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국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이하 인권위)가 20일 북한 정치범수용소(강제송환·강제실종 포함)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국가기관 차원에서 북한의 정치범수용소 실태를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권위는 정치범수용소에서 수감자·관리자로 수용소 생활을 경험한 탈북자 17명과 지난 2006년 이후 강제송환을 경험한 탈북자 32명을 대상으로 면접 조사를 실시했고, 지난해 입국한 탈북자 322명을 대상으로 일반 북한 주민들의 정치범 처벌사건 및 국가안전보위부에 의한 강제실종 목격사례, 정치범수용소와 강제실종에 대한 인식 등에 대한 설문조사 등을 거쳐 이번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지난 1950년대 후반부터 운영돼 온 정치범수용소는 1970년대 한때 13곳에 이르렀으나, 1980년대 말 이후 폐쇄·통합을 거쳐 현재 6곳이 운영되고 있다. 인권위는 현재 약 20만명이 정치범수용소에 수감된 것으로 추정하고 있으며, 요덕수용소 내 일부구역과 18호 관리소 일부만이 혁명화 구역이고 그 외의 모든 수용소는 완전통제 구역이다.

수용소는 수용자 내 간부들을 활용해 통제가 이뤄지고 있다. 관리소장과 수용자 담당 보위원들은 수감자의 노동력을 최대한 활용하고 충성도를 높이기 위해 열성적인 수감자들에게 각종 직책을 부여하고 이들에게 생산활동과 수감자 감시 및 통제 책임을 부가하고 있다. 그러므로 수감자들은 같은 수감자들 중 선별돼 임명된 작업반장이나 소대장 등의 지시로 작업을 하고 직접적인 통제와 구타, 고문 등을 당하고 있었다.

특히 강제송환된 탈북자들의 최종 처벌 수위가 강화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우려되고 있다. 지난 2000년대 초기에는 무조건 정치범으로 처벌했으며, 한국행을 기도했거나 기독교를 믿는 경우, 간첩행위 등을 제외한 단순 도강자들에게는 처벌이 완화됐다. 그러나 2006년 이후에는 탈북자들의 한국행이 늘면서 ‘비법월경자’에 대해서도 처벌 수위를 높여 교화소로 보내기도 하고, 형기도 늘어났다. 그러나 뇌물을 제공하면 처벌을 약하게 받을 수 있고 심지어 석방되는 경우도 있다고 한다.

인권위는 “북한은 유엔 회원국으로서 유엔헌장상 인권과 기본적 자유를 보호하고 증진할 국제적인 의무가 있음에도 정치범수용소의 열악한 환경과 끔찍한 구금·고문 자행, 강제송환자에 대해 조국을 떠난 것을 반역 죄목으로 자의적 구금·고문·비인도적 또는 굴욕적 처우·사형·공개처형·불법적 감옥 내 영아살해·노동캠프행 등의 형벌을 가하고 있다”며 “이러한 북한의 국제인권규범 불이행 사실을 영문 번역해 국제사회에 배포하고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에서 북한인권 상황을 검토할 자료로 활용하게 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인권위는 또 정부가 추진할 수 있는 중·장기적 북한인권 정책 및 로드맵과 이에 기초한 실천계획(Action Plan) 수립을 추진하고, 다자·양자·국제기구 등 행위자별 대북인권 정책 로드맵과 북한주민·탈북자·국군포로 및 납북자·이산가족 등 주요 이슈별로 발생할 수 있는 북한인권 문제들에 대한 정책 로드맵을 연구 제시할 예정이다.

인권위는 “북한은 즉시 정치범수용소를 해체하고 수감자와 가족들을 석방하여야 한다”고 재차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