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핵실험 강행에 교계가 분노를 터뜨렸다. 9일 저녁 7시 30분 서울 광화문 거리에 모인 ‘북핵반대 및 한미연합사해체반대 천만명 서명운동본부’와 2천여명의 시민들은 북한 핵실험을 규탄하며 울분을 토했다.

1부 촛불기도회에서는 김진홍 목사(뉴라이트전국연합 상임의장)가 설교를 전하고, ‘민족의 생존을 위협하는 북한의 핵무장 중지’와 ‘한미연합사해체 중지와 한미동맹이 강화’를 위해 합심기도했다.

김진홍 목사는 “현 대한민국 정권은 잘못된 대북 정치로 국민들을 오도한 것에 대해 사과를 하고 내각은 총사퇴해야 할 때”라며 “앞으로 금강산 관광과 같은 대북 지원은 그만두고 북한 인민을 해방하는데 온 국민이 힘을 합쳐야 한다”고 강조했다.

촛불 기도회의 기도를 맡은 최성규 목사(한기총 직전 대표회장)는 “하나님이 없다고 하는 공산당이 이 땅에서 모두 없어지게 하시고, 전쟁이 그쳐 한반도에 평화가 있게 하여 주시옵소서”라고 기도했다.

1부 순서에 앞서 북핵 반대 및 한미연합사 해체반대 천만명 서명운동본부는 ‘북한 핵실험을 민족의 이름으로 규탄한다’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성명서를 통해 “이번 북한의 핵실험 강행은 우리 대한민국 국민 뿐 아니라 한반도 평화를 위해 노력해 온 국제사회 전체를 향한 명백한 도발이며, 세계 평화를 거스르는 반역행위”라고 규정했다.

또, “이제 한반도는 지구상에서 가장 위험한 지역으로 전락했고, 일본은 북한 핵개발에 심각한 위협을 느끼면서 군사대국화의 길을 모색하고 있으며, 중국 역시 미일동맹을 견제하기 위해 군비 강화를 본격화하려 하고 있다”며 “오늘 사건으로 인해 한반도는 언제든지 핵무기를 포함한 첨단 군사력으로 뒤덮일 수 있는 일촉즉발의 화약고로 변했다”고 밝혔다.

현 정권의 햇볕정책에 대해서도 “이번 북한 핵실험은 지난 10년간 추진해 온 햇볕정책이 총체적으로 파탄하였음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라며 “그 동안 햇볕정책은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적 통일이라는 의도와는 다르게 한반도는 더욱 위험한 지역이 됐다”고 애통해 했다.

이들은 현 정부에 네 가지를 요구했다. 지금과 같은 위기를 조성한 데에 대한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와 이종석 통일부 장관, 윤광웅 국방부 장관 등의 인사 교체, 여야 정치인들은 소모적 정쟁을 중단하고 국난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시국 수습안 마련, 전시 작전통제권 단독행사 추진 시도 중단, 한미동맹을 강화하는 가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요구했다.

2부 국민대회에서는 김현욱 회장(천주교나라사랑회)이 사회를 맡고, 김성은 전 국방장관과 서경석 목사가 나와 연설했다. 이어 지속적인 촛불기도회를 위한 성금 모금이 있었고, 김병관 회장(재향군인회 서울지부 회장)이 구호제창, 김영관 전 해군참모총장이 만세삼창을 외쳤다. 축도는 김진홍 목사가 맡았다.

이날 연설에서 서경석 목사는 “아무리 사악한 김정일 정권이라고 해도 이 정도까지 할지 몰랐다”고 밝힌 뒤 “김정일이 북한을 핵보유국으로 기정사실화해서 남한에 돈과 물자를 달라고 하면 무서워서 무조건 바치는 나라로 생각했다면 큰 오산”이라며 “우리 국민이 분연히 일어나서 김정일의 생각처럼 허약한 국민이 아님을 보여줘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마음 같아서는 대통령 탄핵을 하고 싶으나 길이 없어 통탄할 노릇일 뿐”이라며 노무현 정권을 비판했고, “이제 노무현 정권은 잘못된 대북정책에 대해 사죄해야 한다”고 밝혔다.

또 그는 금강산 관광과 개성공단 사업과 같은 인도적 지원도 중단할 것과 작통권 환수를 즉각 철회할 것을 강조했다. 서 목사는 “작통권 환수로 한미연합사 해체가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며 “정부는 작통권 환수를 즉각 철회하고 한미연합사를 견고히 유지하여 북한에 본 때를 보여줘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국전쟁 당시 맥아더 장군과 인천상륙작전에 참전했던 김성은 전 국방장관은 “한국 전쟁 당시 우리가 열심히 싸워서 미군과 함께 북한을 격퇴하고 오늘날 이 좋은 나라를 만들었다”며 “이런 나라가 어떻게 김정일한테 먹힐 수 있나, 절대 안 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전 국방장관은 “어려운 시기에 우리를 구해 준 분은 하나님”이라며 “모두가 김정일을 몰아내기 위해 기도하자”고 촉구했다.

이날 촛불기도회는 저녁 9시에 끝났으며, 참석한 임원들은 기도회 이후 뉴국제호텔에서 별도로 모임을 갖고 회의를 열었다. 촛불기도회는 한미국방장관회담이 개최되는 10월 21일까지 매일 저녁 7시 30분 열릴 예정이다.