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왜 이렇게 외롭고 슬픈지 모르겠어요.

Q: 전화로 상담 드립니다. 저는 다른 주에 살고 있구요. 50 대에 접어든 여성 크리스챤 J 입니다. 남편은 미국 사람인데 저보다 나이가 훨씬 많구요. 아주 인자하고 너그러운 분이시고, 생활이 안정되어 있습니다. 저는 교회에서 봉사하는 것이 참 즐겁구요. 매사에 긍정적이고 밝게 살려고 노력합니다.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에서 다른 사람들을 자연스럽게 웃겨서 사람들이 저만 있으면 즐거워하고 저를 아주 낙천적이고 좋은 사람으로 보고 있어요. 그런데요, 목사님 사실 저는 그렇지가 못해요. 주일 예배가 끝나고 친교를 마친 후에 집에 가면 너무나 외로워요. 혼자 있는 것을 견딜 수가 없어요. 마음이 매우 슬프고 쓸쓸합니다. 미국 남편이 옆에서 보면서 왜 그러냐고 얘기 좀 해보라고 해도 내가 왜 그런지 알 수가 없어요. 그 외로움을 달래려고 일부로 빨래 방이라고 가서 사람들을 만나고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하며 웃기고 웃어야 한다니깐요. 그런데, 한국에서 10 대 후반일 때, 서울 근교에 있던 삼촌 집에 엄마 심부름을 간 적이 있었어요. 그때 그만 삼촌에게 성추행을 당했지요. 그게 늘 마음 속에 걸리는 부분인데, 그 문제 때문에 제가 우울한가요?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합니까?

A: 연락 주셔서 감사합니다. 사람들이 모인 장소에선 즐겁게 이야기를 하면서 편안하게 지내다가 혼자 있을 때는 갑자기 외로움이 찾아오고 슬퍼지는 마음을 견딜 수 없어서 많이 힘드시겠습니다. 남편이 그것을 보면서도 도와주고 싶어도 왜 그런지 자세히 알 수 없고, 더우기 J 님의 마음 속에서 일어나는 일이라면 어떻게 해 드릴 수 없어서 남편으로서도 더욱 마음이 안타까우시겠습니다.

J님의 마음 속에는 지금 두 가지 큰 감정이 교차하고 있습니다. 마치 바닷가의 밀물과 썰물이 시간대를 맞추어 들어오고 나가며 엇갈리는 것처럼, J 님의 속에는 즐거움과 외로움이 서로 교차하고 있습니다. 더우기 외로움은 슬픔으로 이어집니다. 이러한 부정적인 감정은 J 님이 말씀하신 것과 같이 한국에서 젊은 날 삼촌에게 당했던 성적인 일과 무관하지 않습니다. 그때의 그런 일이 심리적으로 정리되고 해결되지 않은 상태도 J 님의 마음 깊은 속에 숨겨져 있지요. J 님은 그런 일을 부끄러워서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었고, 말하지 않았을 것입니다.

그러나, 그 수치심은 없어지거나 사라지지 않고 J 님의 마음 한 구석에 자리잡고 J 님의 작은 아이(little child)의 목소리로 J 님에게 말하고 있는 것이지요. 아직 충분히 성장하지 못하고 해결되지 않은 문제를 갖고 있는 J 님의 내재아 (inner self)가, J 님의 깊은 내면 속에 있다는 말이지요. 그런 J 님의 진정한 모습이 드러나면 사람들이 싫어할까봐 사람들에게 그런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기 위해서, 어쩌면 J 님은 사람들 앞에서 더욱 즐겁고 기쁘게 사는 모습으로 자신을 위장하고 있는지도 모릅니다. 사람들이 진짜 나(real self)를 알게 되면, 나(J)는 창피하고 그들은 나를 싫어하고 결국 나를 떠날까봐 그것이 두려워서 J 님은 더욱 웃음을 자아내는 사람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있는지 스스로 정직하게 물어 보시기 바랍니다.

만일 그렇다는 것을 인정한다면, 다음으로 10대 후반의 J님이 엄마 심부름으로 삼촌 집을 찾아 갖던 장면을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까막득한 옛날 일로 자세히 생각도 나지 않고 잊어 버리고 싶은 아픈 추억이겠지만, 힘들어도 그때 그 시간을 떠올리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그 장면을 예수님께로 가지고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강제적인 힘 앞에 저항할 수 없었던 J님의 나약한 모습을 예수님의 십자가 앞에 가지고 나아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예수님께서 J 님의 나약함과 슬퍼함과 비참함을 갖고 십자가에 달리신 것을 믿으시고, 예수님의 보혈로 J 님이 깨끗이 씻겨지고 치유되는 것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하나님께서는 J 님을 지금이나 그때나 여전히 보고 계시고 사랑하십니다. 하나님께서 예수님의 보혈로 J 님을 온전히 치유해 주시고 새롭게 해 주셨음을 믿으시고, 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자유하도록 하나님이 지금도 부르고 계심을 믿으시기 바랍니다.

“그런즉 누구든지 그리스도 안에 있으면 새로운 피조물이라 이전 것은 지나갔으니 보라 새 것이 되었도다” (고린도 후서 5:17). 위장된 이중 감정(ambivalence)을 갖고 있는 J 님이 아니라, 예수 그리스도 안에서 진정한 자기를 찾고, 치유되어 하나님께 감사 드리며 정말 기쁘게 살아가는 J 님이 되시기를 주님의 이름으로 기도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