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기쁨의 억덕으로”를 묵상하면서 우리들이 부르는 찬송가 가사가 생각났습니다. “길가 장미꽃을 감사, 가시 있음도 감사”(찬송과 예배 246장). 저작권 때문에 제가 가사 전체를 인용할 수 없지만, 기쁨과 슬픔, 향기나는 봄날과 쓸쓸한 가을 모두를 감사하는 통전적인 신앙을 표현하는 찬송입니다. 저희 부부가 헌금 특송으로 한 번 교회에서 불렀던 기억도 납니다.

전도서는 하나님께서 하시는 일이 우리들의 생각과 정의 감정에 맞지 않을 때에도 하나님을 찬양하며 주어진 하루 하루를 감사함으로 살 것을 권면합니다. 마태복음의 말씀을 보면 사명을 감당하는 것은 마치 양이 이리떼에게 들어가는 것과 같지만 그래도 담대하고 기쁨으로 복음을 전할 것을 명령하고 있습니다.

최근에 암으로 투병하시는 이해인 수녀님이 시집을 출판했다는 기사와 함께 인터뷰가 실렸습니다. 암으로 죽는다고 남은 삶을 탄식과 좌절로 살기 보다는, 남아 있는 시간들을 하나님을 찬양하고 감사하면서 살고 싶어서 시를 썼다고 하는 기사입니다. 이왕 아플 것 기쁘게 아프자는 마음으로 해맑은 웃음을 띤 사진도 나왔습니다.

우리들의 경제적인 위기가 심해도 하이티의 지진으로 죽어가는 이들을 돕지 못할 정도는 아닙니다. 내 고민은 발가락 무좀이라면 그들의 고민은 심장 파열입니다. 그래도 우리들은 언제나 내 발의 가려움만 생각하는 소시민이 되기 쉽습니다. 이런 일상의 삶이지만 그래도 위대하신 하나님과 이어져 있는 끈이 있습니다. 그것은 감사입니다. 그리고 그 감사한 마음 때문에 나누는 정입니다. 내 경제적인 어려움 때문에 움추려 들지 않고, 오늘 나눌 수 있는 것을 나누어 지진 피해자를 돕고, 내가 암에 걸려 죽어 가도, 지금 당장 죽은 이들과 그 가족들을 위해 기도하는 것은 아직 산 자의 할 일입니다. 장미에 가시가 있듯이 산 자에게는 고통이 있습니다. 그것을 받아들이고 고통으로 만든 빵이라도 나누는 여유와 생명의 복음을 나누는 열정이 우리 모두에게 있기를 기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