있다고도 말했다.

오바마 대통령은 개인적으로도 대통령으로서의 업무를 수행하는 데서 비롯되는 극도의 긴장을 기도를 통해 이겨내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그는 지난 달 마틴 루터 킹 목사 기념일에 행한 연설에서도 같은 내용의 언급을 한 적이 있다.

그는 “요즘 나는 많은 시간을 기도에 할애하고 있다”며 “기도는 우리가 절망하거나 낙담했을 때 우리를 폭풍 가운데서도 평안을 지킬 수 있게 해 준다”고 말했다.

이외에도 오바마 대통령은 이날 조찬기도회 가운데 특별히 국제적으로 논란이 되고 있는 우간다 반동성애법에 대해서도 언급해서 이목을 집중시켰는데, 그는 국가의 종교적 정체성을 지키고 전통적 결혼관을 수호하려는 우간다 국가 지도자들의 취지는 십분 이해하지만, 동성애자들에게 지나치게 무자비하고 비인권적인 반동성애법은 옳지 않다고 강력히 비판했다. 우간다 반동성애법은 동성애에 반대하는 미국 보수 복음주의 교계에서조차 반대를 사고 있다.

이는 미국 기독교 가정 운동 재단인 펠로우십 파운데이션이 우간다 반동성애법에 직접적인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고 주장하는 일부 진보 기독교 단체들과 동성애자 권리 옹호 단체들이 보수적 색채의 국가조찬기도회에 항의하는 의미에서 ‘대안적’ 국가조찬기도회를 계획하는 등 반발 움직임을 의식한 것으로도 보인다.

한편 이날 국가조찬기도회에는 한국에서도 대한민국 국가조찬기도회 회장 박성철 장로와 사무총장 장헌일 장로가 한국 대표로 참석해 한국과 미국의 굳건한 신앙적 동맹을 자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