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의 핵실험으로 남북관계가 급격히 경색되고 있는 가운데 진보와 보수를 망라한 종교계 인사들이 통일을 염원하는 입장을 담은 성명을 발표하고 ‘비핵, 안보, 협력, 인권’이 원칙이 되는 통일 노력이 계속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12일 오전 10시 세실레스토랑에서 ‘통일 한국을 향한 우리의 비전과 입장’ 기자회견을 열고 이 같은 입장을 밝히는 한편, 최근 북한의 핵실험 행위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탄했다.

평화를 염원하는 종교인들이 참여하고 있는 ‘평화의 소리’ 명의로 발표된 이번 성명에는 한국기독교교회협의회 박경조 회장,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최성규 전 대표회장 등 진보와 보수 기독교계 인사들과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등 64명의 종교계 인사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세계 정세는 우리에게 더 이상의 소모적인 남북간의 갈등 구조나 배타적 민족주의를 허용하지 않으며, 주변국들과의 협력적 공존을 바탕으로 민족 통일의 길로 나아갈 것을 요구하고 있다”며 “이와 같은 역사적 도전 앞에서 화해와 평화 통일의 과업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우리들의 잘못을 참회하며 통일을 향한 입장을 천명한다”고 취지를 밝혔다.

이에 통일을 위한 원칙으로 “우리는 비핵, 반전, 안보, 협력, 인권의 원칙이 실현되는 통일을 추구한다”며 특히 “북한의 인권 문제는 북한을 국제적으로 고립시키려는 목적에 이용하지 말고, ‘안보, 협력, 인권’의 3각 틀에서 북한의 안보와 생존을 보장하는 평화 체제 수립, 인도주의적 지원, 경제 협력이 동시에 이루어지는 포괄적 방식으로 해결해야 할 것”이라고 중도적 입장을 밝혔다.

또 이들은 “우리는 불행한 과거에 대한 증오와 보복이 아닌 용서와 화해의 정신을 실천함으로써 남북간의 신뢰를 쌓고 그것을 바탕으로 통일 한국을 이루어 나아갈 것”이라고 강조하는 한편, 한국사회의 양극화에 대해서도 “지역·계층·이념·세대간의 갈등을 극복하고 우리 사회에 진정한 화해가 확산되는 일에 노력을 경주할 것”이라고 천명했다.

특히 이들은 성명에서 이번 북핵 실험에 대해서는 강력히 규탄하는 입장을 밝혔다. 성명은 “최근 북한의 핵실험은 한반도의 비핵화 선언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에 심각한 위협이 되고 있음을 우리는 심히 우려하여 이를 강력히 규탄한다”며 “이와 동시에 이를 저지할 목적으로 주변국의 어떠한 군비 증강이나 군사적 시도를 반대한다”고 밝혔다.

‘평화의소리’ 기초위원으로는 김명혁 목사(강변교회), 이정익 목사(신촌성결교회), 박종화 목사(경동교회), 김영한 교수(숭실대), 김성재 교수(한신대), 오재식 전 월드비전코리아 회장, 법륜 스님(평화재단 이사장) 등이 참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