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구호에 나선 구호단체들은 긴급구호 파견단이 도착해 활동을 개시하고, 장기적인 복구계획을 수립하는 등 생존자 관리와 재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지에 들어간 기아대책 긴급구호팀의 경우 18일 2차 지원을 위한 식료품과 식수, 빵, 통조림류, 잼과 가솔린, 구급물품 등을 확보했으며, 도미니카공화국을 거쳐 19일 이재민들에게 이를 전달한다. 긴급구호팀 고영주 간사는 “현지 물가 폭등과 치안 불안으로 구호품 전달이 쉽지 않지만 노력 중이며, 특히 의약품과 디젤 등의 연료가 많이 부족한 상태”라고 전했다. 이철희 기아봉사단원은 “많은 사체들을 땅에 묻었는데도 이미 역병이 돌고 있으며, 호흡기나 상처를 통해 전염이 우려돼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현지 고아원에 도착해 긴급구호 물품들을 전달하고 있는 기아대책 긴급구호팀 대원들. ⓒ기아대책 제공

20여명의 기아대책 긴급구호팀은 17일 도착해 현지 고아원을 방문하고 식소와 캔식료품 등의 구호물품을 전달했으며, 피해상황을 빠르게 분석하고 재건사업을 위한 구체적인 계획을 논의하고 있다. 기아대책 정정섭 회장은 “한국 후원자들의 온정을 모아 현지 구호활동이 활성화되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며, 최대 피해지역인 수도 포르토프랭스에서 기존에 해 오던 에이즈 및 아동재활 등 장기지원 프로그램을 더 강화하겠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에서는 ‘더 나은 미래 재건(Build back better)’라는 이름의 긴급구호 장기계획에 돌입했다. 세이브더칠드런 맥코맥 미국CEO는 “우리 모두가 이번 사태를 아이티가 지진 전보다 더 나은 상태로 재건할 수 있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며 “큰 인내심을 발휘하고 있는 아이티인들을 위해 지난 아시아 쓰나미 때처럼 성공을 이끌어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지난 2004년 아시아 쓰나미 긴급구호 대응에서 적용한 바 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이후 아시아 5개국에서 수십만명의 아동들에게 노력을 기울였으며, 지난해 말 5년간의 활동 내용을 담아 ‘5 Years On’을 발간하기도 했다. 이들은 2008년 허리케인 희생자들이 살고 있던 대피처와 캠프에 아동친화적공간(Child Friendly Space)을 만들어 그들의 고통을 회복하고 뛰어놀 공간을 제공했다.

맥코맥 CEO는 “인도네시아 아체지역은 쓰나미 강타 전보다 전반적으로 좋아졌다”며 “더 나은 의료시설과 보건 프로그램, 학교와 훈련된 교사, 지진에 안전한 주거공간, 재난대비 훈련 등이 갖춰져 아이들이 더 밝은 미래를 누릴 수 있게 됐다”고 설명했다.

▲ 현재 아이티에는 살아남은 자들을 살아남게 하기 위한 손길들이 바쁘다. 특히 2,3차 전염병에 노출돼 있는 어린이들의 관리가 시급하다. ⓒ세이브더칠드런 제공

세이브더칠드런은 특히 안전과 건강을 염려하면서 지진 피해를 입은 어린이와 피난민 캠프에서 태어난 신생아들을 돌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워싱턴 지회에서 4명의 현지조사팀을 아이티 현지로 파견한 굿피플은 사랑과행복나눔재단(이사장 조용기 목사)에서 긴급구호 지원금 7천만원을 전달받아 긴급구조와 복구에 나선다. 조용기 목사는 “캄캄한 절망 가운데 있는 아이티 국민들에게 희망을 전해주길 바라고, 꺼져가는 생명들을 건져낼 수 있도록 성금과 기도 후원을 아끼지 말자”고 전했다.

굿피플은 선발대가 2-3일간 현지 상황을 파악한 것을 토대로 미국 지회에서 의료팀을 구성해 파견하고, 3단계 복구시점에서 개인 구급키트 지원, 초등학교 복구 및 급식, 수인성 전염병 예방, 주변지역 개발, 아동결연 사업 등을 추진할 예정이다. 또 홈페이지와 뉴스레터 등으로 후원자들에게 지속적으로 피해 상황을 알리고 복구지원을 위한 모금활동을 펼칠 예정이다.

최근 한국교회희망연대와 통합을 결의한 한국교회봉사단도 기독언론사들과 1백만달러를 목표로 공동 모금을 실시하고 있다. 봉사단은 피해현장의 생생한 실상을 알리기 위해 사무국장 이인수 목사를 비롯한 6명을 현지에 파견했고, 5만불 상당의 1차 긴급구호품을 전달할 예정이다. 봉사단 관계자는 “향후 아이티 지진구호를 하고 있거나 준비하고 있는 교계 단체들이 한자리에 모여 업무 중복과 누수를 막고 한국교회 차원에서 협력하는 모습을 구현해야 할 것”이라며 “이번 지진사태는 단기간 긴급구호 사역을 넘어서는 중단기 사역이 필요하고, 이런 의미에서 구호사역은 확대돼야 하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와 함께 아이티 지진참사를 돕기 위해 KBS 드라마 <명가>에 출연 중인 차인표·신애라 부부가 한국컴패션 측에 1억원을 전달한 가운데, 영화배우 신영균 씨(82)도 굿네이버스 측에 10만달러를 쾌척했다. 신 씨는 “브란젤리나 커플(브래드 피트·안젤리나 졸리)이 1백만 달러를 냈다는 소식을 듣고 대중의 사랑으로 자라는 영화인으로서 받은 사랑을 조금이라도 돌려주고 싶었다”며 “후배 영화인들도 어려움에 처한 아이티 주민들을 돕는 일에 앞장서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모금 하루만에 1억원을 넘어선 굿네이버스 아이티 주민돕기 긴급모금 캠페인에는 현재 6천여명이 넘는 개인·단체가 참여해 8억 8천만여원을 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