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집안사정으로 쉽게 대학진학을 포기한 채 살아가는 부탄난민청소년들을 위해 지난달 23일 대학진학세미나가 열렸다. 세미나는 부탄난민 주일학교를 섬기던 김로리 사모(아틀란타침례교회 청소년사역 담당)가 난민 고등학생들의 안타까운 사연을 듣고 조직한 것으로, 주변 난민교회 목회자들의 도움을 받아 100여명을 동원한 세미나를 열었다. 부탄난민청소년위한 대학세미나 기사 바로가기

이번 부탄난민청소년 대상 대학진학세미나 뒤에 숨겨진 감동적인 스토리를 김로리 사모가 기독일보에 털어놓았다.-편집자 주-


우리 학생들이 부탄 난민 교회의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칠 때 항상 옆에서 통역으로 도와주는 마이클이라는 10학년 남학생이 있다. 그 아이는 미국에 온지 일년이 채 안되는 데 믿음이 아주 좋은 학생이다. 하루는 집에 차도 아직 없고 컴퓨터도 없는 그가 여가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물었더니 '시간 날때마다 믿는 친구들과 함께 힌두교 사람들을 전도하러 다닌다'고 대답했다.

너무도 대견스러워 혹시 목회자가 되고 싶은 생각이 있는지 궁금하여 대학가면 무슨 공부를 할 계획인지를 물었다. 그는 ‘저는 대학에 가지 않습니다’라고 당연한 듯이 대답했다. 내가 깜짝 놀라 그 이유를 물었더니 돈이 없어 대학을 갈 수 없다는 것이다. 나는 미국에서는 돈이 없어도 대학에 갈수 있는 길이 있다고 설명을 해 주며 다른 부탄 친구들도 그렇게 생각하는냐고 물었더니 다들 대학 진학을 생각치 않는다고 대답했다. 시간 있을 때마다 전도하러 다니는 마이클과 그의 친구들이 장차 대학에도 진학하고 미국 땅에서 힌두교 사람들에게 복음을 전하는 귀한 일군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날 학생들과 부탄교회주일학교를 마치고 돌아오는 차 안에서 우리는 마이클과 교회 학생들을 위해 대학 진학 세미나를 해주는 것을 제안했고, 그 자리에 있던 전원이 찬성했다. 교회 영어부와 청소년 전도사님에게 대학 진학 정보 세미나를 부탁을 했고 정부 보조금 신청, 학자금 융자, 기술대학, 2년제 대학, 직업종류들, 고등학교 졸업 자격 시험(GED)등에 대한 것들을 알려주는 세미나를 계획하게 되었다.

두 분의 부탄 교회 목사님께서는 청년부 학생들을 모두 대학에 보내고 싶다고 하시며 이 세미나를 적극적으로 찬성하셨다. 힌두 학생들도 대학 정보에 관심이 많으니 이 세미나를 전도하는 도구로 삼자며 그들이 사는 아파트 단지에 전단지를 돌리기 시작하셨다.

대학 진학 세미나 일주일 전, 날씨가 춥고 가랑비까지 내리는 주일 오후에 나는 선교팀 학생들과 클락스톤인터내셔널교회에서 부탄 교회 주일학교 어린이들을 가르치고 있었다.

그 때였다. 선교팀의 다른 학생들이 토요일마다 방문하는 부탄 난민 가정의 21살짜리 큰 아들, 샘으로 부터 전화가 왔다. 샘은 미국에 온지 4개월 정도 밖에 되지 않는 데 부탄 교회 근처 아파트에 살고 있다. 샘은 나를 만나 중요하게 물어볼 말이 있다며 교회로 금방 올테니 가지 말고 기다려 달라고 했다. 차편이 필요하냐고 묻기도 전에 그는 급하게 전화를 끊어버렸다. 약 20분 후에 샘이 교회로 뛰어 들어왔는데 그의 머리와 옷이 젖어 있었고 숨을 헐떡거렸다. 그 순간 나는 샘이 그의 아파트에서 교회까지 단번에 뛰어온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마음이 아팠고 그 집에 차가 없는줄 알면서 왜 차편에 대해 물어보지 않았는지 무척 후회스러웠다.

샘: “저는 미국에 오기전 난민 캠프에서 고등학교 과정을 이수 했습니다. 미국에 온 후 우리 식구를 부양하기 위해 직장에서 일하는 것외에 대학교에 가는 것은 전혀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직장에서 일하면서 그런데 갑자기 대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미스터 나(토요일 그 가정을 방문하는 우리 학생의 부모)에게 미국에서의 대학진학에 대해 질문을 했는데 그 분이 당신에게 여쭈어보라고 했습니다.”

나는 샘에게 이 대학 세미나에 대해 이야기 해주었고 거기에 참석하면 필요한 정보를 얻을 수 있을거라고 말해주었다. 다음 주 토요일 오후에 그를 픽업해서 세미나하는 장소로 데리고 가겠다고 했더니 샘이 좋아하며 토요일에 나를 기다리겠다고 하며 교회를 떠났다.

떠나기 전 샘은 나의 손을 잡더니 허리를 90도로 굽혀 내 손에 그의 머리를 댔다. 그리고 ‘미세스 김, 당신의 은혜를 나는 평생 잊지 않을 겁니다’라고 말했다. 그를 위해 아무 것도 한 것이 없는데 그의 감동적인 감사 인사에 내 마음은 뭉클해졌고 동시에 가슴이 아팠다.

미국에 와서 21살의 나이에 부모와 어린 세 동생을 부양하려고 차도 없이 저임금을 받고 노동일 하러 다니는 그의 삶이 얼마나 고달프고 답답했으면 남의 조그만 친절을 저렇게 뼈저리게 고마와할까 싶었다. 이번 세미나를 계획하게 된 계기는 우리의 주일학교 사역을 도와주는 마이클이었다. 샘은 생각지도 않았다. 그런데 하나님은 샘도 염두에 두고 계셨던 것이다. 나는 갑자기 토요일 세미나에 하나님께서 얼마나 많은 샘을 보내주실지 상상을 하고는 흥분을 감출 수가 없었다.

샘을 보내고 주일학교 방에 들어갔더니 거의 끝날 무렵이었다. 마이클에게 토요일 세미나에서 보자며 작별인사를 하는데 그는 대학을 안 갈 생각이기 때문에 세미나에 안오겠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내가 그에게 조용히 말해 주었다. “마이클, 이 세미나는 너 때문에 시작하게 되었어. 그래서 너는 꼭 와야 돼”

세미나에는 부탄 교회 청소년들외에 힌두교 학생들이 50여명이 참석하여 모두 105명의 청소년들이 참석하였다. 영어부의 대학원생 두명과 전도사님의 강의를 학생들은 진지하게 듣고 질문도 많이 하였다. 전도사님은 미국은 기회의 나라이니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할수 있다는 말을 덧붙였다.

강의가 끝난후 교회 어른들이 맛있게 만들어 준 볶음밥, 치킨, 김치등 저녁을 선교팀 학생들이 써빙했고 참석한 학생들 모두 맛있게 먹기 시작했다. 세 명의 세미나 강사 테이블에는 많은 학생들이 계속적으로 대학에 관한 질문을 하기 위해 몰려 들었다. 그런데 그 때 마이클이 내게 다가왔다. 그의 눈에 눈물이 가득 고인 채 울고 있어 나는 깜짝 놀랐다. 그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가, 나와 우리 학생들을 정말 행복하게 만들었다.

"미세스 김, 나는 대학을 가기로 결정했습니다”

글: 김로리 사모(아틀란타한인침례교회 청소년사역 담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