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티 이재민캠프에는 현재 집을 잃고 오갈 데 없어진 사람들이 몰려들고 있다. 14일 한국을 출발해 16일 오후(현지 시각) 아이티에 도착한 굿네이버스 긴급구호팀에 따르면 현재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식량과 식수이고 세계 각지의 구호단체들이 대규모 물자를 이송하고 있지만, 도로상황이 여의치 않아 배분이 지연되고 있다고 한다.

굿네이버스 긴급구호팀은 “이러한 상황이 장기화되면 폭동으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며 “20만명 이상으로 추정되는 시신이 신속하게 처리되지 못해 무더운 기후로 계속 부패하고 있고, 이에 따른 유행성 전염병 등 2차 피해가 우려된다”고 전했다.

▲아이티 이재민들이 캠프에서 도움의 손길을 기다리고 있다. ⓒ월드비전 제공

월드비전은 17일 오전(현지시각) 이번 강진의 진앙지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수도 포르토프랭스의 카나페 버트(Canape Vert)와 페션빌(Petionville) 지역 이재민 캠프촌에 옷과 위생키트, 고열량 비스킷, 물통 등을 배분하기 시작했다. 물자는 이재민들이 캠프를 형성한 카나페 버트의 한 주차장과 페션빌의 한 자동차 견인소에서 나눠지고 있다.

물자를 받은 다인 폴(Dine Paul)은 “도움의 손길이 오고 있어 너무 기쁘다”면서도 “더 많은 도움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살배기 딸 줄리사(Julissa) 주위에서 거칠게 밀치고 달려드는 사람들 때문에 그녀는 딸을 꼭 붙잡고 있어야만 했다. 캠프를 형성한 마자트 가이(Mazard Guy)는 이곳 캠프에 사는 457명이 지원을 받은 것이 처음이라며 “우리가 가장 필요로 하는 것은 음식과 물”이라며 “캠프의 많은 사람들이 탈수증으로 고통받고 있다”고 전했다.

캠프에서 생활 중인 마리 조(Marie Joe)는 “약과 함께 먹을 약간의 물도 없는 실정”이라고 고통스러워했다. 그녀의 아들 진 스티븐슨(Jean Stevenson·8)은 지진이 났을 때 집에서 떨어지던 돌에 맞아 머리에 상처가 있다. 조는 “아들은 여전히 두통을 호소하고 있고, 실내로 들어가는 것을 두려워한다”고 말했다. 이들 모녀 뿐만 아니라 캠프의 대부분 이재민들이 머리나 팔다리에 붕대를 감고 있다.

학교 사서로 이번 지진에 집을 잃어 캠프에서 생활 중인 프레드너 메텔러스(Prednor Metellus)는 “세계가 우리를 위해 기도하셔서 하나님께서 우리를 기억하셨으면 좋겠다”며 “우리가 필요로 하는 것들은 점점 많아지고 있고, 모든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러한 아이티를 돕기 위해 월드비전을 찾는 사람들도 다양한다. 매주 노숙인을 위한 예배가 진행되는 서울 신공덕동 산마루교회(담임 이주연 목사)에서는 73명의 노숙인들이 총 3만 2천원을 헌금했다. 이주연 목사는 “큰 금액은 아니지만 2백원을 받기 위해 2시간을 걸어야 하는 노숙인들 사정을 놓고 볼 때 1천원씩 헌금을 하는 것은 진심이 아니고서는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포르토프랭스에 위치한 임시 의료시설에서 진료받고 있는 아이티 이재민들. ⓒ굿네이버스 제공

1백만원 이상을 낸 고액 기부자들도 35명이나 있다고 한다. 1천만원을 낸 사람도 있다. 초기 10만달러 목표액을 이미 달성한 한국 월드비전은 50만달러를 모금한다는 방침이다. 홈페이지 방문자 수도 평소의 4배 수준으로, 15일 하루에만 2만 2천여명이 방문해 모금에 동참했다. 박종삼 회장은 “기부금액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온 국민들이 아이티 재건을 위해 정성을 모으고 있다”며 “이러한 정성이 아이티에도 전해져 많은 이들의 생명을 살리고 웃음을 되찾게 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굿네이버스도 1억원 가량의 1차 지원에 이어 4억원 상당의 현금 및 물자를 추가 지원하기로 하고 신속한 구호물품 배분과 현장 조사로 지원 계획을 수립할 요원들을 18일 추가 파견했다. 오는 20일에는 의료진을 파견한다. 모금 하루만에 1억원을 돌파한 굿네이버스는 18일 오전 12시를 기준으로 5억 5천만원을 넘어섰다. 5천여명의 개인이 아이티를 도와달라며 모금에 동참, 목표인 10억원의 절반을 1주일도 안돼 넘어섰다. 코오롱그룹은 7-8인용 텐트 150동(1억 8천만원 상당)을, LG전자는 임직원 우수리로 모은 기금 5천만원을 각각 쾌척하는 등 기업들도 참여하고 있다.

강진 이후 가장 빨리 현장에 도착했던 세이브더칠드런도 17일(현지시각)부터 병원과 고아원 등에 구호물품 배분을 시작했다. 지난 25년간 아이티에서 활동했던 세이브더칠드런은 교통시설 붕괴에도 그간 쌓아놓은 신뢰관계 덕분에 아이티 정부와 지역사회, 현지 NGO들과 협력해 수송로를 조기 확보했다.

17일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대표단 자격으로 함께 현지를 방문한 세이브더칠드런 찰스 맥코맥(Charles MacCormack) 미국CEO는 “지난 5일간 거의 원조를 받지 못한 사람들에게 식량과 물, 의약품들을 공급하기 위해 시간과의 싸움을 벌이고 있다”며 “도미니카공화국 세이브더칠드런 창고에서 17일 보낸 화물 20개가 호프 병원(Hope Hospital)과 산하 고아원 두 곳에 도착해 2천여명에게 식량과 식수, 소독용 알콜, 비누와 수건, 아기용 물티슈, 생리용품, 샴푸, 화장지, 칫솔·치약 및 기저귀 등의 위생용품을 제공했다. 18일에도 의약품 15톤을 비롯한 구호품들이 도착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아이티 현장 책임자인 리 닐슨(Lee Nelson)은 “이번 지진으로 극한의 역경을 겪으면서도 아이티인들이 보인 인내심에 감명을 받았다”며 “일부 언론에는 피해자들이 폭도처럼 그려지고 있지만, 이번 재난을 겪고 있는 어린이와 가족들은 대부분 놀라운 인내력과 용기, 너그러움으로 재난 극복을 위해 애쓰고 있다”고 말했다. 세이브더칠드런은 국제연맹 차원에서 향후 6개월간 2천만달러(약 250억원)를 목표로 모금활동을 계속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