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말고도 이름도 없이 빛도 없이 수고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인터뷰 말미에 겸연쩍게 웃으며 악수한 박동한 선교사는 신학공부 차 애틀랜타에 머물고 있는 아이티 선교사다. 요즘처럼 아이티가 ‘핫 이슈’인적이 없는 만큼 애틀랜타에 아이티 선교사님이 계시다는 소식을 듣고 기자는 망설임 없이 전화를 들었다. 들려오는 소식 말고 직접 몸으로 부딪히며, 그 사람들과 함께 했던 이야기를 듣고 싶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무너져버린 아이티, 그곳의 유일한 희망은...
도미니카공화국과 아이티를 넘나들며 대학생 크리스천 리더를 세우는 일에 헌신하던 박동한 선교사는 다음주 다시 아이티로 떠난다. 오랜 고민 끝에 신학을 공부하게 됐다는 평신도 선교사인 그는 이왕에도 수업이 없는 방학에 두 번씩 아이티를 방문해 왔다. 그런데 이번 지진으로 선교센터 3명의 스텝 중 2명이 행방불명이고 현지인들이 눈 앞에 아른거려 도저히 공부에 집중할 수 없었다. 한국 대사관에서는 아이티 방문을 자제해 달라고 권하기도 하고, 그래도 가겠다면 입국할 때 반드시 보고하라고 신신당부 할 정도로 아이티의 정국이 불안정한 상태다. 박 선교사는 다음주 다시 아이티로 들어간다. 모든 것이 파괴된 그곳에서 ‘모든 것의 모든 것 되신 하나님’을 전하기 위해....

“현지에 12명의 형제들이 있어요. 화요일 지진 소식을 듣고 오후부터 수업이 안돼서 다녀와야겠다 생각했어요. 구호물품도 중요하지만 절망 속에 있는 그들을 보듬어 주고 같이 울어주고 싸매줘야 돼요. 아내와 조용히 다녀오려고 했는데 아는 분들이 많이 격려해주시고, 애틀랜타 몇 교회에서 물질적으로도 후원해주셔서 도미니카공화국 국경에서 버스나 트럭을 대여해서 아이티로 갈 예정입니다. 피해가 가장 큰 포르토프랭스와 선교센터가 있던 카파이시앵에서 사역할 계획입니다.”

아이티에 닥친 대지진, 어떻게 봐야 할까?
아이티에 닥친 지진을 어떻게 봐야 할지 물었다. 각자의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있겠지만 현지에서 그들과 살을 맞댄 박동한 선교사는 이 지진을 어떻게 해석하고 있을까? 우선 박 선교사는 ‘아이티는 예수 외에는 대안이 없는 곳’이라고 했다. 강력한 토착신앙과 극심한 빈곤으로 10년을 선교해도 열매가 드러나지 않아 선교사들의 무덤이라 불리는 곳. 부자세습으로 이어진 독재와 당쟁으로 얼룩진 정치로 국민 대부분이 진흙과자를 주식으로 먹어야 하고 그것도 하루 한번 밖에는 먹을 수 없는 곳이기 때문에 세계적으로도 크게 주목 받지 못한 곳이 아이티였다. 그런데 이번 대지진이 닥친 후 상황은 급격하게 변하고 있다.

▲박동한 선교사는 이번 지진으로 아이티의 모든 것이 무너졌지만 그 속에서 새로운 소망을 본다고 했다.
“지금처럼 아이티에 전 세계의 이목이 집중 된 적이 없습니다. 국제 원조뿐 아니라 전 세계인들의 기도가 집중되고 있잖아요. 깊이는 모르겠지만…… 대안이 없고 소망이 없는 이 민족을 하나님께서 이 사건을 통해 새롭게 쓰려고 하신다는 생각이 들어요. 이제 하나님께 올려지는 민족이 되길 기도하고 있어요. 생존을 위한 일차적인 구호활동이 꼭 필요하지만, 모든 게 무너진 만큼 저도 사역을 재정비하고 복구되는 과정에서 전략적으로 복음이 마음에 심겨야 되요.”

아이티를 살릴 리더가 필요하다
아이티에서 박동한 선교사가 집중하는 사역은 ‘Leader Builder’. 800만 인구의 아이티를 바꿀 수 있는 건, 깨어있는 젊은 이들, 대학생들이라는 생각에서다. 이들의 가슴에 민족 복음화의 열망을 심고, 신앙과 함께 정치, 경제, 사회, 문화적으로 훈련된다면 시간이 지나 민족을 바꾸고 나라를 살리는 인재가 될 것이라는 소망을 담고 있다. 2020년까지 20개의 비전센터를 세운다는 계획으로 부지런히 달려오던 그는 센터의 외형보다 영적인 지도자들이 채워지길 기도하고 있다고 밝혔다.

마지막으로 아이티를 위한 기도제목을 물었다.

“아이티에 제대로 훈련된 사람이 꼭 필요합니다. 1804년에 프랑스에 맞서 10만 명씩 죽어가면서 중남미에서 최초의 독립국가가 됐을 때, 카리브의 부국이라 불릴 정도로 영광을 누렸지만 잘못된 위정자를 만나 100년이 지난 지금 세계 3대 빈국으로 전락했어요. 하나님의 사람으로 바로 선 지도자가 없었기 때문이에요. 청소년, 청년들이 변화되면 소망이 있지 않겠어요? 하나님 앞에 바로 서고 자기 민족을 사랑하는 리더가 세워지도록 기도해주세요.”

박동한 선교사는 십시일반 모아준 구호품을 싣고 다음주 어둠의 땅 아이티로 떠난다. 2월 9일에 다시 돌아왔다가 4월말 정도 다시 출국한다는 계획이다. 정세가 불안정 한만큼 많은 기도가 필요하다.

강대국들은 앞다퉈 아이티에 더 많은 물자와 더 많은 군인들을 보내기에 혈안이 돼있다. 국제 정치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향후 아이티 국가 정비는 어떻게 될지는 하나님께 맡겨야 할 문제다. 이미 복음의 축복을 넘치도록 누리고 있는 우리가 이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게 무엇일까? 적든 많든 기부금을 내는 것일 수 있다. 하지만 이들을 가슴에 품고 빛과 소망되신 예수 그리스도가 무너진 땅과 가슴에 심겨지도록 간절히 기도해야 하지 않을까?

박동한 선교사를 통한 후원을 원하는 이들은 (678) 793-9789로 하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