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울리지 않게도 해맑은 아이가 교도소 운동장에서 공을 차며 논다. 누굴까. 뱃속 아이를 살리기 위해 남편을 살해하고 여자교도소에 수감 중인 정혜(김윤진), 아니 572번의 아들 민우(이태경)다. 하나같이 우중충한 하늘색 수감복 사이에서 민우만 하얀 바탕에 알록달록한 색을 입고 다닌다. 웃는 것도 그렇고, 뛰어 노는 것도 그렇고……, 이 어두운 교도소에서 모든 소망과 행복은 민우로부터 시작되고 민우로부터 전염된다.

영화 ‘하모니’(감독 강대규)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영화는 저마다 가슴 아픈 사연으로 여자 교도소에 수감된 재소자들이 합창단을 결성해 서로의 아픔을 치유하고 삶에 희망을 얻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사실 스토리가 어떻게 전개될지, 각각의 캐릭터들은 어떤 관계를 맺고 그 과정에서 어떤 에피소드가 벌어질지는 어느정도 예상이 가능하다. 눈물샘을 자극하는 이런 류의 영화가 대개 그렇듯이.

그럼에도 영화관을 찾아 잠시 현실을 잊고 영화 속 이야기에 마음을 내어 주고픈 심정은, 어쩌면 각박한 오늘을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공통된 마음이 아닐까. 혹 잊고 살았던 내 가족, 친구들, 그리고 소중한 모든 것들을 다시 떠올려볼 기회가 될지도 모를테니 말이다. 영화 ‘하모니’는 바로 내 아이, 부모님, 아내와 남편의 소중함을, 곧 사랑의 소중함을 일깨우는 그런 영화다.

영화의 주된 배경은 민우를 포함해 여섯 명이 함께 생활하는 교도소의 작은 방이다. 여기에는 텔레비전도 있고 책상도 있으며, 책도 있고 작지만 아담한 장롱도 있다. 에어로빅 프로그램을 보면서 열심히 춤도 추고, 벽을 기대고 앉아 한가로이 뜨개질도 한다. 한 가지 여느 방과 다른 점이 있다면, 문 대신 쇠창살이 있다는 정도. 그래도 이런 것쯤은 아무 것도 아니라는 듯 여섯 명은 민우를 중심으로 가족처럼 다정하게 살아간다.

불행히도 민우는 생후 18개월이 되면 이곳을 떠나 새엄마의 품에 안겨야만 한다. 현행법상 교도소에서 태어난 아기는 그 때까지만 교도소에서 친엄마와 생활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 사실을 아는지 모르는지 엄마도 그렇고 함께 살아가는 다른 재소자들도 그렇고, 그저 민우만 보면 좋아서 어쩔 줄을 몰라하니. 물론 민우 역시 이 사실을 모르지만…….

교도소에는 가끔 합창 공연이 열린다. 그럴 때마다 재소자들은 합창단의 아름다운 멜리디에 감동해 기립박수를 치며 좋아했는데, 어느날 정혜는 교도소에도 합창단을 만들어 그것을 재소자들의 교화에 활용해보자는 제안을 한다. 명분은 재소자들의 교화였지만 사실은 아들에게 바깥 세상을 보여주고픈 자신의 간절한 소망 때문이었다. 정혜는 교도소 소장으로부터 합창단이 성공적으로 운영될 경우 민우와 함께 특박을 나가도 좋다는 허락을 받는다.

그러나 그날이 하필 민우와 헤어지는 날일 줄은. 엄마는 그제야 이별을 실감하지만 어떻게 보내야 할지, 눈 앞에 사랑하는 아들을 남겨놓고 어떻게 돌어서야 할지……, 가슴이 먹먹하고 눈물만 하염없이 흐를 따름이다. 시간이 흘러 다시 만나게 되면 자기를 엄마로 알아보기나 할까. 훌쩍 커버린 아들에게 죄수인 엄마는 어떤 말부터 꺼내야 할까. 민우를 보내고 다시 돌아온 방에는 여전히 텔레비전이 있고 책상이 있고 아담한 장롱이 있지만, 이곳은 더이상 웃음과 행복이 있는 방이 아닌 죄수를 가두는 감옥이다.

▲사랑하는 아이를 떠나보내야 하는 엄마의 마음. 가슴이 먹먹하고 그저 눈물만 흐른다.

민우처럼, 참 어울리지 않지만 예수님도 죄인들과 동행하시니 우리 역시 그분에게서 인생의 의미와 삶의 희망을 발견하는 것이 아닌가. 그러나 만약 누군가의 마음에서 예수님이 사라져버렸다면, 그 동안 의지해왔던 삶의 버팀목이 없어져버린 것처럼 그 역시 민우를 잃은 정혜와 같이 텅빈 가슴을 쓸며 눈문을 훔칠지 모른다. 아름다운 나무와 강물이 눈 앞에 펼쳐지고, 지저귀는 종달새의 노랫 소리가 들린들 그 어떤 것이 기쁨이랴.

4년의 시간이 흘러 교도소에 기쁜 소식이 날아들었다. 교도소 합창단이 세상에 알려져 서울의 공연장에서 특별 공연을 할 수 있게 됐단다. 엄마의 마음이 떨려오기 시작한다. 과연 정혜는 민우를 다시 만날 수 있을까. 단 한 번의 만남을 위해 지난 4년 간 노래를 불렀던 엄마…….

혹 당신도 예수님을 잃어버렸는가? 그렇다면 ‘하모니’를 보면서 위로를 얻으라. 적어도 당신만 떠나지 않는다면 예수님은 결코 우리 곁을 떠나지 않을테니까. 적어도 예수님이 우리와 함께 있는 기간이 정해져 있는 건 아닐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